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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는 자주 들르는 편이에요. 저희 같은 고등학생들이 갈만한 마땅한 장소도 없잖아요. 그래서 친구랑 서점에서 만나요(히힛, 서점을 이용하면 돈 안 들이고 시간을 근사하게 보낼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책 읽는 게 취민데 많은 책들을 보면 마음이 푸짐해지는 것 같아요. 새로 나온 책들 구경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_ 손경화(19, 창원 명지여고)

 

"저도 그래요. 이제 개학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 가면 서점 찾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신간 코너부터 소설 코너까지 쭉 돌아봤어요. 정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요. 특히 판타지 소설이요. 그렇지만 지난번에 읽었던 <트와일라 타프>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비슷한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을 찾고 있어요." _심영준(18, 부산 영상예고)

 

교보문고 창원점에서 기자가 만난 학생들 이야기입니다. 인터넷과 오락에 친숙할 세대인데도 책을 대하는 그들 눈빛이 사뭇 돋보였습니다. 예쁘다 아름답다는 공치사보다는 듬직했습니다. 기자도 서점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평소 읽고 싶은 책을 살 요량으로 가지만 더러 눈에 와락 다가드는 책을 사냥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한 기쁨은 인터넷 쇼핑으로 만나는 책들과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그게 서점을 찾아 발품을 팔게 하는 묘미입니다. 

 

눈에 와락 다가든 책 사냥하는 기분, 서점 찾아 발품 팔게 하는 묘미

 

프란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완전한 인간을 만들고, 토론은 부드러운 인간을 만들며, 논술은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 우정을 나누어 주고, 기쁨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위안을 주며, 사랑을 주고, 지혜를 줍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엄청난 즐거움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자체로 참된 벗과 친절한 충고자를 만납니다. 그래서 그는, 유쾌한 반려자와 충실한 위안자의 결핍을 느끼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오락에만 매달려 있다고 골칫거리라 다그칠 게 아니라, 가끔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가 보세요. 부모와 함께 책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오락이나 텔레비전에 집착하는 것은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거나 외롭기 때문입니다. 자칫 그런 아이들은 정서가 메마르고 성격도 거칠어지게 됩니다.

 

주말, 가족 모두 서점으로 책 사냥을 나서보면 어떨까요.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한두 권 정해놓고 가야합니다. 그러고는 서점에 가서 아이 마음대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아이 손으로 골랐다면 '야, 이 책 재미있겠다'는 칭찬과 함께 주저 없이 사 주세요.

 

부모의 따뜻한 부추김으로 책을 들게 되면 아이는 그 어떤 책이든 힘닿는 대로 읽습니다. 그게 순수한 아이들 마음입니다. 이쯤에 동행했던 부모도 한두 권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아이가 꾸준히 책 읽는 버릇을 들이는 비결은 딴 데 있지 않습니다.  부모가 몸으로 읽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 읽습니다.    

 

부모가 몸으로 읽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 읽는다

 

또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그 궤적만큼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지적인 호기심이 많아지고 상상력이 풍부해집니다. 언어 표현력과 사고력이 늘어납니다. 정서가 풍부해지고 성격이 좋아집니다. 집중력이 향상되고 차분해집니다. 혼자서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공부하는 습관이 저절로 길러집니다. 부모자식 간에 대화하는 자리가 많아집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 '좋아하는 책' '흥미를 주는 책'을 다양하게 만나게 해주어야 합니다.

 

내용이 무거운 책은 아이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애써 좋은 책만 읽히겠다는 욕심을 가질수록 아이들은 그만큼 책과 멀어집니다. 아이 마음을 살려내는 책은 언제나 아이들 손에 닿습니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아무리 책을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려고 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만 고집해요. 그 꼴을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화가 나요. 하지만 어쩝니까. 아이들 행동을 제재하기에 앞서 눅진하게 기다려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리 아이들은 책을 그만 읽고 잠자라고 몇 번이나 뜯어 말려야 한답니다."

 

서점 매장에서 만난 김미영(36, 창원시 사파정도)씨의 '자녀독서지도 노하우'입니다. 두 아이 엄마인 김씨는 아이들에게 '애써 책을 읽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책 읽으라고 다그치고 닦달할수록 아이들은 책을 읽고픈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어른들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닥뜨려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철학자 니체가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언어학을 연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어느 서점에서 그는 한 권의 책을 펴들고 시간을 잊은 듯 그 책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14일 동안 침식을 잊고 그 책만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스승으로 하여 자기 철학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책은 바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집념의 세계>였다고 합니다.

 

독서란 그 책을 쓴 사람과의 대화입니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는 옛사람과 시공간을 초월해서 돈독하게 만납니다. 그게 독서의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때문에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을 쓴 사람의 정신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몰입의 정도여서는 안 됩니다. 홀딱 빠져 들어야 합니다.

 

독서란 그 책을 쓴 사람과의 대화다

 

어떤 책을 솎음하듯 읽고, 삼고 데치듯 버무리듯 읽어야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때론 맛난 생선을 발라 먹듯이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온전히 발라가며 읽는 재미를 맛보아야 합니다. 간혹 장아찌를 담듯 몇 번이고 간에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합니다. 야채를 짭조름하게 무치듯 조물조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맛깔 나는 음식은 씹을수록 그 맛이 더하듯이 좋은 책은 데데하게 읽을수록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요즘은 경제/경영에 관한 <일본전산 이야기>가 베스트셀러 1위입니다. 그밖에도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으며, 공지영씨의 신작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요.

 

아무튼 교보문고 창원점의 경우 소설과 비소설, 문학 쪽 책들이 비중 있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빅뱅이나 박진영 등 연예가수들이 투잡하듯 내는 책들이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책 읽는 사람은 더 느는 편인 것 같습니다. 경제/경영과 관련한 책들이 많이 팔립니다."   

 

교보문고 창원점 이기쁨(25, 인턴사원)씨의 이야기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책을 더 많이 본다"는 서점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 덕분에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서 매출이 크게 신장되었다고 한다. 처음 교보문고가 창원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 정상을 유지할까 반신반의 했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은 매장 안에 붐비는 사람들로 보아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은 오래도록 붙들어두고 싶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태그:#독서, #신간도서, #서점, #독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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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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