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촛불소녀'로 유명해진 성심여고 2학년 이유진양(오른쪽)과 친구 민지혜양.
 '촛불소녀'로 유명해진 성심여고 2학년 이유진양(오른쪽)과 친구 민지혜양.
ⓒ 김혜원

관련사진보기

6월 27일 오후. '2008 세계시민기자 포럼'이 열린 서울시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촛불소녀'로 유명해진 여고생 이유진(성심여고 2학년)양을 만났다.

'촛불과 의제 설정자로서의 커뮤니티'라는 포럼 주제의 두 번쩨 세션에서 촛불 시위를 촉발시킨 주역으로서 경험담을 발표한 유진이. 무대에서 내려온 소녀의 두 볼은 긴장과 흥분으로 온통 붉게 상기 되어 있었다.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대단한 자리면 안 오는 건데."
"너무 긴장했더니 속이 울렁거려요. 토 나오려구 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밤새워 구호를 외치고 대담하게 전경들과 휴대폰 문자까지 주고받았다는 유진이. 하지만 '포럼'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으니 영락없이 수줍음 많은 10대 소녀다.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광우병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유진이에게 어디서 어떻게 광우병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4월 말쯤 인터넷에 광우병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주로 '네이버'에 괴담 수준의 정보들이 올라왔는데 소고기는 물론이고 피만 만져도 전염이 된다는 둥 지금 생각하면 괴담이 분명한 소문들이 무성했었지요."

유진이는 포털을 통해 처음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날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너무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언니랑 광우병 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끌어안고 울었어요. 정말 다 죽는구나 생각했거든요."

유진이의 눈시울이 붉어지려 했다. 저게 바로 광우병을 바라보는 10대의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광우병 소식을 접하고 이명박 홈피를 방문했었어요. 무슨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날은 이명박 홈피에 광우병 이야기가 전혀 없었거든요. 며칠 지나니까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장난 아닌 게 올라오는 거에요. 국민들 다 죽게 한다고 막 욕을 하고…."

"정말 무슨 문제가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광우병에 대한 정보란 정보는 다 찾아보았어요. 그러다가 '미친소닷넷'도 알게 되었구요. 제가 찾은 정보는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공유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광우병토론도 많이 하구요. 교복을 입고 시위에 참가했다가 이런저런 언론에 인터뷰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여기까지 오게 됬지요."

촛불현장에서 여린 싹을 틔우고 있는 미래의 언론인

"우리가 뭘 모른다는 소리는 하지마세요. 광우병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토론하는데, 모른다니요."
 "우리가 뭘 모른다는 소리는 하지마세요. 광우병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토론하는데, 모른다니요."
ⓒ 김혜원

관련사진보기

생각도 실천도 똑 부러진 10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0대 소녀들의 진정성조차 믿어주지 않는 세력도 적지 않다. 이들을 바로 보려 하지 않는 보수단체 쪽 사람들이다.

'누군가 아무 것도 모르는 10대 여학생들을 충동질해서 촛불을 들게 했다.'
'애들이 공부하기 싫으니 집회에 나간다.'
'생각 없는 386부모들이 아이들을 잘못 키워서 그렇다.'

유진이에게 이런 보수단체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도 너무 힘들어요. 잠도 자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지금 기말고사 기간인데 중간고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저희도 이런 공포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싶다구요."

"그리고 우리가 뭘 모른다는 소리는 하지마세요. 광우병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토론하는데, 모른다니요. 그리고 공연히 부모님을 들먹거리는 것도 맞지 않아요. 저희는 그냥 저희 생각대로 움직이는데 사람들이 이렇다저렇다 마음대로 판단하는 거지요."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왜곡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정확한 사실을 전하는 언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는 유진이. 그 때문에 장래희망도 현장의 진실을 알리는 기자로 바꾸었단다. 미래의 언론을 이끌어갈 한 언론인이 촛불현장에서 여린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부터 경찰진압이 더 강해져서요.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어서 걱정 돼요. 매일 참여는 하지 못해도 저도 끝까지 지켜보고 참여하려고 해요. 힘들고 어려운 날들이지만 저는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있는 거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촛불을 들기 위해 시청으로 향하는 유진이. 이미 소녀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양초 한 자루가 타오르고 있었다.


태그:#세계시민기자대회. , #촛불소녀, #광우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