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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 <이산>이 상대 방송사 <왕과 나>의 시청률을 역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부분 사람들은 이병훈 감독의 탁월한 연출 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섬세한 연출과 아기자기한 이야기구조를 세련되게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산>은 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매회 이야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병훈 감독 혼자만의 힘은 아니다. 오히려 이병훈 감독 자체를 놓고 본다면 그의 전작인 <허준>, <대장금>과 이야기구조 진행이 너무나도 흡사해 흠을 잡는다면 잡을 수 있다.

<이산>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완소' 캐릭터!

즉, 그의 탁월한 연출 덕에 <이산>이 승승장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산> 인기의 진짜 이유는 출연진들의 빼어난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주·조연을 가릴 것 없이 <이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물며 송연(한지민)을 괴롭히는 역할의 초비(이잎새)마저도 흥미로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얄미운 캐릭터이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초비. 거기에 요새 들어 대수(이종수)를 흠모하고 있는 그녀는 얄미운 캐릭터에서 약간의 푼수 기질을 보이는 캐릭터로 변화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처럼 <이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게 평면적인 인물들이 아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도 변화하는 점이 인기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또 다른 캐릭터로 혜경궁 홍씨(견미리)를 들 수 있다.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사도세자의 죽음과 아들의 생명 위협에 그저 눈물을 흘리며 인내하는 어진 모습이 비춰졌다. 그래서 다른 작품에서 비슷했던 혜경궁 홍씨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으나, 화안옹주(성현아)가 아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자, 태도가 돌변해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영조(이순재)는 카리스마 있는 위엄 있는 왕의 모습으로,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표현되면서 극 초반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래서 주·조연 모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산>의 악역, 우리는 칭찬 받는다!

전형적인 요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완옹주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는 딸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입체적인 악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형적인 요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완옹주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는 딸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입체적인 악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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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이산>에서는 남달리 악역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체로 악역은 주인공들의 대척지점으로서 시청자들의 욕을 먹기 일쑤였던 것에 반해 <이산>의 악역은 다르다. 그들의 살아 있는 캐릭터 덕분에 오히려 칭찬을 받고 있다.

드라마 <이산>의 주요 악역인물들로 화완옹주, 정순왕후(김여진)가 있다. 화완옹주의 경우 이전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악역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팜므파탈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화완옹주는 아버지 영조의 총애를 듬뿍 받는 캐릭터인만큼 영조 앞에서는 애교가 넘치는 착한 딸의 모습으로, 속으로는 양자인 정후겸(조현우)과 결탁해 이산을 위협하는 야심찬 여장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빼어난 연기력과 맞물려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화완옹주는 이산을 위협하려다가 실패한 후 음모의 배후세력으로 밝혀지면서 사면초가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영조의 마음을 돌리려 애를 쓰며 영조의 병으로 애를 태우던 중 찐 인삼을 탕약으로 지어 이산의 반대에도 약을 먹였다.

그러나 탕약을 먹고 병세가 더욱 악화되자 이산이 탕약을 중지하라 명했고, 화완옹주는 눈물을 흘리며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간청했다. 극적으로 영조의 병세는 호전을 보였다. 그러자 화완옹주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화완옹주는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썼기보다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효심어린 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악역이라고 하기엔 이제껏 본 악역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보통 악역은 평면적으로 그려지면서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힌 한 인간으로서 잔인할 만큼 악행을 서슴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정순왕후, 입체적 악녀 캐릭터의 재창조

한 나라의 국모로써, 음모세력의 수장으로써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주며 카리스마를 분출하는 정순왕후이다.
 한 나라의 국모로써, 음모세력의 수장으로써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주며 카리스마를 분출하는 정순왕후이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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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순왕후의 캐릭터는 한 발 더 나아가 입체적인 악역의 캐릭터를 창조하며 <이산>의 인기 견인차 역할에 또 다른 한몫을 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정순왕후의 경우 화완옹주와는 다른 모습의 악역 캐릭터이다.

일단 다른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극단적인 성격의 악역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완옹주처럼 팜므파탈도 아니다. 더욱이 화완옹주는 전형적인 요부의 모습인데 반해, 정순왕후는 차분하면서도 카리스마를 겸비한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늘 혜경궁 홍씨의 안위를 걱정하며, 한 나라의 국모로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음모세력의 수장으로서 등장할 때는 어질고 착한 국모의 모습이 아닌 야심이 가득 찬 여장부의 모습이다. 그래서 화완옹주와 악역으로서 2인 체제를 구축하면서도 다채로운 악역 연기를 보여 재미를 배가시키는 데 정순왕후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한 캐릭터의 모습은 음모세력의 배후자가 화완옹주라는 사실이 밝혀자 정순왕후는 화완옹주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영조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죽음'을 택하라고 권고한다. 그러한 모습에서 정순왕후의 캐릭터는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보통 악역이 다른 인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전면에 나서 극을 주도하고 갈등을 만들어 내다 보니 약간의 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순왕후는 다르다. 다른 인물들과 유기적인 관계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악역의 본래 이미지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평면적이었던 악역을 재창조했다.

그래서 정순왕후와 화완옹주는 새로운 악역 캐릭터의 롤 모델이 아닐까 싶다. 이제껏 극단적인 성격과 얄팍한 잔꾀로 주인공을 위협하고 곤경에 빠지게 만들던 정도에서 입체적인 악역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요즘 안방극장에 수많은 악역 캐릭터들이 마땅히 본받아야 할 것이다.


태그:#이산, #악역, #화안옹주, #정순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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