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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모든 사회문제에 대하여 칼자루를 쥐고 휘두른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정되고 강력한 추진력과 일사불란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반면 그 정책 입안과 집행 방향이 잘못 설정될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견제세력이 없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정부가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은 향후 중국의 발전을 담보해 가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중국인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중국공산당의 일당 영도를, 큰 나라를 혼란 없이 통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중국공산당의 정책결정 방향에 대해서도 대체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당 중앙의 정책이 방만한 하부조직으로 하달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부패와 아전인수식 재해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중국이 21세기 세계를 이끌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큼이나 그 이면에는 사회주의 모순과 자본주의 모순이 뒤엉킨 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⑥ 베이징 올림픽까지 '뜨거운 감자' 될 대만 문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은 90년대 중엽 이후 대만 문제가 중국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대만의 민의(民意, 대만이 실시 예정인 국민투표 결과를 염두에 둔 말)가 정책 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총통이 93주년 쌍십절(雙十節, 10월 10일 중화민국 건국기념일) 담화에서 "중화민국은 대만이며 대만이 중화민국이다"라고 주장한 데 대하여, 중국의 국무원대만업무처(國務院台灣事務辦公室) 장밍칭(張銘淸)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는 헌법 개정을 통한 대만 독립을 위한 민진당의 획책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국내문제이고 직접대화로 쌍방이 해결해야 하며 상호호혜의 원칙을 지켜갈 것(?內事務, 直接雙向, 互利互惠)'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한마디로 '지구상에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정부는 경제적으로는 교류와 협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철저한 정경분리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경제교류의 이면에도 불꽃 튀는 정치전략이 녹아 있기는 마찬가지다. 즉 민간교류로 정치협상을 이끌어내고 경제로써 대만정치를 포위한다(以民促談, 以商圍政)는 중국의 전략과, 경제교류를 통해 정치를 포위하고 경제로써 민간교류를 촉진시킨다(以商圍政, 以經促民)는 대만의 전략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이 국제 여론을 의식해 대만 공격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대만은 2006년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하고 2008년까지 독립을 마무리한다는 독립시간표를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당·정·군을 장악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누차 경고한 바 있고 중국 여론도 대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장쩌민보다 대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후진타오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안(兩岸)간 긴장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⑦ 경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과제 던지는 세계화 문제

2001년 11월 10일 WTO 가입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가 중국의 경제 및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인하(2005년까지 공산품은 8.9%, 농산품은 15% 하향조정 예정) 혜택을 등에 업은 유수한 외국기업과 경쟁해서 중국의 영세업체와 국유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한다면 대량실업과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비국유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인위적인 통제가 어려워져 경제운용이 세계경제의 흐름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정부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로 위안화 평가절상문제를 놓고 중국정부가 WTO와 선진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금전만능주의와 서구적 가치관의 무분별한 수용 등으로 정신적 폐해도 만만치 않다. 세계화 문제는 중국정부에게 내부적으로 경제체제의 동요를 수습하면서 외부적으로 세계경제체제의 간섭과 요구를 얼마나 조화롭게 조율해 가느냐 하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⑧부패와 범죄에 흔들리는 정부와 법률의 권위

많은 중국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부분을 이번 발표에서는 내치문제라고 두루뭉실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부패문제, 정치·법 체제 개혁문제, 당의 민주화 문제, 정부와 법률의 권위 하락 문제, 치안문제 등이 포함된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공산당이라는 절대권력이 스스로 정치와 법제체제를 정비하여 만연한 부패를 근절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은 향후 중국의 부침(浮沈)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이다.

사무엘 헌팅턴은 "전통적 규범이 강한 사회에서 일정 정도의 부패는 현대화를 촉진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중국의 부패 수위는 이미 그 위험수위를 넘어서 있다.

2003년 한 해 동안만 1만8000여명이 부패 문제로 처벌을 받았으며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부패 관리가 해외로 빼돌린 자금만 700억위안(약 10조 5000억원)에 달한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관리와 감독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과 시장의 병존 체제는 이권모사(以權謀私; 권력으로써 사적 이익을 추구), 화공위사(化公爲私; 공유자산을 자산화함) 등의 각종 부패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부패와 관련된 지하경제가 지방정부의 주요한 세수원이 되기도 하며 경제발전비용을 늘리고 있다.

이밖에도 개혁의 대상이었던 정부조직은 순기능을 상실한 채 시장화, 기업화하며 각종 부패사건에 연루되어 권위를 잃어가고 있으며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폭력배에 의한 강력 범죄 등 급증하는 범죄율도 사회불안을 부추기며 정부와 법률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⑨ 만연한 불신풍조로 멀기만 한 신용사회

중국에서 불신풍조는 유서가 깊다. 궁중의 내시풍습이나 도장문화도 어떻게 보면 모두 이 불신에서 기인한다.

"엄마 빼고 다 가짜"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허위장부와 거짓회계로 조작되는 주가에 대한 불신, 정부의 공공자원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 상거래에서의 계약과 가격에 대한 불신 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수많은 협약과 보증금이 필요한 비효율적인 사회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불신이 커지다 보니 자신과 사회적 관계망이 있는 사람만을 믿고 중용하려는 경향이 생겨나 부패를 가중시킨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정예푸(鄭也夫) 교수는 그의 저서 <신임론(信任論)>에서 중국 사회의 신용 결핍이 중국사회에 범람하는 비밀조직 또는 지하조직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인들은 법률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지하조직을 동원한 문제해결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결국 불신의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현재 신용수준은 선진국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하며 기업의 신용정도는 극도로 낮고 개인의 신용수준은 공백상태에 가깝다. 은행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각하여 금융위기를 가중시키며 시장경제질서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공신력이 없는 시장에 대한 투자와 소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중국국민경제에 거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⑩ 에이즈, 사스 등 심각한 공공위생문제

공공위생문제는 중국의 경제발전을 일순간에 날려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태풍이다. 작년 6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불어왔던 사스(SARS)의 악몽은 아직도 중국인의 뇌리에 선명하다.

문제는 의료 및 보건에 대한 열악한 기반시설과 낙후된 중국인의 위생관념은 사스와 같은 뜻하지 않은 태풍을 얼마든지 더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중의 하나가 에이즈(AIDS)이다.

중국은 1985년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 이후 경제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그 숫자가 증가하여 왔으며 현재 중국의 에이즈감염환자는 최소한 84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중국의 에이즈 환자가 2010년이면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갈수록 개방되는 성문화와 점점 극성을 부리는 매매춘 그리고 연 수입이 1000위안 미만인 농촌 지역 주민들의 무분별한 매혈(賣血) 등이 에이즈 확산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에이즈 환자는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으며 에이즈환자의 평균 수명은 18개월이다. 에이즈 환자 84만명 가운데 4만명은 관리를 받고 있지만 80만명은 아직도 대책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어 2차 감염 우려도 높은 실정이다.

상술한 것처럼 10대 아킬레스건 하나 하나가 모두 난제이고 중국의 장기발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들이긴 하지만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치열함이 결여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중국 내 인권문제나 티베트 등의 독립 요구와 소수민족의 분열 움직임, 파룬궁 문제, 정치적 민주화요구문제 등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은 비록 중국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절대 양보와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 번 터졌다 하면 중국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진정한 아킬레스건이 아닐까.

이 밖에도 급속한 자본주의과정에서 사회주의 모순과 자본주의 모순이 어우러지며 가치관의 혼란, 모럴 해저드 등으로 인한 아노미나 문화지체현상도 중국 사회를 좀 먹는 무서운 적이 되고 있다.

고구려사 역사왜곡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성장이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운 패권주의'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한 논리이다.

우리에게도 뭔가 '중국 다루기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외교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없는지 하나 하나 심도 있게 짚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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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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