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야 안녕2] 동물이 주인공인 만화

05.07.22 16:15l최종 업데이트 05.07.29 19:11l

방학을 겨냥해 요즘 애니메이션들이 쏟아진다. 사자, 얼룩말, 기린, 하마, 비둘기 등 주로 동물을 이용한 작품이다. 광고에도 3B(Beauty, Beast, Baby)를 고려해 광고를 만들면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편집자주>

방학을 겨냥해 요즘 애니메이션들이 쏟아진다. 사자, 얼룩말, 기린, 하마, 비둘기 등 주로 동물을 이용한 작품이다. 광고에도 3B(Beauty, Beast, Baby)를 고려해 광고를 만들면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3B 중의 하나가 바로 동물(Beast)이다. 그럼 동물이 주인공인 만화는 무엇이 있을까?

박순구의 <휴머니멀>



	▲ 겉그림

	ⓒ 황매

우리의 내면을 의인화된 동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흰쥐와 치와와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이 겉 그림으로 있는 <휴머니멀>(황매, 7800원). ‘휴머니멀’은 동물들을 통해서 사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설정만 동물을 빌렸을 뿐 우리네 살아가는 세상과 다를 바 없다. 휴머니멀은 휴먼(human)과 애니멀(animal)의 합성어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들, 숨을 쉬며 살아가는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어느 흰쥐 이야기'에선 전쟁터에 간 젊은이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전쟁은 한 개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그가 지금껏 소중하게 품고 있던 추억도 앗아간다는 걸 이 이야기에선 말하고 있다.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슬프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식의 따뜻함이 있다. 잔잔한 내레이션 스타일로 엄마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감성을 움직인다.

‘당신의 골목은 어떤가요?’에선 팬더가 나와 골목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자살이란 뜻의 ‘수어사이드’에선 학업의 과중한 압박에서 괴로워 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비둘기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고래가 되고 싶어요’에선 가난한 철거민의 이야기를 어린 수달의 그림일기 형식을 빌려 얘기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 넘쳐 나는 웹툰 중의 하나가 책으로 나왔다고 가벼이 생각하기엔 ‘휴머니멀’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사진을 놓고 정밀 묘사해서 가령 호랑이를 그린 것이구나 하는 것도 있고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치켜뜬 눈에 으르렁거리는 이빨만 강조한 호랑이도 있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를 뿐 결국 그들은 같은 호랑이다.

이 책은 일단 동물들이 사실감 있게 나오니 누가 봐도 '이 동물을 어떤 동물이다'라고 알게 된다. 동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의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작가의 시도가 신선하다. 역시 밑바탕에 흐르는 건 사랑이다. 사랑이란 원재료는 똑같다. 하지만 어떻게 요리하고 정성들여 담느냐에 따라 그것을 맛본 독자들의 평이 나오는 것이다. 조금 부족함이야 본인 자신이 더 잘 알 테니 다음 작품엔 더 좋은 작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박순구라는 작가 앞으로 주목해도 괜찮을 작가다.

노(老) 작가의 만화



	▲ 겉그림

	ⓒ G&S

<이겨라 벤>(G&S, 7000원). <식객>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의 스승인 이향원의 작품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수철이와 꼭지를 위해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투견과의 시합에 출전하는 풋내기 투견 벤.

벤은 풍산개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래서 아무리 강한 상대와 맞붙어도 물러서지 않는다. 일종의 성장만화로 풋풋한 캐릭터는 잠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향원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작품이다. 이렇듯 노(老)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나경의 <오월의 개>



	▲ 겉그림

	ⓒ 서울문화사

<오월의 개>(서울문화사, 4000원). <사각사각>과 <빨강머리 앤>으로 유명한 작가 김나경의 작품이다. 개그 만화 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시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기르고 있는 강아지의 이야기인데 5월에 들어왔다고 해서 이름이 메이(may)가 된 골든 레트리버 종이다.

만화가들은 개와 고양이 등 동물을 좋아하는데 자신이 기르며 지켜보던 개를 작품화 했다는 데서 일상의 얘기와 재미가 묻어난다. 실내견은 강아지의 항문을 짜주어야 한다는 사실 등 상식도 배울 수 있다.

고양이가 아르바이트를?



	▲ 겉그림

	ⓒ 북박스

<알바고양이 유키뽕>(북박스, 3000원). 아즈마 카즈히로 작품이다. 취직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요즘, 그러나 어려운 것은 사람만이 아닌 모양이다. 이 만화에는 돈이 되는 것은 닥치는 대로 다 하는 아르바이트 고양이가 나온다. 그의 이름은 유키뽕 3살 먹은 수컷이다. 아르바이트 소위 알바라고 하는 일을 하는 이유는 굶어 죽기 않기 위해서다.

유키뽕은 다른 애완동물처럼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유키뽕은 주인을 원망하기는커녕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한다. 그러나 애써 번 그 돈도 주인이 뺏어 가는데…. 웃다 보면 어느새 더위도 잊을 만큼 작가의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사랑스러운 아기 해달 <보노보노>



	▲ 겉그림

	ⓒ 서울문화사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서울문화사, 3800원) 만화영화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진 그 보노보노의 원작만화로 아기 해달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의 작은 동물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만화지만 어쩐 일인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어떤 이는 이 만화가 갖고 있는 철학적인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동적인 만화에 길들여져 있는 독자들에겐 다소 답답할지도 모르지만 또 그런 것이 이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