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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호통 개그 얼마나 재밌는데요~ 하하하."

 

한국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다. 일본 시민기자의 말이다. 이 말에 '진짜요?'라고 반문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말과 일본말이 섞이기 어려웠던 터에 '한일관계'가 해빙무드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30일 인천 강화도 오마이스쿨은 밤늦게까지 떠들썩했다. 술잔이 부딪히고 한국말과 일본말이 섞였다. 웃음이 이어졌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들이 친구가 되는 데는 국적과 언어 구분은 필요치 않았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 2007'에는 40여명의 한일 시민기자들이 참가했다. 12월 2일까지 이어지는 행사는 11월 30일 오후 2시 일본 시민기자 20여명이 오마이스쿨을 찾으면서 그 서막을 알렸다.

 

"보통사람들이 서로 동감할 수 있는 기사를 올린다는 건 대단한 일"

 

 

환영식이 열린 오후 6시 오마이스쿨 강당. 붉은 색 식탁보와 그 위에 놓인 와인 잔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시민기자들 관계는 '어색함' 그 자체였다. 서로를 처음 확인한 한일 시민기자들은 쭈뼛쭈뼛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통역 봉사자가 있었지만 무슨 얘기를 꺼내야할지 시민기자들의 갖는 고민의 무게는 의외로 컸다.

 

행사를 추죄한 이병선 <오마이뉴스> 부국장이 환영사를 통해 "한일 시민기자들의 풀뿌리 교류를 통해 양국 간의 관계 발전을 생각해 본다"며 편안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어 일본 시민기자 니시와키 야스히로(23)씨가 어눌한 한국말로 "이렇게 예쁜 학교에서 한국 시민기자를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는 말을 또박또박 표현하자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잘 부탁한다"는 그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을 터였다.

 

배가 차고 가벼운 알코올이 들어가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일 시민기자들의 입이 터졌다. 한쪽에선 박지성·이승엽의 얘기가 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이름이 들렸다. 손기영(26)씨는 "박지성·설기현 등 스포츠 스타 얘기를 했고, 한 일본시민기자는 이병규 선수의 팬이라고 해서 쉽게 말문이 트였다"고 말했다.

 

한류스타의 이름과 일본드라마의 제목들도 제법 들렸다. 1996년부터 한국드라마를 좋아했다는 야마자키 유코(41)씨는 "일본에 한류붐이 있기 때문에 한국드라마와 배우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최샘(25)씨는 "일본드라마 얘기를 많이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들은 시민기자 저널리즘에 대한 서로의 고민들도 털어놓았다. 야마자키씨는 "한국시민기자의 레벨이 훨씬 높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우에스기 유키노리(20)씨는 시민기자 저널리즘에 대해 "전문기자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서로 동감할 수 있는 기사를 올린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기사가 살아있다"고 밝혔다.

 

반면, 카와이 도요히코(25)씨는 "본명으로 쓰다 보니 야쿠자 관련 기사 등은 함부로 못 쓴다"며 "블로그와 전문기자들이 쓰는 기사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마이스쿨처럼 만든 건 처음 봤고, 매우 감동적"

 

이날 한일 시민기자들은 '자신을 변화시킨 <오마이뉴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강화도에 살고 있는 이승숙(45)씨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 사랑이 깊어진다"고 밝혔다.

 

야마다 다카코(40)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을 울리기도 했다. 야마다씨는 "3년 전 교통사고로 3살 난 딸을 잃고 우울증에 힘들었다"고 지난 날을 돌이켰다.

 

이어 "그때 한국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일본인을 돕다 숨진 고 이수현씨의 생애를 담은 영화 소식에 감동을 받았다, 그 이후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시민기자들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오마이스쿨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카와이씨는 "일본에도 폐교를 예술가들이 사서 쓰는 경우는 있다"며 "오마이스쿨처럼 (시민기자 교육기관으로) 만든 건 처음 봤고, 매우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대학생인 구재관(27)씨는 "폐교를 이용해 교육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그:#한일친구만들기, #시민기자, #한일 시민기자,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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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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