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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란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단언한다. “나라가 쪼개지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 남북화해에만 매달려 그렇단다. 경의선 개통조차 시쁘다. 예의 안보위기라고 목청을 돋운다. 안보 위기론자들이 참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남침 가능성을 걱정할 만치 숫보기일 리는 없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부르대기는 경제 위기론을 들고 나서면서 적잖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은 물론, 예전보다 씀씀이가 줄어든 이들에겐 제법 호소력도 있을 법하다. 우리도 어려운데 북의 눈치를 보며 쌀을 보내준다는 선동이 꼬리를 문다.

게서 서지 않는다. 소름이 돋을 만큼 이들의 과녁은 치밀하다. `지금 우리 군은 무엇하는 곳인가'라는 <조선일보> 사설을 보라. 도대체 무슨 쪼간일까. 누구에게 무엇을 부추기는 추파일까.

기실 경제 위기론이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기름값은 오른 반면 떨어지는 반도체값은 분명 현실이다.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등의 해외매각이 어려워 위기가 커진단다. 구조조정이 늑장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오해 없도록 전제해둔다. 오늘 한국경제가 건강하다고 주장할 뜻은 전혀 없다. 세계경제가 `기침'할 때 해외 의존도가 심각한 한국경제가 `독감'에 걸릴 것은 은유가 아니라 과학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빌미로 녹아 내리는 냉전의 얼음장을 되얼리려는 세력들에게 있다. 심지어 일부 윤똑똑이들은 오늘의 경제 `위기'를 남북화해 정책 탓으로 몰아붙인다. 햇볕정책으로 우리만 녹아 내리고 있다는 칼럼이 줄을 잇는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한국경제의 개혁은 절박한 과제다. 김 대중 정권의 경제정책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권이 경제개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수구언론의 주장처럼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정리해고 칼날을 더 휘두르지 못해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재벌개혁은 정작 소리만 큰 빈깡통이면서 공기업 해외매각엔 팔걷고 나서기 때문이다.

한강다리에 이어 백화점이 무너져 애꿎은 시민들이 집단으로 숨졌음에도 우리는 경제성장의 신화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구제금융 체제는 그 우둔함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중년 남성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려 자살에 이른 오늘을 우리는 또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문지면과 텔레비전 화면에 위기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도 정작 위기의 본질 분석은 가뭄을 면치 못한다. 신자유주의에 올바르게 대응해야 할 담론들이 여론화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 또한 수구언론들이 이 땅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가야 할 길이 많음에도 수구언론들은 되레 우리 사회를 거꾸로 돌려세우고 있다. 오늘의 경제상황을 이유로 남북화해 정책을 뒤틀려는 수구세력들의 이짐은 얼마나 끈질긴가.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오늘의 `위기'를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화해는 절박한 과제다.

6·15 남북공동선언에도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천명한 바 있다. 비록 발전이 더디더라도 미국과 일본쪽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민족경제의 내일을 내다보는 철학이 아쉽다. `세계화의 덫'에 불나방처럼 덤벼든 한국경제의 위기를 이유로 남북화해 정책에 제동을 거는 냉전세력의 행태를 예의 주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의 삶을 옥죄며 권위주의적 경제성장의 단꿈에 젖은 세력들은 오늘도 소리 높여 `구조조정'을 여론화하고 있다. 민중의 각성이 자신들의 기득권에 불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은 냉전체제가 영원무궁하길 갈망한다. 잘못된 위기여론을 부추기는 수구언론의 존재로 인해 오늘 참다운 여론 형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겨레가 갈라져 서로 뜸베질하며 천문학적 군사비를 탕진하는 나라를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미군이 활개치고 국가보안법이 억압하는 땅에서 우리 딸과 아들들의 깨끗한 삶마저 찌들 순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누구와 싸워야 할까. 자명하지 않을까. 갖은 논리로 추한 몸을 가리고 있지만 엄존하고 있는 반민족·반민주 세력이 그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10월 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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