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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와 언론개혁국민행동이 공동 주최하는 '언론개혁 입법안 마련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가 지난 3일 열려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토론회가 왜 더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언론개혁에 대한 개념도 정립하지 않은 채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행동의 김영호 공동대표는 "언론개혁이 뒷받침되기 위한 언론개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언론개혁은 신뢰받고 존경받는 언론으로 태어나기 위한 것으로 언론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이 언론개혁의 대상"이라고 했다고 한다.

무슨 공론화가 더 필요할까? 근래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는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일보> 6월 9일자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5.2%가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실천만 남은 셈이다. 특히 방송개혁과 달리 신문개혁은 조용히 진행되어야지 이렇게 논란을 확산시킬 일이 아니다. 이게 정쟁이 되고 시간을 끌게 되면 신문개혁은 물건너간다.

언론개혁이 존경받는 언론으로 태어나기 위한 것일까? 다시 말해 신문개혁이 조·중·동을 존경받는 언론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 발상이 언론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법의 강제에 의한 편집권 독립과 소유지분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3일 토론회에서 김재홍 의원은 "언론개혁의 핵심인 편집권 독립을 실효성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1인 사주에 의한 지배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했고, 김승수 교수는 "소유지분을 15~20% 이하로 제한하고, 한 사업자가 15% 3개 이상의 사업자가 50%의 시장점유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것은 친위 쿠데타에 의한 혁명적 상황이 도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상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이나 해보았을까?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했다고 해서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신문이 편집권이 독립돼 있든지 아니든지, 1인 사주의 지배체제든지 말든지, 이 자체가 핵심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체제와 구조에서 생산되는 신문상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그 가치대로 소비되는지가 중요하다. 시장에는 다양한 구조의 신문사와 신문상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신문시장의 문제는, 편집권 독립이 돼 있지 않은 1인 사주 지배체제에서 생산된 불량상품들이 무가지와 경품을 앞세운 불법·불공정거래에 의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치대로 소비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이 현실에서 타개책은 무엇일까? 조선 동아의 1인 지배체제를 해체하고 편집권이 독립된 '존경받는 언론'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걸 왜 우리가 나서서 애를 써야 하나? 소유지분을 제한 또는 분산시킨다고 해서 1인 지배체제가 해체되지도 않으며, 편집권 독립도 법의 강제에 의해 실현되는 게 아니다.

김 의원이나 김 교수의 희망대로 만에 하나 입법이 된다 해도 위장 분산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나머지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리 되면 작은 매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조선, 동아는 이런 계산을 다 해놓았다.

김 교수의 시장점유율 제한 방안도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경품을 금지하고 무가지를 더 낮은 비율로 제한하면서 포상금제도를 만들어놓는 한편으로 공동배달제를 시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선택해야 옳다. 굳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김 의원이나 김 교수의 선의의 주장은 조·중·동을 겨냥한 것으로 회자될 수밖에 없다. 조·중·동이 '신뢰받고 존경받는 언론'으로 태어나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소유지분을 제한해서 될 일이 아니다. 변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언론개혁이다. 남은 토론회와 입법과정에서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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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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