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6 18:18최종 업데이트 22.10.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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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기자말]
슈퍼마켓에서 친환경(혹은 유기농) 과일과 채소는 일반적으로 비(非)친환경(비유기농) 제품과 구별하기 위해 친환경농산물(유기농) 농식품인증마크가 표시된 포장에 담겨있다.

일반 농산물처럼 친환경(혹은 유기농) 농산물을 포장없이 판매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상품 판매대의 표시판이나 푯말에 인증사업자의 성명, 전화번호, 포장작업장 주소, 인증번호와 인증기관명, 생산지 등 '인증품의 인증표시사항'을 표기하여 다른 상품과 섞이지 않도록 판매대, 판매구역을 구분하면 된다[1].


그러나 대부분의 친환경(혹은 유기농) 농산물은 인증품 마크가 표시된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 재질로 감싸진 채 팔린다. 일반 과일이나 채소보다 가격이 높은데다, 비포장으로 유통·판매하는 과정에서 상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생산자와 판매자가 과대 포장을 선택한다[2].

이 때문에 매장 진열대에 펼쳐 놓여 있는 일반 과일과 채소 대신 건강과 가치소비를 위하여 친환경(혹은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구매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많이 배출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유기농 전문 매장인 풀무원 올가홀푸드 ⓒ 풀무원 올가홀푸드

   
농산물 무포장부터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2022년 1월 1일 소매업체에서 30여 가지 과일과 채소를 플라스틱으로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3]. 또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 제정에 합의했다. 다자협의체 및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플라스틱의 생산·유통·소비·재활용 및 폐기물 처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순환성을 개선하는 조치[4] 등을 마련하도록 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 발맞춘 조치다.

선도적으로 플라스틱 포장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3월 '순환경제실행계획'을 발표한 이래 같은 해 7월 '플라스틱세'를 채택하였고 12월에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규제'를 발표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책임을 강화했다[5].

프랑스의 플라스틱 포장 판매 금지에 해당하는 품목은 과일로는 사과, 바나나, 오렌지, 배, 감귤류, 멜론 파인애플, 망고, 키위, 자두, 레몬, 자몽, 패션프루트, 감, 클레멘타인 등, 채소로는 부추, 가지, 호박, 오이, 감자, 당근, 둥근 토마토, 양파, 양배추, 무 등이다. 무게가 1.5kg 이상이거나 잘라서 제공하는 과일, 여러 개를 한꺼번에 파는 섬세한 과일인 라즈베리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류는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금지 적용 시점을 늦췄다.  

프랑스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다른 재료 또는 재사용, 재활용 가능한 포장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으로 수년에 걸쳐 플라스틱 포장 금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6].  2023년 6월 말까지 방울토마토, 강낭콩, 복숭아에, 2024년 말까지는 상추, 아스파라거스, 버섯, 일부 샐러드, 허브, 체리, 시금치 등에 적용된다. 2026년 6월까지는 모든 과일과 채소에 대해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할 예정이다[7]. 

2021년 판매된 과일과 채소의 약 37%가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프랑스는 이번 조치로 연간 10억 개 이상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8]. 2026년 6월 30일이 지난 다음에 기존 포장재 처분을 위한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고 그 이후에는 플라스틱 포장 시 최대 1만 5000유로(14일 현재 환율로 2094만 57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스페인도 프랑스를 따라 무게가 1.5kg 미만인 과일 및 채소 제품용 농산물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하는 법을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9][10].
 

농산물 무포장 현장 ⓒ 농림축산식품부

 
우리나라 정부도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 및 유통'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지난 2월 '양파 낱개 판매 시범행사'를 열었다. 2월 17~23일 일주일간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각 5개 대형마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GS더프레시), 모두 96개 점포에서 실시한 이 행사로 양파 판매량 173톤을 기준으로 약 11만 5000개의 플라스틱 양파망(1.5kg들이) 폐기물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11].

6월 20일부터는 5개 대형마트와 협조해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를 확대했다. 정부가 무포장·낱개 판매를 추진하는 농산물은 일부 점포에서 이미 낱개로 판 적이 있는 양파, 파프리카, 당근, 양배추, 고구마, 무 등이고 이 농산물을 시작으로 추후 대형 마트와 협력하여 무포장·낱개 판매가 가능한 농산물을 지속해서 발굴할 방침이다[12][13].

꼭 포장이 필요하다면

농산물의 플라스틱 포장 금지가 전적으로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사용 금지에 따라 포장용 종이의 사용이 늘어 환경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14]. 다른 관점에서 농산물 플라스틱 포장이 필요하다는 옹호 의견도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 ⓒ FAO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식량의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으며 과일과 채소는 거의 절반이 낭비된다. 과일과 채소는 전 세계적으로 다른 어떤 음식보다 높은 낭비 비율을 보인다.

신선농산물 포장업체인 '스테팩(StePac)'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개리 워드는 "농산물 산업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많은 부분이 청과물 보호와 신선 농산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손실과 낭비로 폐기되는 농산물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나 차지하지만, 농산물을 손실과 낭비로부터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은 배출량에서 아주 작은 비율을 차지할 뿐"이라고 플라스틱 포장을 옹호했다.
 

UNEP의 ‘음식물 손실과 낭비 인식의 날’ 포스터 ⓒ UNEP

 
그러나 영국의 지속가능 자선단체인 '랩(Wrap)'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과일과 채소의 구매를 유발해 더 많은 음식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사과, 바나나, 브로콜리, 오이, 감자가 플라스틱 포장없이 판매된다면, 연간 1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과 10만 톤의 음식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15].

약하고 상처받기 쉬워서 제품 보호를 위해 혹은 유기농 표시, 원산지 표시 등 라벨링이나 신선도 유지 등 유통 과정의 필요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포장해야 하는 농산물의 특성을 고려해 플라스틱이나 종이의 대안인 친환경 포장재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농산물 포장업계에서 제시되고 있다[16].
 

LSDH의 샐러드 포장 ⓒ LSDH

 
프랑스 샐러드 브랜드인 LSDH그룹은 포장 샐러드 제품(Les Crudettes)의 투명 폴리프로필렌(PP) 포장을 재활용이 가능한 기능성 종이로 대체했다. 포장 및 종이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몬디(Mondi)[17]가 개발한 친환경 포장재는, 95% 종이원료에 기능성 차단층을 씌워 최대 10일 동안 샐러드가 신선하게 유지되게 하여 기존 플라스틱 포장과 동일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종이제품인데도 재활용성 기술 전문 평가기관인 'CEREC'에 의해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로 확인받았다.

효율성과 제품 품질, 친환경 사이에서 최상의 절충안을 달성했다고 말하는 새로운 농산물 포장재가 있다. 리버포드(Riverford)가 새롭게 개발한 네이처플렉스(NatureFlex)라는 포장재는 셀룰로오스와 바이오폴리머의 이중 적층체로, 잉크 및 접착제를 포함한 모든 재료가 가정용 퇴비로 활용될 수 있다.

일반 가정용 토양 환경의 온도에서 26주 이내에 미생물 작용을 통해 분해된다. 모든 포장 구성요소는 EU의 표준인 'EN 13432: 2000'의 여러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다. 이 표준은 퇴비화 및 생분해로 회수할 수 있는 포장에 관한 요구 사항을 설명하고 포장의 최종 승인을 위한 검증 계획 및 평가 기준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직접 포장지를 퇴비화하지 않고 제품 포장지를 리버포드사로 보내면 회사의 폐쇄루프 유기물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퇴비로 활용된다[18].

아예 포장을 없애 옛날처럼 장바구니에 낱개로 담든, 종이로 대체하든 아니면 새로운 포장재를 만들어내든 채소와 과일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 가는 듯하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민주·장가연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출처]

[1]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고시 제 2021-4호], 유기식품 및 무농약농산물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행정규칙/유기식품및무농약농산물등의인증에곤한세부실시요령/

[2] 최나영, (2022.9.5), 반 발 나간 '친환경' 선물세트 포장재…아직 갈 길 멀다, 뉴스펭귄.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20

[3] Inga de Jong. (Jan.07.2022..) "France's plastic ban uncovered:NGO argues fruit and veg exemptions dilute law's ambition". Packing Insights.
https://www.packaginginsights.com/news/frances-plastic-ban-uncovered-ngo-argues-fruit-and-veg-exemptions-dilute-laws-ambition.html

[4] 외교부 보도자료, (2022.3.3), 5차 유엔환경총회 폐막,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마련 등 논의. 기후환경과학외교국 녹색환경외교과, 외교부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2142

[5] KOTRA, (2022), 유럽 주요국의 탈플라스틱 정책 및 시사점, KOTRA

https://www.jeju-sp.com › notifications › innovation
 

[6] Angelique Chrisafis. (Dec.31.2021). "That's a wrap: French plastic packaging ban for fruit and veg begins".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dec/31/thats-a-wrap-french-plastic-packaging-ban-for-fruit-and-veg-begins

[7] 임병선, (2022.1.3), 2022년 과일 채소 플라스틱 포장 금지된 나라, 뉴스펭귄
2022년 과일·채소 플라스틱 포장 금지된 나라 < 제로웨이스트 < #지구해요 < 기사본문 - 뉴스펭귄 (newspenguin.com)

5 Angelique Chrisafis. (Dec.31.2021). "That's a wrap: French plastic packaging ban for fruit and veg begins".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dec/31/thats-a-wrap-french-plastic-packaging-ban-for-fruit-and-veg-begins

[9] Louis Gore-Langton. (Oct.08.2021.) "Ripe for change? Spanish Royal Decree targets plastic fruit & veg ban as industry decries food waste risks." . Packing Insights.
https://www.packaginginsights.com/news/ripe-for-change-spanish-royal-decree-targets-plastic-fruit-veg-ban-as-industry-decries-food-waste-risks.html

[10] Emily F. (Nov.04.2021). "France bans plastic packaging for fruits and vegetables from 2022". PRODUCE REPORT.
https://www.producereport.com/article/france-bans-plastic-packaging-fruits-vegetables-2022

[11] 김관태, (2022.2.18), 양파 무포장 낱개 판매 추진…'망 폐기물' 줄여 탄소중립 기여, 한국농어민신문r

[12] 유통소비정책관 식생활소비진흥과.(2022.6.19.) "양파, 파프리카 필요한 만큼만 사세요."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https://mafra.go.kr/mafra/293/subview.do;jsessionid=GzXb427-ZHEw4Zttw2qZ0KVW.inst11?enc=Zm5jdDF8QEB8JTJGYmJzJTJGbWFmcmElMkY2OCUyRjMzMDQ1NSUyRmFydGNsVmlldy5kbyUzRg%3D%3D

[13] 김관태. (2022.2.18.) "양파 무포장 낱개 판매 추진…'망 폐기물' 줄여 탄소중립 기여."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312
 

[14] 임병선.(2022.1.3.) "2022년 과일 재소 플라스틱 포장 금지된 나라.", 뉴스펭귄.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56

[15] Natalie Craig.(Jun.27.2022). "Produce packaging ripe for innovation". Packworld.
https://www.packworld.com/news/sustainability/article/22184368/produce-packaging-is-ripe-for-innovation

[16] Emily F. (Nov.04.2021). "France bans plastic packaging for fruits and vegetables from 2022". PRODUCE R Natalie Craig.(Jun.27.2022). "Produce packaging ripe for innovation". Packworld.
https://www.packworld.com/news/sustainability/article/22184368/produce-packaging-is-ripe-for-innovation
EPORT.
https://www.producereport.com/article/france-bans-plastic-packaging-fruits-vegetables-2022

[17] Newsroom, (Oct.21.2021), Les Crudettes salads stay fresh in Mondi's recyclable functional barrier paper, Mondi.
Les Crudettes salads stay fresh in Mondi's recyclable functional barrier paper (mondigroup.com)

[18] Natalie Craig, Produce packaging ripe for Innovation, Packaging World.
Produce Packaging is Ripe for Innovation | Packaging World (pa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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