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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국 저 <친절한 조선사> 책표지,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조선시대 태종 임금 때에는 이 땅에서 코끼리가 4인 가족의 두 달 식량을 하루만에 먹어치우다가 연쇄살인을 저질러 전라남도 섬들을 떠돌며 유배를 다녔다. 그런가 하면 낙타를 보기 위해 숙종이 궁궐에 들였다가 신하들의 원성을 사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마당 위로 세숫대야 같은 UFO가 출현해서 여러 사람이 목격하여 생생한 목격담까지 전하는가 하면, 임진왜란 때 조선을 위해 흑인용병이 전투에 참가하고, 비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과연 조선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보따리를 풀었다.


이 이야기들은 <친절한 조선사>라는 책의 세 번째 이야기보따리에 담겨있는 작은 역사들이다. 물론 세 번째 보따리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호기심으로 가득한 우리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 하면 봉건적이고 비과학적이며 고리타분한 세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조선 전기에는 화약기술이 동양 삼국 중 최고의 수준을 구가했고, 스포츠맨이었던 세종의 시대, 노비남편까지 휴직을 줬던 육아휴직 제도 등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뒤통수를 갈길 수 있을 정도로 선진적이었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단순히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그 뒤에 숨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끊임없는 의문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2007년의 막바지에 짠하고 등장한 이 책은 '조선사'라는 제목만 보면 '이건 또 무슨 한 권으로 보는 조선사 시리즈일까?' 하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따분한 국사시간에 졸면서 들었던 역사가 아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억지로, 억지로 외워가며 배웠던 국사는 우리들의 삶과 역사를 연결 지어 생각하게 하는 고리를 끊어버렸다.


역사연구는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역사는 역사 속에서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 그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탐색을 계속하여 왔다. 역사는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미래 또한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들이 역사를 이루어서 펼쳐지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기존 역사 연구의 사각지대였던 풀뿌리들의 역사, 작은 역사에 주목하는 대중 역사서적들이 잇따라 출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사라는 학문은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왕조사, 정치사, 귀족들의 문화처럼 한줌밖에 안 되는 지배층의 것들로 매몰되어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역사학계와 출판계에서는 줄다리기, 싸움놀이, 차전놀이, 골패도 하고 투전도 했던 민중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흐름을 형성해 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미시연구 대중역사서적들은 엽기, 섹스, 사건과 기담, 살인, 죽음 등 자극적인 소재에 치우쳐 내용을 충실하게 전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점에 역사서적들은 넘쳐나는데 차라리 쓰지 않았다면 하는 책들이 참 많다.


과연 이런 원초적 본능 코드가 인간의 삶과 역사를 지배해 왔을까? 물론, 세계의 역사를 볼 때 인간의 원초적 본능들이 크게 작용하여 왔던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가 이 코드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해석되기만 한다면 역사를 보는 눈은 편협해 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근래 들어 역사소설 열풍과 TV 사극 열풍이 일어나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좋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부터 민초들의 삶이나 왕들의 실생활, 경제학자들의 치열했던 일생 등을 친절하고 친근하게 서술하는 책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니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친근한 주제들을 캐내 독자들에게 선물


<친절한 조선사> 또한 바로 이런, 익숙하지는 않지만 친근한 주제들을 캐내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사극이나 역사소설이나 이런 책들은 딱딱한 역사책들이 우리의 가슴에 전해주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의 삶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계속 강조하게 되는데,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역사는 결코 오늘과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중앙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학자이면서 검술 인생 15년의 노련한 검객이다. '조선시대 기사(騎射) 시험방식의 변화와 그 실제', '조선후기 군영의 왜검 교전 변화 연구' 등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학문 활동을 하는 와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역사를 지탱해온 중요한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책은 제목처럼 독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에 세심함 신경을 쏟았다. 어려운 말들이 난무하는 일반 역사서적들의 화법을 자제하고 일반 대중들이 역사에서 쏠쏠한 재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큰 주제 글 중간 중간에 상식을 살찌워주는 작은 글들이 포함되어 있고, 색감 있고 해학적인 그림들을 보면 안 그래도 재미있는 사실들이 더욱 친절하게 다가온다.


또 풍속화를 많이 싫어서 당시의 모습을 더욱 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시종일관 존댓말을 쓰는 글은 예의를 차릴 뿐 아니라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저자는 늘 일상적으로 보고, 숨쉬던 공간을 각도를 조금 바꾸어 보고, 조금 다르게 생각하여 뜻밖의 역사, 제대로 몰랐던 중요한 우리 역사의 면모들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 책은 역사 속 작은 사람들의 뜨거웠던 역사, 그리고 큰 사람들의 소심함과 인간적 고뇌, 희로애락들을 포착하여 사람들의 숨결이 되살아나는 따스한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저자의 말을 통하여 "단순한 생활사의 경계를 넘어 조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조선의 진정한 가치, 본질적인 의미들을 새롭게 짚고 넘어가자!"고 말한다. 생활사를 보는 것을 통해 역사적 맥락까지 짚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대중적인 흥미만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역사가 단순히 흥미위주의 오락물로만 취급된다면, 현재 사극들이 그러하듯이 왜곡된 역사를 잘못 보여주어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잘못된 역사배경은 잘못된 미래인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방대한 우리 역사 속 일부에 불과한, 우리가 미처 관심 갖지 않았던 풀뿌리 민초들과 뜨겁게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친근한 이야기로 만들어 돌려주었다.


이 책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역사라는 이야기는 먼 옛날 어렴풋이 지나간 추억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가 지금도 치열하게 또 다른 역사의 진실을 찾아 온몸을 던지고 있다고 하니, 또 어떤 책이 나올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동의대 사학과 학생입니다


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미루나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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