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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개편 때마다 각 방송사는 공영성 강화를 내세우지만 이는 선언으로만 그칠 뿐 실천으로 옮겨지는 일은 드물다. '공영성 강화'는 그저 말뿐이고 개편의 기준은 결국 시청률이 좌우하게 된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 만한 프로그램들은 우후죽순 신설되는 반면, 고품질의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저조하면 가차없이 폐지되고 만다. 또한 일각에서 아무리 거센 비판이 쏟아져도 시청률만 높으면 고무줄 편성으로 연장방송이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매번 각 방송사의 개편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수용한다는 기본 목적에서 벗어나 시청률 경쟁의 각축전으로 변질되었다.

이에 매비우스는 각 방송사의 가을 정기 개편에 즈음하여 방송 3사의 기존 프로그램들을 모니터한 결과 시청률 높이기에만 연연해 애초의 기획 의도를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폐지를 요구하게 되었다.

또한 시청자 주권 실현의 토대가 되어야 할 방송 3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토요일 오후 12시 10분이라는 동일한 시간대에 편성돼 시청자의 다양한 시청권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각 방송사별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맞편성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한다.

다음은 방송사별 폐지대상 프로그램 목록이다.

SBS

1. 뮤직 엔터

가요에 대한 모든 정보와 인기가수에 대한 얘기를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알려주는 가요 정보쇼를 표방해 음악 전문 잡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정작 표지를 들추어보면 스타급 가수들의 광고 촬영 현장이나 팬클럽 창단식 현장 등을 발빠르게 쫓아다니는, 음악과는 무관한 가수 개인의 사사로운 활동에 대한 홍보 화면으로 가득하다. 결국 <뮤직 엔터>에는 뮤직은 없고 가수만 있는 셈이다.

게다가 특정 가수의 뮤직 비디오를 몇 주 연속으로 보여주며 광고방송을 능가하는 간접광고를 하기도 한다. '최초 공개', '특종' 임을 남발하며 소개되어지는 소식들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 내용을 재탕하는 것이어서 마치 <한밤의 TV연예> 중에서 가수들과 관련한 부분만 따로 떼어 보여주는 듯하다.

똑같은 내용을 재탕 삼탕하며 마치 새로운 프로그램인양 제목만 바꾸어 내놓는 무성의한 제작의 산물 <뮤직 엔터>에서 특별한 존재 의미를 찾기 어렵다.

2. 한밤의 TV연예

언론과 시청자 단체의 집중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좀 더 다양한 정보와 심도 깊은 기획물의 제공 등을 명분으로 <한밤의 TV연예>가 확대 편성된 지 한달여.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공언은 허언에 그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카메라는 여전히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파라치처럼 쫓아다니며 스캔들 캐기에 바쁘고 특정 연예인의 드라마, 영화, CF 촬영 현장에서 늘어놓는 리포터의 찬사에 공공연히 신제품 홍보가 이루어진다.

보다 큰 문제는 자체 기획의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중 문화 현장과 경향을 진단하고 그 흐름을 분석하는 깊이는 드물고 좀 더 흥미있고 자극적인 영상을 짜깁기해서 시선끌기에만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다.

주 2회 방송으로 갑자기 양을 늘린 탓인지 소재의 중복이 많고 MC와 리포터의 실수도 잦아 '준비된 프로그램'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통 프로그램 외에도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에까지 연예 정보 코너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이미 차고 넘친다. 확대된 <한밤의 TV연예>가 애초에 약속했던 여타의 프로그램과 차별된 연예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의 변신이 어렵다면 과감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애초의 주 1회 방송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이다.

3. 멋진 만남

8월말 미혼이었던 남희석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개인홍보 프로그램으로 착각했는지 내용 전체를 결혼 이벤트로 요란하게 장식하며 떠나면서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만남>은 껍데기만 남았다.

홍경민, 이동건, 이지훈 등 새로운 MC를 영입한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출발에 비해 더 이상 참신하지 않은 구태의연한 기획력으로 인해 식상하기만 하다. 자구책으로 내놓은 '아이 러브 스쿨'의 경우 인기스타와 인터넷을 통해 찾은 스타의 동창들이 만나 회포를 풀게 하고 동창 10여명으로부터 스타의 과거를 들어본다.

그러나 방송용으로 포장된 재회의 순간에서 동창들은 스타를 돋보이기 위해 동원된 들러리일 뿐. 심지어는 특이하게 생겨서 좋다는 스타의 말에 인격적인 모욕까지 받아가며 그저 그 스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못말리는 데이트'는 남희석과 이휘재 둘의 대결에서 세 명의 대결로 확대, 예전에는 그나마 데이트 코스의 개발이라는 의미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서로 선택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존의 짝짓기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졌다.

결국 새로운 진행자에 의해 변신했다기보다 오히려 기존의 개성이 퇴색하고 구태의연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퇴보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었던 프로그램을 개인 사정으로 저버리는 진행자의 무책임함과 애써 기존 프로그램을 답습하려는 제작진의 무성의함에 시청자들은 불쾌하기만 하다.

4. 남희석의 토크 콘서트 색다른 밤

<남희석의 토크콘서트 - 색다른 밤>은 특급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맨 남희석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토크쇼의 장을 열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남희석의 출연자 말꼬리를 잡는 말장난식 입담은 개그맨으로서의 성공 요인은 되었을지 몰라도 출연자를 우선 배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하는 토크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남희석은 진행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코너에 초대된 출연자들 간의 대화를 매끄럽게 연결하거나 프로그램 흐름을 주도하지도 못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토크쇼 단골 메뉴인 연예인 신변잡기보다 더 자극적인 상대방 '헐뜯기'라는 소재를 끌어들였다.

'못 다한 얘기들을 감정없이 해보자' 취지로 마련했다는 '스타 속풀이' 코너에서 출연자들은 인신 공격에 열을 올린다. 서로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공격부터 사사로운 개인 감정까지 듣기 민망한 표현들이 난무한 뒤 "사실은 서로 굉장히 친한 사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설명으로 이를 무마하려 한다.

자기들끼리 농담삼아 주고받을 법한 이야기들을 방송에서 반말까지 섞어 해대는 것은 공중의 영역인 방송을 철저히 연예인들의 개인적인 잡담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으로 편집되었던 장면을 "이래서 편집되었습니다"란 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사례는 시청자를 기만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MBC

1. 목표달성 토요일

무언가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모습 중의 하나일 것이고 노력 뒤에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은 반드시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게 마련이다. 제목에서부터 그런 감동적인 장면을 연상하게 되는 <목표달성 토요일>, 그러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감동은 고사하고 과연 이들이 내세우는 목표가 무엇인지, 또 그 목표는 달성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현재 목표달성 토요일을 구성하는 코너는 '스타챔피언', 'GOD의 육아일기', '꼴찌탈출' 등 세 개. 이 중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기획의도를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는 코너는 '꼴찌탈출'뿐이며 그나마 이 코너도 그 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꼴찌탈출'은 현재 2기 꼴찌들을 새로 구성한 상태인데 1기 꼴찌들이 인기를 얻자 그 인기의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더구나 선발 과정에서 10 대 2 싸움이야기와 초등학생용 신주머니, 고무줄 교복 등을 이용, 온갖 우스운 상황을 연출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통해 꼴찌를 탈출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떻게든 튀어서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10대의 애처로운 열정과 이를 이용해 흥미를 유발하려는 제작진의 얄팍한 상업적 의도가 맞물려 애초의 기획의도는 실종된 지 오래다.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해 의미 없는 게임을 하며 듣기 민망한 인신 공격성 발언이 난무하는 '스타 챔피언', 예측 불가능한 어린 아기의 행동들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GOD육아일기'의 경우에서도 과연 무엇이 목표인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꼴찌탈출'과 'GOD육아일기'는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기한을 연장해가며 고무줄 늘리듯이 늘리고 있다.

<목표달성 토요일>은 이처럼 시청률 올리기만이 목표로 보일 뿐, 제목에서 의미하는 진정한 목표 달성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어 결국 뚜렷한 존재 의미를 제시하지 못한다.

2. 스타 레볼루션

혁명이라는 것은 현재의 제도나 관습 사고방식 등을 급격히 바꾸어 전혀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 혁명의 의미를 프로그램 제목에서부터 짙게 풍기는 프로그램이 바로 <스타레볼루션>.

제작진들은 기존 오락프로그램의 스타 시스템에 과감히 도전하여 신인들에게 비중을 두고 그들에게 스타 탄생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간판 코너인 "지명도를 잡아라"를 보면 스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진해서 오락의 도구로 전락한 스타 지망생들이 애처로울 뿐이다.

인지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온몸을 내던지며 뻘밭을 뛰어다니고, 용기 백배를 위해 군중이 모인 거리에서 마치 광인처럼 자기PR을 하는 등 극기 훈련을 방불케 하는 장치들을 통해 과연 그들의 연기력이 향상되고 그들이 스타로 등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국 출연자만 신인일 뿐 연예인 괴롭히기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나마도 인기 그룹 문차일드에게 자리를 내주고 요즘 한창 유행인 연예인 도전 시리즈에 편승해 버려 신인 발굴이라는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겠다던 제작진의 선언은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뿐이다.

KBS

1. 야, 한밤에

토크 박스라는 새로운 토크 장르와 서세원 특유의 재치가 어우러져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서세원 쇼>의 인기 여세를 몰아가려는 듯 진행자 역시 서세원을 내세웠다. 문제는 진행자의 위치만 확실할 뿐 프로그램 성격이 정체불명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인들이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불효 사연을 소개하는 '불효자는 웁니다', 음주운전 추방을 목적으로 취중 퀴즈의 우승자에게 리무진 귀가를 제공하는 '취중 퀴즈, 환상 귀가' 등의 코너들을 배치, 다양한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했다.

그러나 어느새 연예인의 가십 거리를 도마 위에 올려 파헤치는 '진실 혹은 대담', 매회 윤종신, 김현철, 이현우, 윤상 등 고정 게스트가 값비싼 음식을 먹으며 서세원과 잡담을 나누고, 젊은 여성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노총각 파티' 등의 코너로 대치되어 버린 현재, 패밀리 버라이어티 쇼는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뿐이다. 또한 <서세원 쇼>와 출연진의 중복이 심해 화요일에 본 연예인을 목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보아야하는 지경이다.

이처럼 명확한 색깔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서세원이 진행한다는 의미만 부각된 <야, 한밤에>는 <서세원 쇼>의 연장이라는 의미 외에는 특별한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새로운 재미나 차별성 없이 제목만 달리한 프로그램에서 또 다시 같은 진행자의 얼굴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로운 진행자와 새로운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출발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다양한 볼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방송3사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바란다.

매주 토요일 낮 12시10분,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들은 KBS , MBC , SBS <열린 TV, 시청자 세상> 등 방송 3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이 거의 동시에 시작되는 현상을 접하게 된다.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이 그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청 사각지대만을 배회하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이처럼 고정 시간대에 정착하게 된 것은 발전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왜 하필 모두 같은 시간에 편성이 되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프로그램들이 맞편성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가지만 골라 보아야하는 상황에서 시청자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볼 권리는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편성에 따른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시청률 경쟁의 감시자가 되어야할 옴부즈맨 프로그램마저 경쟁사와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타사 프로그램과의 경쟁 때문인지 현재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건전한 방송비평이라는 원래 취지보다 자사 프로그램 홍보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엉뚱한 내용들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시청자 의견 반영은 10여분 정도에 그칠 뿐 아니라 이나마도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칭찬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한 프로그램을 집중 분석하는 코너 역시 줄거리와 하이라이트 장면 소개, 출연 연예인 인터뷰 등을 통해 프로그램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이처럼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이 궤도를 벗어나 점점 각 방송사의 홍보물로 변질되고 있어 옴부즈맨 프로그램 비평을 위한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하나 더 만들어져야할 지경이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시청자 주권 실현이라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청자들이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접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청권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방송사별 편성의 변화가 시급하다. 또한 방송사 주도의 타 프로그램처럼 상업적 논리에 의한 접근보다는 독립성이 확보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 의견 반영의 폭을 확대하고 비판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매비우스는 이러한 시청자의견을 반영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공개질의서를 방송 3사에 보냈습니다. 방송 3사는 10월 5일까지 서면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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