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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언 추장과 소녀의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나이아가라 폭포.
ⓒ 문종성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 나이아가라 폭포 상류에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었다. 이 부족에게는 1년에 한 번씩 폭포의 신에게 예쁜 소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1년의 중심이 되는 달의 보름날, 부락의 소녀 중 한명을 택해 산 채로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방법으로 신에게 재물을 바쳐왔다.

제물로 소녀를 바칠 날이 다가와 제비뽑기로 가리게 되었다. 부락의 모든 소녀가 제비뽑기에 참가했는데, 거기에는 추장의 어린 딸도 포함 되어 있었다. 추장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내보냈는데, 불행하게도 자신의 딸이 제물로 바쳐질 운명에 처하였다. 일찍 어미를 잃은 안타까움에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으며 기워온 외동딸이었다.

그런 딸을 거대한 나이아가라의 폭포 속으로 떠내려 보내야만 하는 추장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추장의 얼굴은 근엄했다. 공정한 방법을 통하여 선출되었고, 부락민에게도 그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제를 올려야 할 날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들이 흘러 같지만 추장은 단호하고 엄숙했다.

마침내,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 하는 날이 왔다. 온갖 꽃으로 장식된 배안에서 추장의 딸은 울고 있었다. 그 배는 노 하나 없이 그냥 물결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도록 만든 것이었다.

이윽고 배는 나이아가라에 띄어졌고, 소녀의 울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소녀는 아버지를 애타게 불러댔지만 그 울부짖음은 거대한 물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배는 곧 폭포의 낭떠러지를 향해 곤두박질치려 했다.

이때, 수풀 속에서 한 남자가 노를 저으며 다가왔는데, 바로 추장이었다. 추장은 소녀가 탄 배로 다가가 어린 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곤 눈물 머금은 얼굴로 어린 딸을 향해 엷은 미소를 지었다. 소녀와 아버지가 탄 배는 마침내 엄청난 폭포의 물줄기 속으로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 나이아가라의 입구를 알려주는 표지판. 저 표지판을 보고서도 자전거로는 두어 시간을 달려야 비로소 나이아가라 폭포와 조우할 수 있다.
ⓒ 문종성
▲ 나이아가라 주변에는 관광지인 까닭에 여기저기 위락시설이 많다.
ⓒ 문종성
거대한 폭포수는 이 슬픈 전설에 당위성이라도 부여한다는 듯이 차갑고도 맹렬한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높이는 50m에 불과하지만 900m에 이르는 너비에서 쏟아지는 분당 370만 리터의 물소리가 만들어내는 협주곡은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을만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천둥소리를 낸다는 인디언들의 얘기가 과히 과장되어 보이지 만은 않았다.

토론토를 스쳐 지난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겠다는 일념에 종일 콜라만 9캔 마시고 밤중에 폭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세계 3대 폭포를 꼭 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당분의 힘을 빌린 채 달렸다. 행여 궂은 날씨로 북미의 자존심을 온전히 보지 못할까 노심초사 했던 것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나는 설렘

나이아가라에서 '나이야 가라' 따위의 촌극은 하지 말자고 혼자 썰렁하게 되뇌어 본다.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면서 그 장엄한 폭포를 보기도 전에 지축을 흔들만한 소리는 심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었다. 분명 가청 주파수를 넘나드는 소리였겠지만, 나의 온 신경은 오히려 그 소리를 향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환상적이기에 전설을 만들어내고 또 연 천 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기대 반 궁금 반',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치 고등학교 때 첫 미팅에 나가던 순간의 호기심과는 감히 비견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드디어 나이아가라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감탄사를 내뱉기 보다는 그저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물이 만들어내는 자연예술을 바라보았다. 해거름 후에도 다행히 전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위풍당당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귓전을 때리고 다시 한 번 심장에서 요동친다. 멀리서 보기에도 웅장했지만 더 가까이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는 좀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온 에너지와 집중을 다해 음미할 수 있도록 말문까지 막아버렸다. 최고였다. 지금까지는 상해·홍콩·뉴욕 등의 스카인 라인을 보고 환호했지만 인간의 기술로는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자연경관이기에 다가오는 감동의 의미는 남달랐다.

▲ 사파이어빛의 화려함을 담고 떨어지는 나이아가라 폭포. 6월 12일.
ⓒ 문종성
▲ 폭포를 보러 온 관광객들.
ⓒ 문종성
▲ 연인과 부부 차이?
ⓒ 문종성
▲ 나이아가라 폭포는 매년 1.4cm정도씩 침식하고 있다고 한다.
ⓒ 문종성
"이봐요.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죠? 자전거 여행 중이신가요?"

어둠 사이로 허수아비처럼 멍하니 서서 폭포를 바라보는 나에게 한 비즈니스맨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이곳 나이아가라에 사업 출장차 왔다고….

"네, 자전거 여행 중입니다. 근데 나이아가라 정말 멋지군요. 사진으로만 보다 직접 보니깐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 최고에요."
"그래요? 나이아가라 정말 멋지죠. 전 헬리콥터 타고 봤어요. 끝내주던걸요? 그나저나 제가 지금 바빠서 말이죠. 여행 잘하세요. 아, 그리고 이건…."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얘기를 나눈 그가 갑자기 급히 주머니를 뒤지더니 10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고 급한 발걸음을 옮겼다. 황망해진 내가 '어' 하는 사이에 그의 모습은 시야에서 이미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난 다시 오래도록 나이아가라를 바라보았다. 밤 10시가 되도록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되게 하기 위해 단 한 걸음도 떼지 않은 채 난간에 기대 떨어지는 폭포수에게로 상념을 던져 보냈다. 나이아가라에서 10달러라니, 이 무슨 조화인고….

6.99달러 뷔페? 사기다 사기!

▲ 야간엔 형형색색의 레이저로 폭포를 비춰주는데 로맨틱한 또다른 감흥을 맛볼 수 있다.
ⓒ 문종성
전날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 후 다음 날 아침 다시 한 번 전날의 감흥을 맛보고자 폭포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지나는 길에 우선 아침을 챙겨야 했으니 간밤에 봐 둔 맥도날드를 찾았다. 하지만 길을 가다 눈에 들어온 건 6.99달러의 환상적인 가격의 블랙퍼스트 뷔페 간판! 비슷한 가격의 맥도날드보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후한 점수를 줄만한 레스토랑이었다.

아침을 든든히 하는 것도 좋지만 입맛이 없었기에 팬 케이크와 간단한 과일 샐러드, 그리고 음료를 먹은 후 작은 접시에 다시 한 번 반 정도 채워 감자 등으로 식사를 마치고 기분 좋게 계산하려는데….

▲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레인보우 다리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 폭포.
ⓒ 문종성

"손님? 요금을 더 내셔야 합니다."
"네? 6.99달러 아닌가요? 저 10달러짜리 드렸어요."
"네. 그런데 손님, 음료수는 따로 3달러의 요금이 추가 되고요. 손님 접시 한 번 더 돌리셨죠? 거기에 또 요금이 추가되는 거랍니다."
"그래서요? 총 얼만데요?"
"네, 세금 포함 13달러입니다."

원래 나의 계획은 거의 7달러인 뷔페 값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며 계산 후 3달러를 팁으로 놓아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간판에 버젓이 6.99달러라 크게 써 놓고 추가 비용을 요구하다니…. 어쩐지 관광지 레스토랑 치고 너무 가격이 저렴하다 싶었다.

사실 지금까지 나를 위해 가장 후하게 써 본 것이 6달러의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였다. 이러니 저리니 좋은 음식 먹고 싶어도 빠듯한 여행 경비를 생각하면 고급 레스토랑에 갈 염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맥도날드도 일주일에 한 두 번 가 본 게 고작이고 보통은 빵 조각으로 해결했으니…. 그러는 와중에 한 순간 어마어마한 비용을 물게 되니 속이 쓰렸다.

사람의 온기보단 자본의 냉연한 논리가 요란하게 설쳐대는 관광지에서 깨달은 수업료라 생각해야지 별 수 없을 성 싶다. 가만 있자. 하지만 어제 뜻하지 않게 10달러를 기부 받았으니 결국 3달러짜리 식사가 아닌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부정은 어느 경우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절경' 나아이가라를 즐기는 방법

▲ '분명 $6.99인데'. 관광지에선 광고만 믿고 가지 말자. 초행일 경우 늘 꼼꼼히 정보를 파악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 문종성

▲ 폭포를 더 스릴있게 만끽하려면 미국쪽에서 안개 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 유람선을 타고 폭포 밑까지 가면 된다.
ⓒ 문종성
어쨌든 전날보다 훨씬 화창해진 날씨는 이런 약간의 낭패감을 순간 희색만연하게 바꾸어 놓았다. 햇살을 받아 더 눈부신 폭포는 사파이어 빛 블루의 화려함을 마음껏 뽐낸 채 거센 물보라와 뿌연 물안개를 만들어냈다. 나이아가라의 명성을 확인하고자 기꺼이 여기까지 온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은 테이블 록(Table Rock) 전망대에서만 폭포를 보는 게 성에 차지 않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나이아가라를 경험한다.

▲ 236m 높이의 전망대에서 폭포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스카이론 타워(Skylon Tower).
ⓒ 문종성
그 첫째가 가장 유명한 안개 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 유람선을 타고 폭포 밑까지 가는 여정이다. 폭포수에서 멀리 튀겨 나오는 물을 흠뻑 맞으며 빨려들어 갈 듯 한 스릴까지 느끼는 체험으로 미국 쪽에서 표를 끊고 출발한다. 두 번째 경험은 236m 높이의 전망대에서 폭포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스카이론 타워(Skylon Tower). 나이아가라 폭포는 물론, 맑은 날에는 토론토와 버팔로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엘리베이터 한 번 타는데 10달러의 입장료를 내야하며 대신에 영화관 놀이시설, 상점, 꼭대기엔 레스토랑까지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지루하지 않게 오래도록 머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비즈니스를 온 사람들에게는 카지노 호텔이 제격이다. 카지노에 몰두하면 과연 나이아가라라 해도 폭포 생각이 날까마는 어쨌든 적정한 선에서 게임을 즐기고 폭포를 감상한다면 괜찮은 패키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이들을 대동한 사람들은 나이아가라 실내워터파크폭포를 통해 물놀이를 즐기면서 폭포를 감상하기도 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부르주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헬기 타고 단 12분간 하늘 위에서 나이아가라를 감상하는 멋진 시간도 즐긴다. 참으로 나이아가라를 즐기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자전거 노마드 입장에서 어찌 이것들을 다 누릴 수 있으랴. 그저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레인보우 다리를 건너면서 나중을 기약하며 입맛만 다셨다.

▲ 나이아가라 주변은 라스베가스를 벤치마킹해 카지노 영업장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 문종성

몇 년 전 자기경영으로 유명한 앤서니 라빈스의 저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서 나이아가라 증후군을 본 적이 있다. 인생을 강물에 비유하고 준비 없이 맞이한 위기에서 발버둥 쳐보지만 강물에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폭포 아래로 추락한다는 요지의 예시였다. 그 때 받았던 영감들은 레인보우 위에서 바라본 실제 나이아가라를 통해 그대로 전이된다.

하지만 그러한 비유적인 인생에 대한 경영보다 오래 전 인디언의 전설로부터 내려온 그 애틋함이 어쩌면 사람들의 가슴에 파도를 일으키며 나이아가라를 좀 더 아름답게 기억하게 하는 이유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냥 그 자체가 멋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멋스러움에 탄탄한 플롯의 전설이 더해진 나이아가라기 때문에 지금껏 세계의 절경, 북미의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파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자전거 비전트립 홈페이지는 http://www.vision-trip.net 입니다.


태그:#나이아가라, #캐나다, #전설,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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