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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도 놀랐다! 꼬치구이 맛에

▲ 신주쿠역 부근에 있는 꼬치구이(야끼도리) 골목의 한 선술집
ⓒ 맛객
@BRI@선술집 문화를 참 좋아하는 맛객, 외국에 나가면 그곳의 선술집을 탐방해봐야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유명 관광지나 볼거리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언제나 현지 사람과 그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맛. 관심은 거기에 집중된다.

기회가 왔다. <오마이뉴스>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에 시민기자로 참여한 것. 도착 당일(15일) 저녁, 1차 회식을 끝내고 몇 사람의 시민기자가 뭉쳐 2차 행을 감행했다. 어디로 들어갈까 30여분을 헤맨 끝에 지나가며 봐 두었던 꼬치구이 골목으로 낙점 봤다.

한국으로 치면 종로 피맛골 쯤 되겠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꼬치구이집들이 참 서민적이다. 꼬치를 굽느라 피어오르는 연기, 좁디좁은 가게 안에 앉아 밤을 잊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들이 우리네 서민들과 차이가 없다.

▲ 종로 피맛골을 연상시키는 꼬치구이 골목 입구
ⓒ 맛객
그 덕분인지 낯선 지역에 발을 들여놓은 이방인의 긴장을 풀어주고도 남는 분위기다. 그런데 밤이 꽤 깊었다. 가게 안에는 아직 술잔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는 손님도 보이지만 영업시간은 이미 마쳤단다. 영업이 끝났어도 들어오는 손님을 거부하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이곳은 아니 일본이라는 나라는 시간관념 하나는 칼 아닌가? 몇 집 더 돌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끝났습니다!"

▲ 꼬치구이집 메뉴판, 일품요리는 600엔 미만이고 꼬치구이는 300엔부터 700엔까지 있다
ⓒ 맛객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가게가 터질듯 사람들이 앉아있다. 꼬치를 굽던 여자는 2층으로 올라가란다. 겨우 겨우 사람들 틈을 비집고 2층으로 올라서니 두 평도 안 되는 공간, 이곳에도 십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술과 꼬치구이를 주문했다. 그랬어도 별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주문은 제대로 된 걸까?

▲ 일본에서 접한 여러 가지 음식 중 맛있는 축에 든 꼬치구이
ⓒ 맛객
한참 시간 걸려 안주가 나왔다. 네 명의 시민기자는 각자 취향에 맞는 꼬치를 하나씩 집어 들고 맛을 봤다. 이구동성! 모두들 "맛있다!"를 연발한다. 달착지근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소스가 꼬치위에 범벅되어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즉석에서 구은 것 같은 닭살은 굳어있지 않고 참 부드럽다.

사실, 꼬치구이는 맛객이 그리 선호하지 않는 안주다. 맛과 꼬치구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닭 꼬치구이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는 값싼 재료이고, 꼬치구이 대표주점 000는 맛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찾을 뿐이다.

또 요즘 유행 조짐을 보이는 셀프꼬치구이는 냉동재료여서 해물재료는 질기고 비린내가 많아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나마 먹을 만한 꼬치구이는 조선족들 밀집지역에서 많이 파는 양 꼬치구이다. 하지만 이것도 가끔 먹어야지 기름기가 많아 자주 먹기에는 부담된다.

▲ 꼬치구이도 맛있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맛이다
ⓒ 맛객
그런데 이 꼬치구이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꼬치구이가 이런 맛이었어?" 싶을 정도로 기막히게 좋다. 처음 접하는 재료도 있다. 오돌뼈처럼 오독오독 씹히는 이것은? 정체에 대해서 시민기자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에게 물었다.

처음엔 닭다리 관절이랬다가, 다시 닭 앞가슴 물렁뼈라고 하더니 이번엔 날개 쪽 관절이라고 한다. 괜히 물어봤다. 더욱 헷갈린다. 닭에 이런 부위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 소금구이로 나온 꼬치구이, 쫀득하게 씹혀 느끼하지 않는 맛이다
ⓒ 맛객
이번엔 소금구이 꼬치가 한 접시 나왔다. 기름기 '쫘악' 빠진 닭 가죽은 겉은 바삭하게 익혔고 속 부위는 쫀득하면서 부드럽다. 거기에 적당한 소금간이 느끼함을 없애준다. 맛이 이정도면 꼬치구이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물론 낮선 나라에서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맛보는 음식이어서 프리미엄이 얹어졌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만족스런 맛이다.

▲ 정종이나 맥주 안주로 좋은 꼬치구이
ⓒ 맛객

▲ 사진을 찍으려하자 꼬치구이 집에서 일하는 여자가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 맛객
이런 집 하나쯤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동네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면 참 좋겠다. 꼬치구이 몇 개 놓고 뜨끈한 정종대포 한잔 마시다 보면 이 겨울, 얼었던 몸과 마음도 다 녹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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