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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박명수 이미지는 착한 남자 유재석에 대비되어 그리 좋은 모습으로 비추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번 무도가 끝나고 나면 시청자게시판에 정준하 만큼 박명수에 대한 질타와 비난글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난은 무도속에서 박명수 본연의 모습보다 그가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한 결과로 보여진 측면이 많습니다. 즉, 연출이 실제 박명수 모습으로 오해된 부분도 많다는 겁니다.

 

지난 <매니저특집>에서 박명수는 연기자일때와 매니저일때의 모습이 너무 달라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연기자일때는 유재석에게 아기분유를 사오라고 하고, 매너저를 종 부리듯 부려먹다가 자기가 매니저가 된후에는 노홍철(연기자)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다 결국 연기자와 매니저의 계약관계가 깨지게 됩니다. 또한 연기자로서 매니저 유재석에게 커피를 사오라 할 때 '돈을 왜 이리 많이 썼냐? 밥을 먹을때도 5천원짜리 이상은 안된다' 등으로 짠돌이, 구두쇠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방송으로만 보면 박명수는 자기 입장만 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돈 쓰는 것도 스쿠루지 영감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인색한 인물입니다. 무도를 오래 시청한 사람들은 박명수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설정이지, 실제 박명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무도팬들은 방송후 '박명수 미워죽겠어!'라며 그의 연기력을 반어법으로 칭찬해주기도 합니다.

 

 

박명수가 1993년 M본부 개그콘서트로 데뷔할 때만 해도 유재석에 이어 예능의 2인자로 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코미디언이라지만 얼굴도 보통 이하고, 말도 버벅거리고, 예능의 필수 무기인 유머감각과 위트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능에서 그의 존재감은 너무나 미약해 보여, 무명의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방송을 그만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습니다. 1997년 K본부의 모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을 만난 것입니다. 당시 유재석도 데뷔(1991년)후 무명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인데, 두 사람이 방송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무명의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는지 유재석이 먼저 인기를 얻고 이어서 박명수가 뜨기 시작합니다.

 

유재석과 함께 방송을 하면서부터 박명수는 유재석의 진가를 알아봤는지, 사석에서나 방송에서나 유재석에게 '넌 나랑 콤비야!'하면서 유재석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면서 예능을 함께해 왔습니다. 유재석이라는 한국 최고의 MC옆에 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는 스스럼 없이 '2인자'라 합니다. 2인자라는 말속에는 유재석을 넘어서기보다 유재석과 함께 오래 방송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1인자의 자리는 정상이기 때문에 인기가 식으면 언제든지 내려와야 하는 고독한 자리입니다. 정치에서 만년 2인자로 오래도록 한국 정치의 핵으로 살아왔던 김종필씨처럼 박명수는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1인자로 올라서려고 힘쓰기보다 2인자로서 오래 방송을 하는 안정된 선택을 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박명수가 1인자 자리에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2인자'에서 '1인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 <지피지기>, <두뇌왕 아인슈타인>, <브레인 배틀> MC로 발탁됐지만 시청률 저조로 모두 6개월을 넘지 못하고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공동MC를 보던 우결도 스튜디어 녹화분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또 하차하게된 것입니다. 박명수에게 1인자 자리는 이렇게 멀고도 험합니다.

 

무한도전은 박명수의 오늘을 있게한 프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무한도전에 국민MC 유재석이 있었습니다. 박명수는 무도나 해피투게더 방송을 통해 "난 영원한 2인자"라며 유재석에게 백기를 들고, 1인자 위에 도전할 생각이 없으니 2인자로서 잘 봐달라는 말을 여러번 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예능에서 살아남는지를 이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대스타를 뜻하는 '거성(巨星)'이란 닉네임을 지어 부르지만, 무도에서는 유재석이 있기에 '하찮은'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습니다.

 

짠돌이, 구두쇠 컨셉으로 방송에 나오던 박병수가 자선냄비가 등장한 12월에 남몰래 매달 300만원씩 기부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짠돌이 겉모습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불우이웃을 돕기위해 방송에서 얻은 인기를 기반으로 탈모와 가발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요즘 박명수가 해피투게더3에서 쓰고 있던 가발을 자주 벗고, 자신의  벗겨진 머리 모습을 공개하는 것도 바로 사업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가 밉지 않은 것은 팬들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착한(?)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박명수가 방송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거나, 허황된 무지개 꿈을 쫓아가다 허망함만 느끼는 사람들보다 훨씬 지혜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그는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처세술이 뛰어납니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유재석에 이어 2인자로 예능 프로에서 많은 활약을 보이게 된 결정적 이유일지 모릅니다.

 

어쨌든 박명수, 이 남자가 살아가는 법은 1등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1등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다. 2등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박명수는 진정한 1인자입니다. 방송에서 호통만 치고 매우 쪼잔한 케릭터로 나오지만, 지난 5년간 매월 3백만원 이상을 기부해오며, 남모르는 사랑을 실천해온 우리 시대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박명수, #무한도전, #2인자, #예능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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