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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양념 통닭
ⓒ 이효연
튀김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한국에 있을 때에는 몇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던 것이 프라이드 치킨이었는데 참 이상하게도 홍콩에 와서 살다보니 수시로 그 프라이드 치킨 생각이 납니다. 없으면 더 찾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니 정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거리에 흔하디 흔한 것이 호프집이지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홍콩사람들의 문화 덕분에(?) 저희 동네에서 호프집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고요. 게다가 한국에서 먹던 갓 튀겨낸 따끈한 치킨을 먹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홍콩의 올 여름,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바삭한 치킨 한 점을 베어 무는 순간의 행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입맛을 다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오죽하면 남편과 농담삼아서 '홍콩에다가 생맥주 가게를 하나 차리면 어떨까?"하는 말을 주고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별로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땀흘린 후에 주욱 들이키는 얼음같이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의 매력을 맛본다면 자꾸 찾게 될 것이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가을이 왔나 했더니 요 며칠 한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계속되기에 어제는 수퍼마켓에 가서 장을 봐오는 길에 장바구니에 맥주 몇 캔을 담아 왔습니다. 아쉬운 대로 집에서 닭튀김이라도 해서 모처럼 주말 저녁을 즐겨보려구요.

특별히 이번에는 양념통닭 소스까지 만들어서 '제대로' 한 번 먹어보자는 심산이었죠. 대충 토마토 케첩을 찍어 먹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고추장이 살짝 들어간 그 매콤한 양념통닭 소스의 맛은 따라가지 못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더운 한 여름을 생맥주 한 번 실컷 먹어보지 못하고 나게 되었다는데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 같은 것도 발동했던 것 같습니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이 아닌, 비록 지나간 신문지를 상 대신 펼쳐 놓고 먹는 닭튀김이지만, 이 양념통닭 소스 하나만 곁들이면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영 서운한 느낌이 들어 배도 금방 꺼지는 듯하니 이 양념소스의 역할이란 실로 상당히 큰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자장면을 먹을 때면 옆사람의 짬뽕 한 젓가락이라도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고기를 먹었으면 반드시 냉면으로 입가심을 해야 하고, 회를 먹고 나면 얼큰한 매운탕으로 마무리를 하듯, 통닭에는 양념소스가 곁들여져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 보편화 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사람이 즐기는 음식의 필수 코스자리에 이제는 이 양념소스도 당당히 한 몫을 차지하게 된 것이지요.

어린 시절, 어쩌다 통닭 한 마리가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뛸 듯이 좋아하며 소금, 후추만을 찍어 먹으면서도 감지덕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 달콤 새콤 매콤함이 어우러진 양념 통닭 맛에 혀끝이 매료되었던 것인지 그 기억도 새롭구요.

아무튼 세월이 많이 흐르고 사람들의 입맛도 변해 곁들여지는 양념의 종류도 변했지만 간식과 안주로서 통닭이 갖는 지위는 변함없이 꿋꿋한 걸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먼 훗날, 내 아이가 엄마가 되는 그때쯤에는 또 어떤 새로운 양념이 통닭의 파트너로 등장해서 사람들의 입에서 군침을 돌게 할지 궁금합니다.

5분이면 뚝딱! 양념 통닭 소스 만들기

재료

마늘 2큰술
토마토케첩 3큰술
고추장 1큰술
물엿 2큰술
설탕 1/2큰술
물 2큰술
버터 1큰술
통깨 1큰술

1. 뜨겁게 달군 팬에 버터를 넣고 다진 마늘을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줍니다. 버터를 넣으면 고소한 향이 더해져 맛이 훨씬 좋습니다.

▲ 몸에 좋은 마늘을 가능하면 많이 넣습니다.
ⓒ 이효연
2.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어 소스가 걸쭉해질 때까지 졸여준 후 닭을 넣어 소스가 골고루 스며들도록 중불에서 졸여줍니다. 너무 많이 뒤적이면 튀김닭의 옷이 벗겨져서 음식이 지저분해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 냉장고 속의 처치곤란이었던 눅눅해진 통닭도 문제 없습니다.
ⓒ 이효연
3. 바싹 졸여진 닭을 접시에 담고 통깨를 뿌리면 완성입니다.

▲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야채를 같이 담아낸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 이효연
매운 맛을 싫어한다면 고추장을 넣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도 좋지요. 물엿대신 꿀을 넣어도 좋구요. 당근이나 양파, 피망 같은 야채를 아주 잘게 다져서 넣으면 아이들에게 야채를 많이 먹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신 물기를 꼭 짜서 넣어야 소스가 질척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넉넉히 만들어 두고 냉장고에 보관(7일 정도 가능)하면서 쇠고기, 돼지고기, 새우 튀김 등 여러가지 튀김 요리에 이용해도 맛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empas.com/happymc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저렴한 돈으로 닭 한 마리를 장 봐오는 날이면 마음이 아주 넉넉한 것이 참 좋습니다. 백숙이며 튀김 , 볶음탕 , 그 어떤 요리를 만들어도 식탁이 넉넉하고 식구 모두가 행복해 하니까요. 요즘 조류독감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보도되던데. 양계하시는 분들 피해보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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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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