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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해체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단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31일 해체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단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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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4시 30분 국회 도서관 지하강당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민주당 문방위원회가 주최하고 최문순 의원이 주관한 행사의 공식 명칭은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 희망음악회'. 지난 3월 31일 해체 통보를 받고 거리에 선 국립 오페라 합창단원들을 위한 자리였지만 격려 대상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음악회가 열리기 전 사람들을 차례차례 호명하며 무대로 불러올렸다.

34년 해직 상태인 동아투위 정동익 위원장과 성유보 위원,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네 명의 기자, 김윤주 청운초등학교 교사와 세 명의 교사.

어느새 무대에는 15명의 사람들이 섰다. 모두 해임, 해직 등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정동익 성유보 두 사람을 빼면 모두 새 정부 들어 '쫓겨나고 밀려나는' 큰일을 겪었다.

조남은 국립오페라단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해고된 지 20일 됐는데 문화부는 지난 4월 중순 연수단원 공고를 냈다"면서 "이것은 먼저 단원을 선발하고 나중에 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인데 7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문화부는 몇 년뒤 국립합창단원들과 비슷한 대우를 약속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지금 사태를 조속히 무마시키려는 졸속 행정조치"라며 "유인촌 장관께서 10년 뒤 예술계를 바라보고 정책을 세울 것이라면, 오페라단 해체를 철회하고 단원들을 원직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국회에서, 낮에 음악회 열리도록 도와준 유인촌 장관에게 고맙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반어법을 구사해 "국회에서, 그것도 낮에 이런 음악회가 열리도록 도와준 유인촌 장관에게 고맙다"며 "결국 이 정부는 '문화는 먹고 사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서 해임시킨 사람"이란 소개를 받은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국립오페라 합창단이 해체된다고 했을 때 눈물이 나려고 했다"면서 "갈수록 어처구니없는 사태들이 돌발적으로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해(解)자는 원래 '풀린다'는 뜻의 좋은 의미인데 해고, 해직, 해임 등 이 정부 들어 좋지 않은 곳에서만 쓰이고 있다"면서 "문화 분야를 특히 못살게 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일제고사 관련 해직, 해임된 교사들이 참석하여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일제고사 관련 해직, 해임된 교사들이 참석하여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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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해고자들이 참석하여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해고자들이 참석하여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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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일제고사'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생 학부모의 생각을 존중했단 이유로 해직당한 김윤주 교사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거리공연 계속 하고 일인시위 벌이는 것 보면서 '해직동지'로서 위안 받았다"면서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왔으며 행복한 연대의 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은 "'해직 동지' 중에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함께 <사랑으로>란 노래를 합창한 뒤 본격적인 '희망음악회'가 시작됐다. 지휘는 고성진 전 합창단 지휘자가 맡았고, 고씨 외에 옛 단원들도 동료들의 투쟁에 동참하는 뜻으로 22일 음악회에 참여했다.

모처럼 다시 공연복 꺼내입고 공연... 노래 부르던 중 눈물 흘리기도

지난 20여 일간 거리에서 '투쟁조끼'를 입고 노래를 불렀던 이들이었다. 오늘 모처럼만에 다시 공연복을 꺼내입었다. 여자 단원들은 화사한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었고 남자 단원들도 검은색 턱시도를 맞춰 입었다.

단원들은 <향수> <남촌> 등의 가곡과 루치아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카르멘 <합창행진곡>, 나부코 <히브리 노예의 합창> 등 16곡과 앙코르곡 두 곡을 섞어 불렀다. 일부 소프라노 단원들은 노래를 부르던 중 눈물을 보이거나 손으로 눈 주위를 훔치기도 했다.

이들은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동백섬>을 불렀다.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해 겨울바다 끝난 곳에서
외로이 앉아 고개를 젖히고
그저 노래만 불렀다.
때로는 허리 굽혀 해를 지우고
달을 살라 별치 하나 가슴에 담고
'
'
'
파도에 부대끼다 피 흘리며 덧없는 세상사 바라보네
오늘 밤 그 누구라도 별 하나 볼 수 있다면
그러면 착한 시인 하나 불러 다시 여기 오게 하리라"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큰 함성으로 이들을 격려했으며 일부 관객들은 장미꽃 한 송이씩을 단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최문순 의원은 "오늘 정말 좋은 노래들을 들었는데, 가슴은 더 먹먹해지는 느낌"이라면서 "거리에 선 이 귀한 프리마돈나들을 우리가 반드시 지켜주자"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한 단원이 노래를 부르다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희망 음악회'에서 한 단원이 노래를 부르다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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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 비정규직, 우리 음악 듣고 희망 갖기를"
[인터뷰]조남은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 지부장
조남은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 지부장은 테너다. 테너 노조위원장. 잘 어울리지 않는다. 공연에서는 공연복을 입고 테너 파트를 맡고 있지만 투쟁에서는 조끼를 입고 지휘자를 맡고 있다. 지난 3월 31일 40여 명의 동료단원들과 함께 오페라단 해체 소식을 들은 뒤 20여 일간 거리에 서 왔던 조 위원장은 22일 공연 직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화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오페라합창단 해체 철회"를 요구했다.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
 조남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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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희망음악회를 열게 된 계기는?
"우리도 비정규직 예술 노동자들이다. 이 땅엔 우리와 마찬가지인 많은 비정규직들이 있다. 이분들이 이 음악회를 통해 희망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 합창단이 해체된 지 20여 일이 지났는데, 변화된 점은 없나?
"우리 단원들은 초심 그대로다. 국립오페라단 전속 합창단 존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채용공고를 냈다. 제도와 규정이 없다면서 국립 오페라단을 해체시킨 뒤에 이런 공고를 낸 것이다. 그런 후에 오페라 합창단원들에게 '오디션을 봐라. 선발되면 일할 수 있잖느냐'고 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

- 요구 사항은?
"다른 것 없다. 원직복직이다.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지만 자부심 같고 노래해 왔다. 비정규직 단원들 순차적으로 상임화시킨다면 오페라 합창단은 훨씬 좋아질 수 있다. 당장 어려우면 순차적으로 처우개선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묵살당한 것이다."

- 오페라 합창단 존속 주장의 근거는?
"지난해에만 우리가 54회에 걸쳐 공연을 했다. 비정규직 설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측면 많았지만 참았다. 소외 지역, 소외 계층을 위한 공연도 많이 했다. 보람을 느꼈다. 이제 이런 공연은 하지 못하게 됐다. 국내외적으로 호평도 많이 받았다. 묵묵히 오페라의 저변확대, 예술과 음악의 저변확대에 이바지했다."

- 이후 계획은?
"늘 같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문화부 앞에서 집회 열고 금요일에는 촛불 음악회를 열고 있다. 5월에는 외부에서 또 한 번 '희망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태그:#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합창단, #조남은, #최문순,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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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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