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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북(minibook), 말 그대로 작은 책을 나타내는 말이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열풍처럼 전국을 강타하다가 중반 이후부터 사그라지는 현상을 보였는데 최근 다시금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로 출판되고 있다. <영웅문> 등 밀리언셀러 소설들이 좀 더 보기 편하게 휴대용으로 재간되는가 하면 이벤트용, 미관용으로도 속속 제작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작은 크기에 비해 가격 면에서는 기존의 책과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싸기 때문에 작은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작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미니북의 현재를 바라보노라면 문득 과거의 미니북 열풍이 떠오른다. 지금의 미니북 코드는 질과 편리함이지만 당시 미니북의 최고 메리트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었다.

80년대 후반에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는 최성진(32·의료기 사업)씨에 따르면 "다들 알다시피 당시까지도 대부분의 반 친구들은 용돈은 둘째치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참고서조차 구입하기 빠듯했다"며 "그런 가운데 나온 500원짜리 미니전과 치크는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필수서적이었다"고 말했다.

'치크'라는 이름으로 각 서점과 문방구에서 팔려나갔던 이 500원짜리 참고서는 교과서의 진도에 맞춰 수학풀이와 영어해석이 되어있을 정도로 내용이 튼실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당시로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회사원인 배용준(30·영업)씨는 만화책으로서 미니북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드래곤볼, 북두신권, 공작왕, 프래쉬맨, 세인트 세이야, 닥터 슬럼프 등 손바닥보다 조금 큰 500원짜리 일본만화책을 날이면 날마다 탐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작다는 이점까지 있는지라 수업시간에 참고서 밑에 숨겨놓고 친구들과 몰래 돌려보기도 했지요."

당시는 지금처럼 일본만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인지라 몰래 들어온 해적판만화가 득세했었고 이 미니북들은 그런 만화들이 자생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식을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했던 이 미니북들은 언제부터인가 각 서점과 문구점에서 비치량이 적어지는 듯 싶더니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구하기 힘든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해적판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제조업체 측의 수지타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했겠지만 당시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학창시절 굉장한 만화광이었다는 백재승(29·영업)씨는 말한다. "요즘의 신세대를 뜻하는 용어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의 우리들도 사회에서는 X세대로 불렸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고 용돈도 넉넉지 않았던 때인지라 당시의 우리들에게 치크나 해적판만화 같은 미니북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거리 중 하나지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 지나간 X세대의 흔적 중 일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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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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