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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하고 있는 지율스님이 최근 바느질로 `천성산 살리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태형
천성산과 도롱뇽을 살리기 위한 지율스님의 청와대 앞 단식농성은 이제 45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가을 부산시청 앞에서 가졌던 두 번째 단식농성 때에는 다행스럽게도 45일 만에 단식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앞에서의 세 번째 단식은 양측간의 합의가 끝내 무산되면서 그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율스님은 합의가 무산된 12일 오후 “차라리 지금은 홀가분하다”면서 단식농성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지율스님은 “천성산의 생명이 내 생명보다 중요하다”면서 “60일까지 단식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어, 그의 단식농성은 극적인 돌파구 없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지율 스님의 육체가 60일까지 견디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태평양 건너 뉴질랜드에서도 고국의 천성산과 도롱뇽을 살리기 위한 서명 운동을 하고 있는 한 교민이 있어서 그를 만나보았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온 지 올해로 8년을 넘어서고 있는 이승욱(41)씨가 바로 그 주인공. 오클랜드 최대 규모의 정신병전문재활치료센터에서 심리치료실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자에게 점심시간을 내주었다.

10일 오후 1시 30분, 오클랜드 북쪽에 있는 한 한국음식점에서 마주한 그는 스님처럼 삭발을 하고 있었다. 이미 세 번이나 그를 만났으나 그의 까까머리가 새삼스러울 리 없었지만 이번에는 단식 중인 지율스님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예사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이제 도롱뇽이 아니라 지율스님의 목숨을 먼저 걱정해야 될 지경이 되었으니, 정말 한심한 노릇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의 노 대통령도 그렇고 이렇게 되도록 그냥 두고만 본 우리들도 마찬가지지요.”

지율스님에 대한 걱정으로 운을 뗀 그는 1시간 동안의 짧은 인터뷰 내내 이번 일을 나 몰라라 하고 내쳐두고 있는 청와대와 뒷짐 진 채 쳐다만 보고 있는 불교 조계종 종단과 환경단체들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멀리서라도 지율스님의 단식농성을 응원하고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택하게 된 것이 바로 서명운동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그가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천성산과 내원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인연도 작용했다.

“저는 대구가 고향이라 천성산이 비교적 가까워서, 대여섯 번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지내는 내원사의 한 스님 이름이 지율스님과 너무나 비슷한 지윤스님이었어요. 그래서 자꾸 이번 일에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하지만 <불교신문>과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서 보게 되는 지율스님의 소식은 너무나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벌써 세 번째 단식을 하고 계신데, 그것이 한 달을 넘기게 되자 이러다간 스님이 돌아가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두 번은 그래도 단식을 그만 둘 명분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상대방에게서 아무 반응이 없으니 스님도 단식을 그만 둘 명분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끝까지 가겠구나 싶더군요.

한편으로는 지율스님을 응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국제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지율스님이 단식을 그만 둘 수 있는 명분을 주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번 서명운동을 펼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탄원서를 영문으로 직접 작성하여 지난 7월 30일부터 서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탄원서 전문은 박스 기사 참고). 뉴질랜드를 비롯한 전 세계 40여개 불교단체들과 그린피스의 본부 및 전 세계 지부 등에 서명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와 함께 호주 출신의 스님으로 멜버른에 계시는 지광스님과 영국 출신의 스님으로 지금 스위스에 계시는 무진스님을 비롯해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60여명의 외국인들에게도 탄원서를 보냈다.

ⓒ 도롱뇽의 친구들
또한 다음 카페 ‘뉴질랜드 이야기’ 등과 같이 해외 교민들과 유학생들을 회원으로 가지고 있는 카페 운영자의 도움을 받아 전체 메일 공지를 하는 등 지금까지 약 500여 통의 탄원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고 한다.

“요즘 스팸메일 차단 기능이 워낙 좋아서, 아마도 많은 경우에 열어보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약 100명 정도가 서명을 해서 회신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린피스 본부에서도 답장을 보내주어, 지역 활동가 난에 게시하면 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조언을 해주었지요.

제가 알고 지내는 웰링턴의 한 키위(뉴질랜드인) 변호사는 지난 70년대 반전운동 이후로는 한 번도 이런데 서명을 해 준 적이 없다고 하는데, 기꺼이 서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국민이 30일씩이나 단식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이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할 수 있는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그는 뉴질랜드에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8년 이상을 뉴질랜드에서 살았지만 이번 일과 같은 경우를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개발에 앞서서 철저하게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뒤늦은 반발로 개발업자와 지역주민 간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02년 11월, 오클랜드와 그 남쪽의 해밀턴 사이를 연결하는 1번 고속도로가 통과하고 있는 작은 마을인 메리메리(Meremere)의 도로공사구간에서 벌어졌던 도로공사 중단 사태는 그 드문 경우 중의 하나이다.

당시 뉴질랜드 도로공사(Transit New Zealand)에서는 굴곡이 심해 사망사고 다발지역으로 악명 높은 이 구간의 기존 고속도로를 대체할 새로운 도로 공사를 벌이고 있었는데, 부근에 살고 있는 한 마오리 부족인 나티 나호(Ngati Naho)족이 공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새로 놓는 고속도로가 그 부근에 흐르고 있는 와이카토(Waikato) 강에 살고 있는 타니파(Taniwha)의 서식지를 침해한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운 반대의 이유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타니파는 한국의 용이나 이무기처럼 강이나 늪지대 등에 산다고 전해지는, 마오리 전설상의 동물이지 실재하는 생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뉴질랜드 도로공사측은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이들과 협상을 벌였다. 결국 타니파 서식지를 관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원래 설계보다 좀 더 가파른 도로를 놓고,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 옆으로는 30미터에 이르는 돌담을 세워서 타니파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협상을 벌이는 두 달 동안 중단되었던 도로 공사는 합의가 된 이후에 다시 재개되었고, 2006년에 이 구간을 포함한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현재 아무 문제없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이승욱씨는 실재하지도 않는 전설상의 동물조차도 고려하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런 뉴질랜드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번 천성산 사태와 이에 따른 지율스님의 단식농성을 몹시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이번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도 최소한 현재 진행 중인 이른바 ‘도롱뇽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번 일이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되어야 할 텐데, 국내에서는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 등 몇몇 신문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언론매체와 방송에서는 관심을 주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번 일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서, 영문으로 탄원서를 작성하여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펼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탄원서를 보내지 못한 200여개의 불교단체와 환경단체들에게도 시간나는대로 틈틈이 탄원서를 보내서, 국제사회에 이번 일이 널리 알려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서명을 받은 탄원서가 수백통 모아지면 그 때 가서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지난 10일 동안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일에만 매달려서 겨우 100여 통을 회신 받았다고 하니, 수백 통의 탄원서를 모으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좀 더 많은 교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한인회와 같은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더니 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번 일은 정치적인 일이라 관변단체의 성격이 짙은 한인회 등에서 발 벗고 나설 성격의 일은 못 되지요.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인터넷에서 사람들 많이 모이는 게시판에 글 올리고 카페 운영자의 협조를 얻어 회원 전체 공지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서명 작업을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서명 작업이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일이지만, 그 서명 작업이 효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지율스님의 생명에 탈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지금 현재로서는 가장 염려되는 일입니다.”

이승욱씨는 지율스님의 목숨 하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청와대의 침묵이 결국은 지율스님을 죽음으로 이끌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미선ㆍ효선 양 추모 촛불 들기 행사를 조직한 바 있던 그가 이번 일로 그 때보다 더한 슬픔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문 탄원서

Korea is Destroying Its Environment! Please sign this petition and Help us
Save the World


Dear President Roh, Moo-hyon,

A Buddhist nun, Ven. Ji-yul Sunim has now been fasting for 31 days (July 30,
2004) because she has no other way in which to have her voice heard. In
spite of promising to the contrary, you are going ahead with destroying yet
another mountain, Chung-sung Mountain which is the natural habitat of the
salamander in Korea. An entire eco-system is at stake in an already
desperately ravaged (by war, by development, by greed) country for you are
continuing to enforce the railway construction without having done any
proper environmental assessment.

‘A better life-style,’ ‘a better economy’ and ‘a better future’ are
the slogans that are leading to us killing ourselves. The salamander, one of
our planet’s smaller creatures, is Ji-yul Sunim’s emblem. She is now no
more than a flicker in the wind as she pursues her third fast this year. How
can you stay mute. Are we, too, going to just stand by and watch? No! Here
are the signatures of people from around the world who protest your action.

As Ji-yul Sunim said in a recent interview, “As a Buddhist nun, I feel
fortunate to find a good reason to give up my life. I can only hope that
people take my act as an opportunity to consider what we have done to
ourselves, what we are looking for, and who we are. Then I will have nothing
left to regret.”

Please help the Korean Salamander!

Be a Friend of the Salamander!



Signed

(Date, Name, Country)


Note: Please return this petition to salamandersfriends@hotmail.com

/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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