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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애증의 공동체라는 말이 있다.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관계에 놓인 사람들을 가족이라 부른다. 때로는 짐이 되고,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TV 속 드라마에서 가족은 너무나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눈시울을 붉히며 뜨거운 가족애를 보여주는 가족도 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만 있을 뿐인 가족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버린 드라마 속 가족, 언제쯤 우리와 비슷한 가족들이 나나타날까.

 

모범답안 가족 혹은 극단적인 가족이 전부


몇 년 전 우리는 드라마 <부모님전상서>를 보면서 아름다운 보수주의 운운하며,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치켜세웠던 적이 있다. 물론 드라마 속 가족의 모습은 핵가족화 되어 서로간의 대화가 단절되어만 가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완벽한 가족의 모습을 구현해야만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부모님전상서>에 등장한 부모님은 실제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들이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바람직한 부모님상으로 두 부부간의 금슬도 남달리 좋고, 자식들을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오며, 심지어 자신의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전상서까지 쓰는 그들이다.

 

이런 모습은 <부모님전상서>만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방송되는 드라마 <깍두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보기 드물게 대가족의 모습을 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고부간의 갈등도 없으며, 삼대가 걸쳐 살지만 그 안에 세대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저녁식사를 다 함께 하고 과일까지 깎아 먹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각자 너무나 바빠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어쩌다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우리들의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저녁식사를 꼬박꼬박 함께하는 <깎두기> 가족의 모습 속에서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차라리 극단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꼭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당위성을 부여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비록 그러한 가족들의 모습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이며,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도 모범답안에 가까운 가족의 모습 속에서는 살아 숨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함께 호흡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다.

 

드라마 속 가족의 모습이 그러한 교과서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대가족제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감에 휩싸여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현실을 반영하겠다고 나선 드라마들을 보면 가족의 모습이 지극히 극단적이어서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때론 밉기도, 때론 위로받기도 하는 영애네 가족


드라마 속 가족의 모습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우리 가족과 붕어빵인 가족이 있다. 바로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네 가족이다.

 

사실 그동안 <막돼먹은 영애씨>는 너무 노처녀 이야기에만 집중되어 이야기해왔다. 물론 노처녀의 이야기를 아주 리얼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았기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 안에서 영애(김현숙)네 가족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리얼한 가족의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영애네 가족은 언뜻 보기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가 아닌, 삼가야 할 가족의 모습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드센 엄마(김정하)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이귀현). 사실 이 두 부부는 1시즌 때만 해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허구헌날 부대끼고 싸워 자식들과도 관계가 좋지 못했다.

 

그것은 잠시 잠깐의 아버지의 외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혼을 감행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모든 걸 용서한 채 아무 일 없었던 듯 행동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언제나 제대로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아빠와 늘 소리를 질러대는 엄마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가정 모습이다. 원래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자 목소리가 커진다는 말처럼 역전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더욱이 2시즌에서는 엄마의 잠시 잠깐의 외도가 방송을 타며 두 사람의 소원했던 관계가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의 숨은 S라인을 발견하곤 분위기를 잡아보겠다고 모텔로 데려가고, 엄마는 다시금 아버지의 밥상을 위해 부엌에서 정성껏 음식을 한다. 사실 부부가 몇 십 년을 살면서 어떻게 한결같겠는가.

 

때론 관계가 역전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면서 미운 정 때문에 마지  못해 살다가도 다시금 정을 붙이고 사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러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때론 밉기도 하지만 때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가족 모습이 <부모님전상서>에 나온 가족보다 정감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이런 게 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가족들이다.

 

그래서 때론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영애네 가족이다. 앞으로 다른 드라마에서도 진짜 우리 주변의 가족 모습을 담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감할 수 있길 바란다.


태그:#막돼먹은 영애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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