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8 04:58최종 업데이트 22.11.08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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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2021년 7월 1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는 이날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탈탄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국제연합(UN)은 환경보고서를 통해 기후붕괴 마지노선인 1.5℃ 상승을 넘어 2.8℃ 상승을 경고했다. 아울러 신속한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것만이 남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탈탄소를 위해 탄소국경세 도입이 임박했음을 예고했고, 베트남은 정부가 주도하여 아세안 청정에너지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탈탄소 전환 시대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독립적인 기후평가 기관 저먼워치(German Watch)와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지구촌 온실가스 90%에 책임이 있는 61개국의 온실가스 배출과 탈탄소 이행 노력을 종합해 매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100점 만점에 26점을 받아 60위에 머물러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인 중국조차 52점으로 38위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정적 평가를 받고도 그동안 버텨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까?


지금껏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시장에 온실가스가 새 규칙으로 들어오고 있다. 당장 2023년부터 EU로 수출하는 상품은 탄소국경조정제(CBAM) 적용을 받는다. 탄소국경조정제는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목표를 위해 지난 6월 도입했다.

이에 따라 EU로 수입되는 철강, 플라스틱, 알루미늄, 전기 등 9개 품목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된다. 해당 품목 수입업체는 2023년부터 탄소배출량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EU에 제출해야 한다. 탄소국경세는 2027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 9월 국회미래연구원은 203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탄소국경세 부담액이 8조 2456억 원으로 수출 예상액의 11.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수출액 대비 탄소국경세 부담비율은 석유정제 36.4%, 철강 23.8%, 운송장비 8.8% 등이다.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 전자 등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수출액 대비 5~8% 내외라는 점에서 수출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탄소국경세를 미국도 적용한다니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의회는 지난 6월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청정경쟁법(CCA)을 상원에 제출했다. 2024년 시행한다는 미국의 탄소국경세는 정유, 석유화학, 철강, 알루미늄, 펄프와 종이를 포함해 12개 품목에 적용된다.

EU와 미국이 시작하면 중국도 국경세를 도입할 것이다. 이리 되면 탈탄소 노력을 안 해온 우리나라 제조업들의 수출 길은 전면적으로 막힌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2021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2.1%(직접 37.9%, 유발 24.2%)라고 발표했다.

기후 선도국? 빈말 잔치는 그만!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인천항 컨테이너 부두 ⓒ 인천항만공사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는데, 수출 길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세계 10위 GDP를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도 붕괴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9월 한국을 탄소국경세에서 제외해 달라는 건의서한을 EU에 보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EU와 마찬가지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고, 탄소국경세가 세계무역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 건의는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 파우감 사무부총장은 직접 EU의 탄소국경세를 옹호했다. 또한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우리나라와 같지 않다. EU는 기업 배출 온실가스의 57%에 비용을 매기는 유상할당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작 10%를 유상으로 하면서 그것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철강, 석유화학 등). 그 차이 47%가 바로 탄소국경세로 부과된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해법을 찾아야 할 중대한 시기에 헛발질을 하고 있다.

정부는 어떨까? 10월 26일 윤석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가 기후 대응 선도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기차 사업장들이 해외로 나가는 판에 2030년 무공해차 450만 대를 보급하겠다고도 했다. 현실성도 가능성도 없는 빈말들 잔치다. 산업계와 정부는 탄소국경세 대응 역량이 없어 보인다. 제조업이 떠난 자리에서 노동자와 가족, 지역공동체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시민공동체에서 탈탄소 해법을 찾아보자. 이를 위해 시민들이 당사자가 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법과 제도, 예산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이런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바이든은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정의40'이라는 행정명령을 내린다. 연방정부 기후예산의 40%를 시민공동체에 할당한다는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가 그랬듯이 우리도 정부의 기후예산 약 2조 4800억 원(2023년)의 40%를 시민공동체에 할당하면 어떨까? 시민공동체를 통해 재생에너지 30%(RE30)를 달성하고, 기후회복력을 갖는 것이 기후대응 선도국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지금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산업과 일자리의 몰락이 있을 뿐이다. 기후행동 꼴찌에서 벗어나 중간이라도 가려면 시민공동체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이 청정에너지와 기후회복을 이끌어가도록 법, 제도, 예산을 만들 때다.
 

오기출 /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오기출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겸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7년부터 기후위기 현장에서 기후난민들의 자립을 지원해온 기후운동가입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CS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관심영역은 △무역에 온실가스가 포함되면서 구성되는 세계질서 변화 △기후위기와 인권, 식량, 전쟁, 테러의 상호 관계 △기후위기로 땅, 공동체가 붕괴된 마을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복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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