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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사학과 최영태 교수의 조선일보 실체 규명 연구 제2탄이 나왔다. 전남대 5·18연구소가 펴낸 논문집 <민주주의와 인권>(2004년 제4권 2호, 10월 30일)에 기고한 논문 '1980년도의 기사를 통해서 본 조선일보의 정체성'이 그것이다. 이 논문에서 최 교수는 조선일보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가 아니라 파시즘 체제의 신봉자”로 규정했다.

최영태 교수는 지난 10월 15일 열린 ‘조선일보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에서 조선일보의 친일 행적과 합의 폐간을 증언한 바 있다. 서양사학자인 최 교수는 조선일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세가지 주제를 놓고 분석 작업을 수행했다. 그 제1탄이 <역사비평> 올 봄호에 기고한 ‘조선일보 폐간을 둘러싼 논란과 진실’이었고, 조만간 제3탄으로 남북관계 관련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1980년을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갈림길로 보고 “군부독재시대를 연장하려는 극우세력과 민주주의를 복원시키려는 민주화 세력 사이에 첨예한 대결 국면이 조성”된 시기로 파악했다. 이 시기에 “조선일보가 암울한 시대에 언론기관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도 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신군부 세력에 대한 적극적 동조를 통해 극우 독재세력의 대변지 노릇을 하고 파시즘 체제의 공고화에 기여했는지를” 살피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논문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및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왜곡 보도와 군의 정치 개입을 지지하고 부추기는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사태 발생 5일째 되는 5월 22일치 신문에서 처음 광주 사태를 보도했는데, 사태의 원인을 “전국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서울을 이탈한 학원소요 주동학생과 깡패 등 현실 불만 세력이 대거 광주에 내려가 사실무근한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퍼뜨린 데서 기인됐다”며 왜곡했다. 심지어 “광주사태를 고정간첩과 연결시킨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말을 여과없이 그대로 반복하여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군의 정치 개입을 고대”하면서 “전두환 용비어천가”를 반복하여 보도했다. 전두환이 8월 22일 퇴역식에서 한 말이 다음날 1면 톱기사의 제목(‘새역사 창조에 신명 바치겠다’)으로 오르기도 한다. 이날 ‘팔면봉(八面鋒)’은 전두환 찬가의 압권이었다.

통대소집일 공고. 새 역사의 장이 열리는 날. 8월은 정녕 민족의 달.
전두환 장군의 전역사. 평화적 정권교체, 구시대의 퇴조. 모두 국민의 마음.
오랜만에 정상으로 돌아선 기온. 천시·지리·인화의 삼위일체인가.


최 교수는 이와 같은 실증적 분석을 통해 “조선일보는 왜 민주화의 중요한 길목에서 매번 민주화 운동의 훼방꾼 노릇을 한 것일까? 조선일보는 왜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할 줄 모를까? 이것은 혹시라도 조선일보의 정체성에 근본적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최 교수는 정치 이념에 따라 그 계보나 성격을 “민주주의 제도의 발달과 보존을 추구하는 온건한 보수주의자와 온건한 진보세력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의 전복과 부정을 시도하는 극우세력과 극좌세력으로 분류한다면 조선일보는 어느쪽에 가까울까”라고 자문했다.

결론은 “군부세력의 권력 장악을 부추기고, 유신체제와 전두환 체제를 지지하며, 서구식 민주주의를 무분별한 수입품이라고 폄하한 대신 체육관 선거와 군사문화로 대변되는 소위 ‘한국적 민주주의’를 예찬했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가 아니라 파시즘 체제의 신봉자”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자유민주주의를 단순히 반공 이데올로기 정도로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조선일보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충실한 신봉자인 극우세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조선일보가 스스로 “보수주의의 중심세력이며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진단이다.

혹 그 엄혹한 현실에서 모든 언론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 최 교수는 “조선일보의 상황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한 흔적은 남겼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조선일보가 남겨 놓은 흔적이란 당시 언론 중에서도 가장 앞장 서 신군부에 협조했다는 기록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제도 언론 중에서 이런 행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은 조선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등 3개사였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끝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조선일보가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신문인지, 아니면 극우주의적 신문에 가까운 것인지 엄중한 감시와 검증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늘날 조선일보는 20년 전, 혹은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반민주적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화 세력들이 힘들어 가꾸고 쟁취해 준 언론의 자유를 오히려 민주화 세력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색깔공세는 조선일보가 민주화 세력들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하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방법이 조금 세련되었을 수는 있지만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다. 한마디로 말하여 조선일보의 폐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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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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