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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는 달마다 신사임당을 기려 제정한 학생 '사임당상'을 선발해 표창한다.

 

전인교육의 일환으로 제정된 이 상은 지, 덕, 체, 예를 중심으로 다양한 선발 방법을 통해 뽑는데, 먼저 각 주마다 학급에서 뽑은 4명의 주사임당을 선정한다. 그렇게 해서 선발된 아이들 중 다시 한 명을 학급 대표로 올린다. 그러면 각 학급 대표 중에서 학년 대표를 뽑아 월사임당으로 선정해 시상한다.

 

문제는 월사임당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상'을 받지는 못한다는 거다.

다른 반의 경우는 이런 일련의 절차 없이 담임이 직접 한 명을 선정해 학급 대표로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반의 경우는 다달이 공개적으로 아이들의 추천을 받아 4명의 주사임당을 선정한다. 그런 다음 다시 한 명을 거수로 뽑는다. 그러나 성적이 좋은 학생이나 간부급을 우선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월사임당에서 번번이 밀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쉽고 속상한 까닭에 나름 전략을 생각해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심성의로 뽑은 아이들의 추천 방식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친구들의 추천을 받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격려해줄까...

고심고심하다 비록 생활기록부에는 올라가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담임이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해준다는 의미로 우리끼리의 상을 만들었다.

 

서툰 PPT 기술을 발휘해 틀을 짜고, 그 위에 문장을 고른 다음, 예쁜 한지에 프린트를 하고, 마지막으로 코팅을 해서 아침 조회 시간에 아이들에게 시상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자신들이 뽑은 친구들의 수상을 축하해준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들에게 이 무슨 어린아이 장난 같은 짓이랴 싶기도 했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상을 받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기뻐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다음 기회에 자신이 뽑혀 꼭 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태그:#5월, #선행상, #교실,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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