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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눈엣가시일 것이다. 민언련이 아니면 언론개혁이 지금처럼 사회적 화두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조선일보반대운동도 없었을 것이고, 탈세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자전거를 아무리 돌려도 '자전거일보'라는 지탄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민언련을 공격할 소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니 신문 꼴이 말이 아니다. 미디어 담당 진성호 기자는 31일자 칼럼 ‘개혁 파는 개혁 장사꾼들’에서 “회원의 숫자가 겨우 1300명 수준에 10명의 활동가가 비좁은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내 글을 꼬투리 삼아 민언련을 공격했다.

언론운동단체의 당연한 몫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위원회 심의위원 선임을 두고 “그렇다면 그 규모나 능력에 비해선 너무 과도한 역할을 떠맡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과도한’도 모자라 ‘너무 과도한’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다.

전업 언론운동단체는 민언련이 유일하다. 민언련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지금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언론개혁을 위해 한 길을 걸어왔고, 그 결과 사회적 아젠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반대운동을 5년째 주도하고 있다. 능력과 역할이 과도한지 비범한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민언련은 단 한 사람의 회원도 불법으로 유혹하지 않았다. <조선>의 2백만 독자보다 훨씬 떳떳하고 자랑스럽다. 진 기자는, 그리고 조선일보는 일개 시민단체를 그렇게도 흠집내고 싶을까? 덩치값 좀 해라. 그 덩치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한다는 짓이 어째 다 그 모양인지!

<조선>은 9월 1일자 1~3면을 도배하여 시민단체 죽이기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해 565개 시민단체(NGO)에게 411억을 주었다는 게 1면 톱기사다. <조선>이 세운 YS 정권 때부터 시행해온, 그래서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 어째서 1면 톱이 되고, 2, 3면까지 도배해야 했을까? 과녁은 민언련에 맞추어져 있다.

2면의 박스 기사 ‘정권 비판신문 공격에 앞장선 시민단체 2곳, 정부가 수억 집중지원’을 보자. <조선>은 ‘정권 비판신문’이 아니라 ‘개혁정부 비난신문’이다. 민언련은 특정 정권과 관계없이 언론개혁을 위해 일로매진해왔고, 70여 단체들이 동참하고 있는 조선일보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이며, 꼭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쓴다. 방송위원회가 방송발전자금에서 시청자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방송법에 명시된 사항이다. 기자들도 다 안다. <조선>의 기자만 모르나?

따라서 3면의 <표>에서 민언련이 방송위원회로부터 받은 것으로 돼 있는 지원액도 지극히 정상이다. 언론재단도 그렇다. 언론재단이 언론운동단체 지원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가?

이 기사는 팩트도 틀렸다. 민언련과 언개연은 “신문 사주의 지분을 제한하고 신문시장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는 부분이다. 사주지분의 제한에 대한 민언련의 공식 입장은 없으며, 나 개인적으로는 점유율 제한을 지지하지 않는다. 언개연에 대해서는 나중에 입장을 표명할 때가 있을 것이다.

3면의 박스 기사 <“어떤 질문에도 답 못해” 민언련 등 일부 관련단체>를 보자. “2001년 이후 연구용역비를 포함해 3억여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구체적인 사업취지 및 내역을 묻는 본지 취재를 거부했다”고 돼 있다. 그리고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하다. 민언련과 민언련의 모든 관계자들은 조선일보의 취재, 인터뷰, 기고 등에 대해 반대운동 차원에서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니 마치 무슨 말못할 사정이나 있어서 답을 회피하는 것처럼 묘사해놓은 것이다. 대단히 악의적이다.

<조선>은 왜 민언련을 죽이지 못해 안달일까? 민언련이 언론개혁운동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언련 내에 약간의 이견이 있으니 내 의견만 말하자면, 언론개혁운동의 목표가 조선일보나 중앙, 동아를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조선일보반대운동은 다른 차원이다). 소유지분 제한이나 편집권 독립, 점유율 제한 등은 허상에 불과하다. 이런 내용은 이곳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

그리고 민언련은 언론개혁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를 신문시장의 정상화로 제시한 바 있다. 신문시장의 정상화 문제는 진성호 기자나 조중동도 말로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바다. 그러니 실천에만 옮긴다면 그 과제는 접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일개 시민단체와 힘 겨루기를 하기에 앞서 법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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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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