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12 20:02최종 업데이트 22.12.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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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휴게소장과 우리나라에서 휴게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팀장, 휴게소 납품업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8년간 근무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의 모습. 2022.9.9 ⓒ 연합뉴스

 
휴게소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전까지 하더라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고객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였습니다. 주말마다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고 화장실과 배고픔에 급한 고객들에게 다른 선택이란 없었습니다. 그냥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야만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휴게소에 오랫동안 종사하였던 분들은 한목소리로 휴게소 이용객이 노령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 층의 소비는 눈에 띄게 줄었고 대부분의 소비는 40~60대 남성이 전부라고 합니다. 평일에 출장 가는 직장인, 주말에 놀러 가는 가족 단위 손님을 빼면 거의 맞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교통량이 줄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코로나 전에도, 코로나 기간에도 고속도로 통행량은 계속 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자가용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며 2021년 고속도로 교통량은 역대 최대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고객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휴게소 음식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 달리는 댓글들이 있습니다.

- 휴게소는 화장실만 가는 곳
- 여행 가기 전 마트 들르세요. 휴게소에서 돈 쓰기 아깝네요.
- 휴게소에서 음식 사 먹을 돈으로 목적지에서 좋은 거 드세요.

바로 선택적 소비, 더 정확하게 말하면 휴게소가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만 이용하고 어떠한 상품도 구매하지 말자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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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더는 필수 코스 아니야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휴게소 실내 매장 취식 금지는 우리나라 국민의 휴게소 이용 습관을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휴게소는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필수 코스도 '묻지마 소비'를 하는 곳도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너무 많습니다. 물론 수도권은 여전히 휴게소가 부족하지만 이건 휴게소를 지을 부지가 없기 때문일 뿐, 최근 문을 연 안산복합휴게소, 서부산휴게소, 수도권 중심에 있는 시흥복합휴게소의 매출을 보면 교통량이 곧 매출을 보증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체리 피커(Cherry Picker) 소비 문화 때문입니다.​
  

체리 피커 ⓒ Unsplash

 
체리 피커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말합니다. 케이크 위에 놓여 있는 체리만 쏙 빼먹는 행위에 빗대 나온 말로 본래는 신용카드 발급 시 제공되는 서비스 혜택만 누리고 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고객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매우 현명하며 새로운 정보를 다루는 데 익숙합니다. ​저는 휴게소 쇼핑 매장에서 2~3만 원 정도의 반팔 T 한 장을 사며 핸드폰으로 동일 상품을 검색하는 젊은 고객을 자주 보았습니다. 농산물 매장에서 과일 1박스를 앞에 두고 네이버에서 가격 비교하는 모녀도 보았구요.

이분들은 이제까지 휴게소를 들렀던 고객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소비를 합니다. 젊고 스마트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분들은 높은 구매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휴게소 상품은 거부합니다.

'왜 내 돈 내고 불편한 소비를 하죠?'

​소비자의 입장에서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은 현명한 소비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체리 피커가 많아지면 매출은 나오지 않지만 비용만 증가하므로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휴게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휴게소가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에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휴게소가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에는 화장실, 주차장, 쓰레기, 흡연 부스, 와이파이, 고객정보센터(무료 팩스, 인터넷, 복사), 수유실, 휴식 공간, 화물차 샤워실, 세탁실, 수면실, 기사 식당, 주유소 차량 셀프 코너, 주유소 무료커피·무료생수, (선택) 분실물 무료택배, 각종 이벤트 등이 있습니다.

이 비용을 감당하려면 누군가의 소비가 필요합니다. 소비가 없다면 휴게소 무료서비스는 유지될 수 없으니깐요. 또한 아무리 작고 이용객이 없는 휴게소라고 하더라도 일정 거리마다 휴게소는 있어야만 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선택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휴게소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이 소비할 수 있는 휴게소로 변화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공기업도 풀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 문제를 공무원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휴게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변화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교통량이 많은 길목에서 되지도 않은 상품을 팔아도 살 거라는 안이한 인식부터 버려야 합니다. 늘어나는 도로, 늘어나는 휴게소는 물리적으로 더는 휴게소 독과점이 유지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또한 손안에 든 정보, 체리 피커의 현명한 소비문화, MZ 세대의 부상은 휴게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커다란 혁신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휴게소만 몰랐을 뿐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독과점은 끝나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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