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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 프로젝트'에 대한 과잉수사 즉각 중단하라!" 대구 동부경찰서 앞에서 광우병대구경북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촛불에 대한 경찰 과잉수사 규탄, 공안탄압 책임자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촉구 기자회견'.
ⓒ 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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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기자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 보도("'망언의 달인' 주성영, 도시락 폭탄 받아라")했던 '도시락 프로젝트'의 제안자 변홍철씨가 입건되었다. 이번 '촛불 정국' 입건자로는 대구에서 변씨가 처음이다. 그만큼 대구 지역의 촛불집회는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일반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 평화적으로 진행되어왔다.

 

 

'도시락 프로젝트'는 일종의 플래시 몹(flash mob)으로, 지난 6월 16일과 18일, 19일에 걸쳐 촛불집회 참가 시민을 향해 "천민 민주주의자", "우스운 수준의 형편없는 네티즌들", "디지털 마오이즘" 등의 '망언'을 쏟아냈던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에 분개한 대구 직장인들이 주 의원의 사무실 앞에 삼삼오오 모여 <조선><중앙><동아> 같은 보수 언론과 보수논객 이문열의 소설책 등을 깔개 삼아 도시락을 먹은 퍼포먼스를 칭한다. 이른바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을 재치있게 패러디했던 것.

 

지역정서상 대구에선 보기 힘든 퍼포먼스인지라 <대구인터넷뉴스><브레이크뉴스><라이프 대구> 등 지역의 인터넷 언론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여러 차례 보도하기도 했다. '도시락 프로젝트'는 지난 6월 19일과 25일, 7월 2일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12일 변씨가 대구 동부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기 직전 '광우병대구경북대책회의'는 동부서 앞에서 '촛불에 대한 경찰 과잉수사 규탄, 공안탄압 책임자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 함께한 변씨는 '도시락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위력과 기세를 동원한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평화적 문화적인 항의행동이라는 점, 그리고 현장에서 보행자 및 차량 등의 통행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점, 주변 행인 및 시민들에게 추호의 위협을 주지 않았다는 점, 소수 시민들의 지극히 자발적인 행동이었다는 점 등을 이번 조사 과정에서 강조함으로써 이번 건이 자칫 우리 지역에서의 새롭고 다양한 투쟁 양식들을 확대시켜 나가는 데 검찰과 사법부에 의해 제한의 빌미를 주는 잘못된 판례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다."

 

경찰의 변씨 입건은 무리한 집시법 적용이라는 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책회의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중론이었다. 변씨와 함께 '도시락 프로젝트'에 참가했다는 한 시민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만약 이번 건이 위법 처리가 된다면 시민권,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억압하고 탄압하려는 현 정부와 경찰의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는 12일 조사를 마치고 나온 변씨를 만나기 위해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녹색평론사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얼마 전 통권 100호를 내기도 했던 격월간 <녹색평론>의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 일명 '도시락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걸로 아는데 어떤 의도로 하게 되었나?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우려하고 그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정당하다는 얘기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들에 대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주성영 씨가 "천민 민주주의"니 "우스운 수준의 형편없는 네티즌들" 운운하며 폄훼한 것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많은 시민들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고, 더군다나 주씨가 대구의 국회의원이어서 대구 시민들의 불만과 항의의 마음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이자 주권자로써 잘못된 판단과 망언을 일삼는 의원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나.

 

'도시락 프로젝트'라는 형식을 제안하게 된 것은, 항의행동이나 정치적 행동을 함께 할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든 바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소박한 방식으로 직접 싸온 도시락을 먹는 것으로 우리의 뜻을 표현해 보자는 일종의 퍼포먼스였고, 집시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회나 시위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의사표현 형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 그럼 '도시락 프로젝트'는 몇 차례 정도 이루어졌나?
"6월 19일, 25일, 7월 2일 이렇게 모두 세 차례 진행했다. 시민들이 많이 모인 날은 10명 정도, 적었던 날은 5명 정도 모였다."

 

- 당시 주 의원의 사무실 측 반응은 어땠는지?
"처음엔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7월 2일엔 '도시락 프로젝트'를 마친 후 사무실에 올라가 사무국장과 직접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 전까지는 반응을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날 면담을 통해 우리의 취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또 차대접도 받았다.(웃음) 그는 주 의원에게 우리의 뜻을 분명히 전하겠으니, 다음번에는 불편하게 밖에서 먹지 말고 사무실에 올라와 하라는 인사까지 했다.


'도시락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며, 이것이 위협감이나 불안감을 준 것이 아니라는 건 이 면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 않나. 또 면담을 했기 때문에 7월 2일부로 자발적으로 '도시락 프로젝트'를 종결했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이것이 통상 집시법이 말하는 집회 및 시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억지스럽지 않겠나."

 

- 마지막으로, '촛불 정국'에서 입건자로는 대구에서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촛불 정국'으로 입건된 여러 지역의 많은 '촛불 시민'들에게 혹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의 촛불, 우리의 행동들이 정당하다는 것은 더 이상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시위 도중이나 다른 혐의로 경찰이나 검찰에 의해 법적 처벌을 받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러한 일들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촛불을 함께 들었던 모든 시민들이 같이 감당해나가야 할 문제이지 않겠나. 힘들고 다소 외로울 수도 있지만 같이 촛불을 들었던 그 마음으로 함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저들의 사법적 처벌에 대응하는 이러한 일들 역시 촛불투쟁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불편한 것도 있고, 여러 가지로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겠지만 다들 꿋꿋하게 용기를 내고, 함께 연대해서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기를 바란다."

 

 

변씨는 이번 건에 대해 "파렴치한 독재권력인 이명박 정부와 '집중되고 조직된 형태의 폭력을 대변'하는 국가권력의 표적이 된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당당히 대응해 나가겠다"며 당황은커녕 오히려 의지를 굳히기도 했다.

 

'도시락 프로젝트'에 적용된 '집시법' 역시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제2장 제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위헌이라는 시각도 있는 만큼 이 정도의 플래시 몹에 무리한 집시법을 적용하는 것은 경찰의 과잉 수사란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 듯싶다.

 

실제 기자가 취재를 나갔던 '도시락 프로젝트' 현장에선 지나는 이들의 많은 호응과 함께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등 즐거워하는 시민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변씨를 비롯한 참가 시민들 역시 준비한 도시락을 즐겁게 먹은 후 자리를 정돈하고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한편 21일 대구 중부경찰서는 지난 5월 29일 촛불집회를 주도하며 경찰의 채증 카메라 칩을 빼앗은 혐의로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 조모씨와 서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한 것과 함께 또 지난 달 10일 주성영 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 혐의로 대학생 천모 씨 등 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점심 먹은 게 '집시법 위반'이라고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며 주 의원 사무실 앞에서 '도시락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항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촛불정국' 대구 첫 입건자가 된 변홍철 씨 인터뷰.
ⓒ 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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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도시락 프로젝트' 제안자인 변홍철씨가 편집주간으로 일하는 녹색평론사에서 펴낸 여러 단행본 중 하나인 고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은, 지난 달 30일 <한겨레>에 의해 보도된 이른바 '국방부 선정 불온 서적 23선'에서 '반정부·반미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태그:#도시락 프로젝트, #한나라당, #주성영, #어청수,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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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영화 만드는 사람.본업(영화감독)보다 부업(물레책방 대표)으로 알려져 난감하다.앞으로도 지금처럼 영화 만들고 책 읽으며 살고 싶다.이런저런 매체에 여러가지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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