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성남일화 구단은 팀의 레전드 신태용과 재계약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K리그 6회 우승, 아시아 클럽컵 우승 등 셀 수 없이 많은 우승컵을 성남에 안겨준 선수가 화려한 은퇴식이 아닌 소속팀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쓸쓸히 소속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성남팬들의 은퇴반대 1인 시위가 이어졌고 결국 신태용은 국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 대신 호주 A리그 퀸즐로어로 이적하게 된다.

 

2009년 1월,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발표가 있었다. 성남 구단이 김상식, 김영철, 박진섭과의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그 중에서 김상식 김영철은 99년 프로 입단 이후 군입대 시기를 제외하면 성남에서만 선수생활을 해 온 레전드급 선수들이기에 재계약 포기 방침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일까? 13년간 선수생활을 한 팀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쓸쓸히 팀을 떠난 신태용이 감독이 되어 같은 방식으로 노장 선수들을 정리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취임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은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는 진정한 챔피언 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챔피언 팀의 조건이란 단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일까? 하지만 승리가 명문 팀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여태까지의 성남일화가 증명해 왔다. 신태용 감독도 취임 인터뷰에서 “(텅 빈) 경기장에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내년에는 관중 없는 우승팀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아직 팬층이 두텁지 못한 성남의 간판과도 같았던 두 선수를 내치는 게 팬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을 방안인 것인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과연 두 선수는 노쇠화로 인해 기량이 저하되어 물갈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가?

 

비록 두 선수가 노장이라 하나 아직 33세로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성남은 리그 및 컵 대회에서 34실점하며 수원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이끈 성남의 수비력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장기레이스에 따른 체력 저하가 염려된다면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여 출전경기를 나눠 경쟁구도로 가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전세계적인 불황기에 두 선수의 고액 연봉이 팀에 부담이 된 것일까?

 

성남은 2009 시즌 피스컵 및 장기적으로 K리그, AFC 챔스리그 등 많은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팀이기에 두터운 선수층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10년간 수많은 대회에 출전하며 쌓아온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이것이 새롭게 팀을 개편한다 해도 쉽게 버릴 수 있을만큼 간단한 것인가? 오히려 이들의 경험을 젊은 선수들에게 이식하며 좀 더 유연한 세대교체를 이룰 수는 없었던 것일까?

 

물론 선수단 구성 및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며 어느 감독이든 자신의 색깔에 맞춰 팀을 만들려 할 것이다. 아직 ‘신태용의 성남’이 어떤 팀이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수단 구성에 대해 따지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취임일성에 밝힌 진정한 챔피언 팀이란 단지 승리뿐 아니라 ‘많은 팬에게 사랑 받고 리그를 선도하는 팀’일 것이다. 신태용 감독 역시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기에 두 선수의 재계약 불가 소식은 안타깝기만 하다. 나의 이런 걱정이 단순한 기우이길 바란다.

 

2009 시즌 성남이 ‘관중 없는 우승팀’에서 ‘진정한 챔피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신태용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2009.01.07 15:24 ⓒ 2009 OhmyNews
신태용 성남일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