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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그리움이 남는다. 광주로 시집와 월세방을 전전하던 김시차(73)할머니는 처음으로 집을 장만했던 양림동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부모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불효자식이지만, "똑~ 똑~ 불꺼라"라고 외치던 집주인 말 한마디에 공부를 멈추고 잠을 자던 착한 딸내미에 대한 기억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낡은 집들이 많은 남구 양림동 280번지 일원 12만4340㎡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양림동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마을 코앞에 놓인 철길 때문에 지난 30년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이 곳은 2000년 8월 광주역에서 효천역에 이르는 10.8km의 철길이 폐쇄되면서 잠깐 조용해지는 듯 했으나 그 다음해 7월 주거환경개선사업이 확정된 후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개발단지 특성상 개발방식과 보상에 관한 문제를 사이에 두고 건설회사와 주민간, 가옥주와 세입자간, 조합원과 집행부간, 조합과 미 동의 주민간의 마찰이 시작되면서 마을은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이런 갈등은 마을 옆을 지났던 기차 굉음만큼이나 큰 충격으로 주민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무너지는 빈집과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도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주민들. 그들의 그리움을 담는다.

▲ 반경 100m 안에 이웃이라곤 단 한 집밖에 없는 276번지에 사는 김근식(85) 할아버지. 밥 먹는 시간과 잠 자는 시간만 빼고 매일 옥상에 올라와 철거장면을 지켜본다.
ⓒ 안현주
▲ 철거되는 양림지구에서 가장 큰 감나무다. 열매가 열렸지만 따 가는 사람은 없다.
ⓒ 안현주
▲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전망 좋았던 이 집은 불에 타 앙상한 철골만 남았다.
ⓒ 안현주
▲ 폐허가 된 자신들의 옛 동네에서 말없이 빈 집을 둘러보고 있는 주민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 안현주
▲ 누군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인형도 빈 집과 수명을 함께 했다.
ⓒ 안현주
▲ 페인트로 뿌려진 X 표시는 비워진 집을 뜻한다. 마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내놓았다는 표시다.
ⓒ 안현주
▲ 늦은 밤 적막을 깬 카메라 셔터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던지 개들도 창가로 나와 쳐다본다.
ⓒ 안현주
▲ 부러진 감나무에는 훌라후프 꽃이 피었다.
ⓒ 안현주
▲ 사람들은 사라지고 길냥이(길거리 고양이)들만 남았다.
ⓒ 안현주
▲ 지금 이 도시의 화려한 불빛들은 양림동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사람들 떠나간 빈 동네는 밤이면 더욱 적막한 어둠으로 채워진다.
ⓒ 안현주

덧붙이는 글 | 안현주 기자는 광주지역 무료일간지 광주드림(www.gjdream.com)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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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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