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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덥지 않은 날f씨가 유혹하는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블로그를 돌아보면 수많은 사진과 함께 개인의 경험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서점에도 여행기라는 이름의 많은 책이 있다. 여행이란 이렇듯 떠난다는 설렘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등이 어우러져 야릇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여행이 어디 쉬운가. 외국 여행 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대에는 여행의 느낌을 적은 기행문이 많은 흥미를 끌었지만 요즘은 어디에 뭐가 있다더라 하는 식의 여행기는 고리타분하기만 하다. 여기 작가가 여행을 하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한 독특한 여행기가 있다. 우리도 그 속으로 떠나 보자.

남들이 다 아는 도시 그런 파리 말고

▲ 겉그림
ⓒ 안그라픽스
우리가 외국 여행을 떠올릴 때 빠트리지 않는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를 귀차니즘의 대표주자인 스노우캣이 갔다. < Snowcat in Paris >(안그라픽스, 1만3000원). 저자인 권윤주가 2003년 1월 말부터 5월 말까지 4개월간 파리에서 체류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감각적인 그림으로 풀어낸 일러스트레이션 에세이집이다.

개선문, 에펠탑, 세느강, 퐁피두센터, 향수, 보졸레누보 와인, 몽마르트르 언덕 등 바로 파리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런 문화 아이콘에 스노우캣의 색채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추운 겨울 시청 앞 광장에서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맞춰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우리 나라도 겨울에 서울시청 앞을 스케이트장으로 만들었는데 파리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 책은 남들이 다 아는 관광명소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작가 권윤주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곳의 기억을 최대한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 겉그림
ⓒ 황매
작가주의 만화가로 불리는 박흥용은 만화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중 하나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황매, 8800원)는 미지의 인물 ‘딸기’를 찾아 나선 주인공이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 만화다.

소년은 동네 어귀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호두나무 아래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돈을 번다며 서울로 떠났는데, 소년은 이 만화의 제목이기도 한 호두나무 왼쪽길로 엄마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고교졸업반이 돼서야 소년은 엄마가 재가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믿음이 컸던 만큼 배신감도 더했다. 소년은 엄마를 기다렸던 그 호두나무를 불태운 뒤 떠나기로 한다. 소년에게 있어 오토바이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선 여행의 동반자였다.

소년은 엄마가 있을 서울과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무작정 호두나무를 벗어난 소년에게 첫사랑이었던 동네누나가 ‘딸기’라는 의문의 인물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래서 목적 있는 여행으로 변한다.

충북 영동에서 시작한 여행은 해남 땅끝마을을 거쳐 강원 정선에까지 이른다. 여행은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길인 동시에 성장하는 길이다. 여행의 목적이었던 딸기는 찾지 못했지만 딸기에 관해 알게 된다. 과연 딸기는 무엇이었을까?

강도도 날 막지 못해

▲ 겉그림
ⓒ 샘터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샘터, 9500원). 스케치와 카툰이 만난 여행기로 지은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글과 그림으로 옮겼다. 작가는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한 후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여행자금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별명이 오기사다.

이국적 풍광을 마주하고 그 앞에서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연상이 된다. 오밀조밀 그려진 그림에 서정적인 여백의 글. 마치 누군가의 스케치북을 열어본 느낌으로 전체적인 느낌은 < Snowcat in Paris >와 흡사하다.

다비드 상과 최후의 심판 그림으로 유명한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깜삐돌리오 광장. 로마 포로로마노쪽 베네치아 광장 바로 뒤쪽에 있으며 광장 바닥은 매우 신기한 문양이 있고 계단은 넓어서 올라가는데 숨이 차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여행을 계속할 만큼 작가에게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지은이가 그린 그림의 선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예산 때문에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했다는 편집자의 솔직함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


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권윤주 지음, 안그라픽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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