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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 남원에서 섬진강을 따라 곡성까지 가는 길은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아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그 길을 따라 갔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고장에 가서 판을 벌린 게 고작 연극과 풍자를 빙자한 저질 정치 '쇼'였다는 말인가?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30일 아침에 방영된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고정 꼭지인 '아주 특별한 브리핑' 세 번째 꼭지에서 문제의 연극을 소개했다. 그것도 아주 특별히 호의적(?)으로….

그 제목은 '정치인! 정치풍자를 하다'였다. 제목부터 호의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게 풍자였던가? 리포터는 포스터를 보여주며 출연자들을 소개한 후 분장실과 연습장면을 보여주었고 정병국 의원의 취지 설명과 박찬숙 의원을 짧게 인터뷰하였다. 현 정부의 경제실정과 수도이전, 과거사 문제를 풍자적으로 극화한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문제의 욕지거리가 등장하는 실연 장면도 보여주며 대사를 친절하게 자막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아니, 뭐 이런 개XX이 다 있어?" 그러면서 리포터는 "위엄 벗고 호남 민심에 다가가려는 야당", "호남 민심을 끌어안는 풍자극",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등 칭찬투로 연극을 소개했다. 단 "대사 때문에 논란의 소지도 있다"는 마지막 멘트로 최소한의 면피는 했다.

'아주 특별한 아침' 홈페이지에서는 '정치인! 정치풍자를 하다'를 이렇게 소개해 놓고 있다.

나경원, 심재철, 박찬숙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으로 구성된 의원극단 여의도가 전남 구례에서 첫 공연을 올린다. 작은 아들 경제가 죽자 아버지와 어머니, 큰 아들 민생이 갈등을 겪다가 경제가 살아나면서 화해한다는 정치 풍자극인데…. 구례 마을 주민들 앞에서 펼치는 야당 의원들의 정치 풍자극. 국회의원 스스로 연극을 통해 비판하는 현 정치, 경제 세태를 꼬집어본다.

전후 내용을 알고 취재에 들어갔을 텐데 연극의 내용이 예상과 달랐을 때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바꾸든지 포기하든지 해야 정상이다.

극단 대표라는 박찬숙 의원은 인터뷰에서 그 연극을 '행위예술'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담당 PD도 그걸 '예술'이라고 보는가?

아니나 다를까 '아주 특별한 아침'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봇물을 이루었다. 그 중 한 시청자의 의견을 소개한다.

남정희: 인터넷상에서 그 연극을 봤습니다. 그 연극이 정치판에서 경제를 풍자한 것인가요? 대한민국의 국민경제가 육시럴 넘의 한 분 때문에 그 지경이 됐습니까? 패러디가 뭡니까? 대상을 풍자하여 진실을 좀더 명료하게 드러내는 겁니다. 담당 피디와 기자, 진행자들은 그런 개념도 모릅니까? 공중파 방송을 진행하려면 적어도 제대로 준비 좀 하고 하십시오.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 보신 후 만든 프로그램인지? 지금 네티즌 의견을 보신 후 만든 것인지. 참 한심스럽습니다. 한나라당 풍자는 대통령 모독도 패러디?? 욕도 예술 ?? 헉~~~아침방송이라고 주부들을 뭘로 아시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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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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