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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8월 12일자 방형남 논설위원 칼럼 '여론은 죽었는가'.
"오늘날 이 땅의 여론과 언론은 철저히 무시당할 만큼 하찮은 수준이 아니다. 1815년 나폴레옹이 귀양지 엘바섬에서 탈출해 파리에 입성할 때까지 20일간 나폴레옹을 '악마→늑대→나폴레옹→황제폐하'로 바꾸어 부르면서 기회주의로 일관한 프랑스 신문처럼 줏대 없는 언론이 아니다."

<동아일보> 8월 12일자 방형남 논설위원의 칼럼 '여론은 죽었는가'에 나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서 어떻게 이런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그렇다면 일제 때는 일제 찬양, 박정희 때는 박정희 찬양, 전두환 때는 전두환 찬양을 한 <동아>는 1815년의 프랑스 신문과 뭐가 다른가?

방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 대에서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국민 5분의 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외로운 지도자'가 현재의 노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반성하고 열심히 공부하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이 날 <동아>의 지면이야말로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반성하고 열심히 공부하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친일진상 규명과 관련한 자신의 행적, 군사독재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전력, 그리고 신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19.5%(언론재단 조사) 등과 관련하여 반성은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1면 톱은 '8·15 광복 특별기획-한국, 이젠 미래를 말하자'였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뻔하다. 과거사 진실규명에 대한 여론을 덮으려는 것이다. 과거사 규명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의 기획의도는 과거사를 덮고 미래만을 얘기하자는 것이다.

4, 5면에는 관련 시리즈로 도배되어 있다. 3회에 걸쳐, '비전이 흥망을 결정한다', '미래준비의 현주소', '변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등을 다룬다고 한다. 12일자 4면의 대문짝만한 제목이 '과거 매달린 比-中東 20년째 경제 뒷걸음'이었다. 제목만으로 충분히 기획의도를 읽을 수 있다.

6면에는 객원대기자라는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가 거들고 나섰다. 최 교수는 '역할분담론에 관해서'라는 칼럼에서 조중동이 '참칭'하고 있는 '비판언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역성을 들고 있다.

"도대체 과거사란 그 사실 여부를 객관적이고도 중립적으로 천착해야 할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지 정치판에서 편을 갈라 그때그때의 정파적 이해에 따라 선악의 의미 부여를 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도 정부가 나서서는 안 되고 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만 제한해야 옳겠다. 역사적 지식에 밝다는 언론학자의 태도는 아니다.

<동아>의 기자와 논설위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음을 조롱하면서 미래를 준비하자고 너스레를 떨고, 학자는 '객원대기자'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과거사 규명에서 손을 떼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방형남 논설위원의 글로 돌아와 맺고자 한다. 방 위원은 지지율 20%를 시험에서 20점을 받은 학생에 비유했다. 신뢰도 19%(이는 평균수치이니 동아의 신뢰도는 더 낮을 것이다)의 <동아>가 지지율 23%의 대통령을 나무라니 쓴웃음이 나온다.

방 위원은 결론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무능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무감각 무책임이 더욱 두렵다"고 했다. 방 위원이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신의 모습이다. 줏대 없이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해온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말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무능도 문제지만 <동아>의 무감각 무책임이 더욱 한심하다. 오늘의 프랑스 신문 만큼만 해라.

[전문보기] 방형남 칼럼 - 여론은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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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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