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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신문시장의 불법 불공정 거래를 근절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신고포상금제를 반대하기로 당론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다.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 등 여야 의원 35명은 지난 9일 신고포상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한나라당 유승민 제3 정조위원장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불공정거래행위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도입은 어느 국가의 경쟁법에도 없는 제도"라고 전제한 후 "당연 위법인 담합과 달리 합리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리상 적절하지 않고 언론탄압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유 의원은 또 "신문판매시장의 불공정거래는 수많은 불공정거래 중 하나고 그 비중은 작다"며 "포상금제도는 법리와 형평성의 문제 외에도 언론탄압의 소지가 있다"는 말도 했다. 조중동을 겨냥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유 의원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문이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으니 경품규제 등이 명시된 현행 신문고시를 준수하면 될 것으로 본다"며 "현행 공정위의 자체인력으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상금제가 어느 국가의 경쟁법에도 없는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신문시장이 이렇게 혼탁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상품권도 성이 안 차 현금까지 동원하여 유혹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느 국가에도 없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실정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언론탄압을 걱정한다면 그 빌미가 될 수 있는 근원부터 제거하는 것도 상식이다(실상 포상금제와 언론탄압은 전혀 관계도 없다). 유승민 의원은 상식이 있는 국회의원인가?

그리고 현행 신문고시는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기에는 너무나 느슨하며 공정위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프랑스에서는 '경품증정판매 관련법' '상거래관련법', '경쟁증진관련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그것을 조건으로 신문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다만 아주 낮은 가격의 판촉물이나 동일한 신문의 지난 호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경품증정판매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최저 2개월에서 최고 2년의 금고형과 60 프랑에서 20만 프랑까지의 벌금형, 또는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되어 있다. 포상금제에 반대한다면 이에 준하는 입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것도 있다. 가정방문 판매 및 판촉과 관련한 소비자보호법에는 정기구독 계약을 의무화해놓고 있다. 계약은 매우 구체적인 형식에 부합해야 하며, 구독자가 1주일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법을 위반한 때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강제우송에 의한 판매도 형법에 의해 금지된다.

외국과 비교할 일도 아니다. 선거법의 포상금제는 물론이고 다른 시장분야를 들여다보면 포상금제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23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신고하면 대박'을 보자. 익명 제보자가 신고한 탈세현장이라며 17년 산 고급위스키 3천 개가 쌓여있었다. 값싼 양주에 에틸 알코올을 섞어 만든 가짜 양주였다. 국세청이 올해 초 신고포상금을 1천만 원으로 늘리자 신고건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것은 '음주탄압'일까?

최고 30만 원이던 불량식품 신고포상금은 5천만 원으로 늘어나며, 농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신고도 포상금이 200만 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의 회계부정 신고자에 대한 보상법률과 공직자부패 신고 보상법, 불법정치자금 신고 보상법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는 기업 활동의 자유, 가짜양주를 마실 수 있는 자유, 원산지 표시가 위조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자유, 회계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자유, 공직자 부패의 자유, 불법정치자금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것들도 반대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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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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