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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장점을 배우면서 좋은 친구가 되자.' 
한국과 일본 시민들이 자유롭게 만나 서로 배우며 우정을 쌓는 교류의 장 '2006 한국·일본 시민 친구만들기' 행사가 15일부터 2박 3일간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한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25명과 일본 <오마이뉴스 재팬> 시민기자 25명 등 한·일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아래는 재일한국인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장영미씨가 본 일본의 장점 소개 기사다. <편집자주>
"폐가 되지 않도록" 정화조 청소차인 것 같다. 통행인에게 폐가 덜 되도록 호스를 고정시키는 발판을 깔고 그 위로 매트를 깔았다. '보행자 통로, 발 밑 조심'
ⓒ 장영미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

일본에 살면서 제일 많이 접하고 그래서 제일 인상깊었던 것이, "히토니 메이와쿠 카케나이데!(人に迷惑掛けないで!)" 즉,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말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본인의 많은 장점들은 바로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 더불어 많은 문제점 또한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

처음 일본에 발을 내딛을 때 누구나 느끼는 점 중 하나는 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한국과도 비슷한 건물, 집, 거리인데도 왠지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여기서 품게되는 질문 하나, "이 차이는 도대체 뭐지?"

답은 간단하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쓸고 닦은 결과이다. 남의 눈을 의식한 사람들, 남의 눈치를 볼 줄 아는 사람들, 남 무서운 줄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눈.치.껏. 정리정돈한 결과이다.

요즘 일본은 학생들의 이지메(집단 따돌림)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어른 사회의 이지메도 그에 못지않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이다. 이웃사회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면 내 집앞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집 쓰레기가 이웃집 앞으로 굴러가기 전에, 우리집 낙엽이 옆집까지 날아가기 전에 적어도 하루 한번은 비를 들어야한다.

예전에 일본어 학교에서 만난 필리핀에서 온 친구가 해준 얘기다. 자치회에서 주관하는 동네 대청소 날 아침, 지역주민이 모두 모였다. 그런데 청소할 게 없어서 일찍 해산하고 말았다. 이웃들의 눈을 의식한 주민들이 전날 이미 자기집 앞 청소를 해두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폐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관혼상제가 그렇고, 아이들이 그렇다. 이런 건 눈감아 주는 게 예의다. 이렇게 서로 폐를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 있다. '오타가이사마(お互い様)', 서로 폐를 끼치는 같은 처지라는 말이다. 한국에선 이 오타가이사마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다들 마찬가진데 폐 좀 끼치면 어떠랴 하는 안이한 생각 말이다. 때론 뭐가 남에게 폐가 되는 지도 모르는 것 같은 경우도 허다하고.

일본인들의 장점들, 예를 들면, 친절하다, 겸손하다, 성실하다, 예의바르다, 차분하다, 꼼꼼하다 등은 대부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정신과 관련이 깊다할 수 있다.

받은 물건 적는 노트 받은 물건과 준 물건의 내용을 적는 노트. 가계부의 부록이다.
ⓒ 장영미

상부상조, 그러나 받은 건 꼭 갚는다

상부상조는 우리에게도 전해져오는 미덕 중 하나다. 지금도 경조사에 있어 부조는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확실히 목돈이 들어가는 경조사에 부조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받을 땐 좋은데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돌려줘야할 부채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가정경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일본인들도 결혼, 장례, 병문안, 출산축하 등의 경조사에 부조나 선물을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는 더 엄격한 격식과 룰이 적용되는 게 다르다. 경사에 내는 부조금 봉투와 조사에 내는 부조금 봉투가 다를 뿐 아니라 그 봉투를 보자기에 싸가지고 가기도 하는데 물론 보자기 색깔이 다르다. 장례식에 입고 가는 옷도 대부분 검은 색이고 아예 문상용으로 검은 예복은 거의 한벌씩 마련해놓는다.

이렇게 부조나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기록을 한다. 받은 사람 이름과 날짜, 금액, 선물내용 등을 적어놓았다가 (이런 용으로 제작된 노트가 판매된다. 가계부 부록으로 딸려있기도 하고) 반드시 감사엽서를 보내고 받은 금액의 20-30%에 해당하는 답례를 보낸다. 즉 주고 받는 걸 정확히 한다.

문상을 가서 3천-5천엔의 부조를 할 경우 6백-천엔 상당의 물건을 답례로 받는다. 나는 녹차를 받아보았다. 이사를 한 후 이웃에 5백-7백엔 상당의 수건이나 과자 등을 돌리면 그 중 몇사람은 비슷한 수준의 물건으로 답례를 한다. 병문안이나 출산 후 병원으로 찾아와 준 경우도 비슷하다. 어쩌면 그렇게 칼같이 기억했다가 답례를 하는 지 놀랄 때가 있다.

요즘 각 가정은 연하엽서를 만드느라 바쁘다. 관제엽서를 그림이나 사진으로 장식해 일년간 신세 진 분들께 신년인사를 하는데 이 때 배달되는 엽서가 40억장 이상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루에 배달된 한다발의 연하엽서는 그 사람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잣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받으면 꼭 답장엽서를 보내야한다. 이걸 안보내면 의가 상할 수 있다.

파고드는 집중력

12월 15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편 제15권이 출간되어 화제다. 15년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 작가의 역사관, 책의 평가는 여기서 논외로 하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역사를 파고든 집중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고교 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30년이 넘게 로마사를 연구해왔다는 작가. 15년 전 1편을 출간하면서 매년 한 권씩 써나가겠다던 약속을 지켜낸 작가.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거대한 작업이다.

일본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집중력이 아닐까싶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매진하는 사람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타쿠'는 일본 태생이다. 일종의 집중력이 빚어낸 집단이 오타쿠들일 것이다. 또한 일본에 쇼쿠닌(장인)들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다.

굳이 오타쿠나 쇼쿠닌까지 가지않더라도 주변의 평범한 일본인들에게서도 이런 특성은 곧잘 발견된다. 이웃에 친하게 지내던 아줌마 중에 아이 셋을 둔 이요코가 있었다. 일주일에 몇번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의 거문고인 오코토를 가르치는 선생이기도한 그녀는 매우 바빴다.

그러나 그녀는 밤마다 집의 평면도를 그리는 게 취미였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자기 집을 짓겠다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은 매일 밤 모눈종이 위에 그려졌다. 해를 거듭하며 그녀의 평면도는 몇권이 쌓였다.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다 참고하면서 평면도는 더욱 그럴 듯 해졌고, 책을 통해 집 짓는 노하우가 늘어갔다. 그러던 그녀가 드디어 집을 지을 것 같다. 아직 비밀스런 얘기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많은 예가 있지만 지면관계상(?) 여기에 다 소개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건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매진할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주위의 일본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파고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밥은 먹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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