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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답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보는 방송뉴스가 MBC였는데 오늘부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KBS나 SBS YTN 보다 충성도가 높았던 시청자들도 의아했을 겁니다. 저 역시 현장의 기자들이 빠진 김빠진 리포팅과 구색 맞추기식 큐시트 구성에 실망했습니다.

 

신경민 박혜진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는 걸 보고 처음에는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대검의 박연차 수사 상황을 전하는 첫 리포팅부터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오디오가 생동감이 없고 탄산없는 탄산음료처럼 느낌이 없었습니다. 평소 데스킹과 의사결정 업무를 해온 간부급 기자들이다 보니 매일 리포팅을 해온 젊은 기자들보다 발음면에서 불명확하거나 혼돈을 낳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 현장에서 기자들이 낚아오는 특종성 기사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풀 기사를 활용해 자료화면을 통해 단신 처리하거나 리포팅으로 심층 보도해야 할 사안을 단신으로 보도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뉴스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려는지 전반적인 흐름 조차 뒤죽 박죽인 큐시트 편성 때문에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뉴스 타이틀도 없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현장 출동이나 기획 코너에 로고 타이틀을 붙여 시청자의 관심을 환기 시켰는데 이날 뉴스데스크는 대부분 며칠 전에 이미 제작했던 시의성 떨어지는 뉴스를 다시 재생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단신 기사 수도 문제인거 같습니다. 모두 14개 꼭지. 물론 상황상 리포팅을 못할 수도 있지만 리포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슈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해야할 가치를 지니는 뉴스를 단신 처리하는 것은 어찌보면 지상파 방송으로써 시청자들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큐시트 마지막 부분입니다. 생뚱맞게 스포스 관련 리포팅 뉴스가 두 건 나오는데 이날 담당 PD와 보도국장까지, 정말 허둥지둥 40분짜리 분량을 채우기 위한 뉴스 편성을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신경민 앵커 교체에 따른 내부 평기자들의 반발입니다만, MBC측은 오늘 뉴스데스크를 놓고 철저한 내부 모니터를 하기 바랍니다.

 

시청자들은 볼만한 가치가 있고 정성이 담긴 뉴스를 원합니다. 또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뉴스데스크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권력의 방송 장악 연장선상에서 이런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상파 방송의 뉴스라면 먼저 시청자들은 자신의 알권리와 언론 본연의 품격있고 깊이있는 뉴스데스크를 계속 보길 원합니다. MBC의 보도국장 등 내부 고위 간부가 주도하는 앵커 교체 움직임을 놓고 이렇게까지 뉴스에 대한 평가나 해석이 엇갈리고 흔들린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나 MBC 구성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그:#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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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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