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15 14:08최종 업데이트 22.09.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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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2022 글로벌 리포트 : 불타는 지구... 이상기후 현장을 보다'를 내보냅니다. 폭염, 폭설, 산불, 홍수와 같은 각종 이상기후 현상과 현지인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원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는 '장마'라는 개념이 없다. 일본 기상청의 장마 관련 발표 대상 지역에 홋카이도는 들어가 있지 않다. 장마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물론 홋카이도에도 매년 5월 말에서 6월에 걸쳐 2주 정도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에조(蝦夷) 장마'라고 하는 것이 있긴 했다('에조'는 홋카이도에 살던 아이누족의 옛 이름으로 홋카이도를 과거에는 에조라 부름). 하지만 이것은 본격적인 장마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았다.

그러던 홋카이도에 올해 엄청 비가 내렸다. 6월 강수량이 홋카이도 전역에 걸쳐 평균치를 상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선 곳도 있었다. 홋카이도 중북부의 아사히카와(旭川)시의 경우 평년치보다 2.7배나 많은 189mm의 강수를 기록해서 1889년 이 지역 통계치가 집계된 이래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록적인 강수량은 홋카이도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7월에도 이어졌다. 홋카이도 동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구시로(釧路)시에서는 7월 강수량이 평년치(120.3mm)의 2배 가까운 238mm를 기록했다.
 

2022년 8월 9일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현 아지가사와시의 한 편의점 앞에서 폭우로 불어난 물에 차량이 잠겼다. ⓒ 연합뉴스

 
비만 많이 온 것이 아니다. 덥고 습했다. 구시로(釧路)시의 7월 평균기온은 19.2도로 관측치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삿포로(札幌)시에서는 7월 평균기온이 사상 네 번째로 높은 23.1도를 기록했다. 평균 습도도 높아서 구시로(釧路)시에서는 91%, 하코다테(函館)시에서는 85%를 기록했다.

보통 홋카이도 하면 비교적 쾌적하고 서늘한 여름 날씨로 유명했다. 겨울에 춥고 눈이 많긴 하지만 여름에는 선선한 편이어서 피서지로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 홋카이도 날씨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예년과 다른 벚꽃 개화와 장마

홋카이도의 심상찮은 날씨 변화는 이미 올 3월부터 관측되기 시작했다. 3월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벚꽃 개화(開花) 시기가 앞당겨지고, 개화에서 만개(満開)까지 이르는 시간도 단축됐던 것이다. 홋카이도 중남부에 위치한 오비히로(帯広)에서는 올해 3월 평균 기온 1.2도로 역대 여섯 번째로 높은 3월 평균 기온을 기록했다.


기온이 올라가자 예년보다 빠르게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홋카이도 남부 하코다테(函館)에서는 통계 집계 이후 세 번째로 빠른 4월 21일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비히로(帯広)에서는 4월 22일 개화가 시작되어 불과 3일 뒤인 4월 25일 만개, 동북부의 아바시리(網走)에서도 4월 27일 개화가 시작돼 3일 후인 30일에 만개가 관측되었다. 두 곳 모두 통계 집계 이후 개화에서 만개까지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인 것이다.

이상한 날씨 변화가 감지된 것은 홋카이도만이 아니다. 일본 열도의 본섬인 혼슈(本州)와 세 번째로 큰 섬인 규슈(九州)에서도 예년보다 훨씬 빨리 장마가 끝나는 현상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매년 장마철의 시작과 종료를 공식 발표하는데, 올해는 6월 27일에, 규슈(九州) 남부, 도카이(東海) 지방(일본 혼슈에서 태평양을 면하고 있는 미에(三重)현, 아이치(愛知)현, 시즈오카(静岡)현, 기후(岐阜)현) 그리고 간토오코신(関東甲信) 지방(동경도(東京都)를 비롯해 그 주변의 도치기(栃木), 군마(群馬), 사이타마(埼玉), 이바라키(茨城), 치바(千葉), 가나가와(神奈川), 나가노(長野), 야마나시(山梨)현을 포함한 9개 지역을 지칭)에서 장마 종료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예년에 비해 장마가 훨씬 빨리 끝난 것이다. 규슈(九州) 남부의 경우 예년보다 18일이 빨랐고, 도카이(東海) 지방과 간토오코신(関東甲信) 지방의 경우, 예년보다 무려 22일이 빨랐다. 더욱이 시코쿠(四国: 혼슈 남부에 위치한 에히메(愛媛), 고치(高知), 카가와(香川), 도쿠시마(徳島)의 4개현으로 이루어진 섬)와 츄고쿠(中国) 지방(혼슈 서부 지방으로서 돗토리(鳥取), 시마네(島根), 오카야마(岡山), 히로시마(広島), 야마구치(山口)의 5개현을 포함)에서도 평년보다 빠른 장마 종료가 기록되었다.

'장마가 일찍 끝나면 날씨가 좋아지니 좋은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지나치게 장마가 일찍 끝날 경우 강수량 부족으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이상 고온 현상까지 겹치게 될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6월 말 시점에 시코쿠 섬의 고치(高知)현에 위치한 사메우라(早明浦)댐의 저수율은 35.3%까지 떨어졌다. 평년치(86.1%)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였다. 댐 상류 지역의 강수량이 올 상반기 중 평년치의 절반 정도에 머무른 것이 원인이었다.

전에 없던 이상 고온 현상

장마가 끝나자 이상(異常) 고온 현상이 들이닥쳤다. 6월 말에서 7월에 걸쳐 하루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소위 '혹서일(酷暑日)'이 6개 지역에서 무려 8회나 관측됐다. 이 중 두 차례는 6월 중 군마(群馬)현 이세사키(伊勢崎)시에서 관측된 것인데, 6월 기온이 일 최고기온 기준으로 40도를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였다.

일본 전국적으로 봐도 6월 하순의 평균기온이 동일본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4도, 서일본 지역에서는 3.2도가 더 높게 기록됐다. 둘 다 1946년 해당 통계치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였다. 동경 도심지의 경우(치요다(千代田)구 기준), 6월 25일부터 7월 3일까지 9일 연속으로 하루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소위 '맹서일(猛暑日)'이 계속됐다. 이 역시 최장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2022년 6월 27일 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자전거 운전자가 폭염 속에 휴식을 취하며 얼굴의 땀을 닦아내고 있다. 일본에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27∼28일 연이틀 전력 수급 주의보가 발령됐다. 주의보는 전력예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 연합뉴스

 
고온 현상 지속에 따라 고온으로 인해 더위를 먹는 병인 열중증(熱中症) 환자 수도 증가했다. 여름이면 일본 소방청이 매달 발표하는 열중증 환자 구급 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에 열중증으로 구급 이송된 환자 숫자는 일본 전역에서 2668명으로 전년 동월(1626명) 대비 1042명 증가했다.

6월의 경우 이송자 숫자는 1만 5969명으로 전년 동월(4945명) 대비 무려 3배 이상 증가 폭을 보였다. 7월에는 2만 7209명이 이송되어 전년 동월(2만 1372명) 대비 증가세가 다소 줄기는 했으나, 올해 5월에서 7월까지 3개월간 열중증 구급 이송자 숫자 합계는 총 4만 5846명으로 전년 동기 2만 7943명 대비 거의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열중중으로 인한 사망자 역시 올해 5월부터 3개월간 총 59명 발생해 전년 동기(54명) 대비 증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장마가 없던 곳에 장마가 생기고, 예년보다 벚꽃이 훨씬 더 빨리 피고, 극심한 고온 현상이 더 많이 관측되면서 일본 전국적으로 열중증 환자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 현상, 이런 현상들의 원인은 무엇일까?

중단기적 요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일본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하강하는 소위 라니냐 현상에 의해 상대적으로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대류 활동이 활발해져 태평양의 고기압 세력이 강해진 것. 또 하나는 대륙 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흐름이 예년보다 다소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반적으로 서태평양 지역의 고기압 세력이 좀 더 북쪽으로 펼쳐지게 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원인?

그러나 이러한 자연적 대기순환 변동을 넘어서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온실가스 증가가 야기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러한 이상(異常) 기상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기후역학 전공인 동경대 나카무라 히사시(中村久) 교수의 경우 "30~40년 전에 비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기압 배치 하에서도 강수량이 늘어나기 쉬운 상황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나고야대 츠보키 가즈히사(坪木和久) 교수(기상학)의 경우 "(최근의 기상변화와) 기후변동과의 관련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기상 및 기후 문제에 대해 일본 내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일본 기상청 역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관측되고 있는 이상 기상 현상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단정적인 표현을 회피하면서도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완곡한 부정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개별적인 이상 기상 현상을 분석해 보면, 많은 경우 상공의 편서풍이 통상적인 위치와 다른 곳으로 흐르는 상태가 계속된다든가, 열대지역 대류 활동의 영향이 원거리에까지 전달되는 등 지구의 대기와 해양의 자율적 변동의 일부로서의 자연의 움직임이 일방적으로 크게 흔들린 경우에 평년과 비교해 현저히 높은 기온이 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움직임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원래부터 갖춰진 성질이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지구의 전반적인 평균기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온실가스 증가라고 하는 인위적 요인이 그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에 사실상 거의 이견이 없는 상태다.

작년 8월 발간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6차 보고서에서 IPCC는 사상 최초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IPCC에 유엔 회원국의 대부분인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66개국 출신 2백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그 보고서 발간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 온실가스 효과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라는 의미에서의 '지구온난화'는 적어도 전 세계 관련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일본의 경우에도 적어도 최근 반세기 이상의 추세를 보건대, 평년치에서 벗어나는 소위 이상(異常) 기상 현상들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맹서일(猛暑日)' 발생 횟수는 1992년부터 2021년까지 30년간 일본 전국에서 연평균 약 2.5일이었다. 반면 1910년부터 1939년까지의 30년간 관측 데이터를 보면, 맹서일 발생은 연평균 약 0.8일에 불과하다. 20세기 전반기와 최근 30년간을 비교할 때, 맹서일 발생 횟수가 약 3.3배 증가한 것이다.

동일 시기의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하루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발생 횟수는 연평균 약 9일에서 약 23일로 2.7배 증가했다. 하루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혹서일(酷暑日)'의 발생 횟수를 보면 변화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1875년부터 2000년까지의 125년간 혹서일 발생 횟수는 8회에 불과하다. 그런데 2001년 이후 20년간 혹서일은 무려 59회나 관측되었다.

단기 집중 호우 역시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 하루 강수량이 400mm를 넘은 사례는 1976년에서 1985년의 10년 사이에 연평균 약 6일이었다. 하지만 2012년에서 2021년까지의 10년 사이에는 연평균 약 12일이었다. 약 30년 만에 집중 호우 발생빈도가 두 배가 된 것이다.

일본 기상청 이상(異常)기상분석검토회 회장이기도 한 동경대 나카무라 히사시(中村尚) 교수는 8월 22일 검토회 회의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일본 기상 현황에 대해 "이상한 상태, 극단적인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인과관계 단정 어렵지만

문제는 이러한 이상 기상 현상의 원인이 온실가스 효과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에는 아직 인과관계의 규명이나 데이터의 축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효과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의견 일치를 보고 있으나, 오로지 온실가스 효과만이 기온 상승의 유일한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자연적인 대기와 해류의 주기적 순환 혹은 간빙기 중 발생하는 주기적인 기온 상승의 일환으로서의 효과라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발생하는 극단적인 고온, 저온 혹은 강수량의 극단적 변화 등의 경우에는 여러 요인들이 동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만으로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관측되고 있는 홍수, 이상 고온 등 각종 이상 기상 현상의 배후에 지구온난화가 배경으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 기상청은 이상 기상 현상을 "특정 장소와 시기를 기준으로 30년에 한 번 정도 확률로 발생하는 현상"이라 정의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이상 기상 현상이란 기상관측치의 평균값으로부터 이탈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편차치가 상당히 높은 기상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온실가스 효과가 이상 기상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면 원칙적으로 온실가스 효과가 기상 현상의 편차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평균값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표면적으로 관측되는 이상 고온 현상이나 집중 호우 현상을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 편차치에 변화가 없다 해도 평균값이 올라간다면 실제 표면적으로 관측되는 온도나 강수량은 과거보다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설령 온실가스 효과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배경으로 발생하는 이상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 간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인과관계의 고리가 규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제 온실가스 효과를 감소시켜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것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 완화를 통해 일단은 현상적으로 관측되고 있는 이상 고온 현상이나 집중 호우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22일 스가 요시히데(왼쪽) 당시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지구온난화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줄이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미 작년 4월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기존의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26% 감소"라고 하는 온난화 대책 목표를 46%로 올려 잡은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2050년까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낮추겠다는 "카본 뉴트럴"이라는 야심찬 목표도 천명한 바 있다.

2013년 기준 일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4.1억톤이다. 2019년에는 12.1억톤으로 내려갔다. 6년 만에 이미 2013년 대비 14% 감소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2030년까지 일본은 2013년 대비 추가적으로 32% 감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원전 재가동, 증세 그리고...

관건은 역시 원자력 발전과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가 될 것이다. 2020년 현재 일본의 전기 생산에서 석탄(31%)과 LNG(39%)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4%)과 재생에너지(20%)는 전체 전기생산원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20-22%, 재생에너지 비율은 36-38%까지 올리고 석탄과 LNG 비중은 4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전 재가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재생에너지 생산원가 보전을 위한 증세 내지 전기료 인상도 불가피하다. 모두 정치적인 결단과 지난한 대국민 설득 작업이 필요한 문제다.
 

2021년 11월 15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마에 있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K-4 저장탱크가 보인다. 이곳은 2011년 대지진 때 쓰나미로 피해를 입었다. ⓒ 연합뉴스

 
어려운 과제는 또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335억톤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중국(28%), 미국(15%), EU(9%)가 절반 이상을 배출하고 있고, 여기에 인도(7%)와 러시아(5%)를 더하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2가 된다.

설사 일본이 순조롭게 자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이들 거대 국가들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지구기온 상승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적 대책뿐 아니라 국제적 협조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리더십 발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우리로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일본의 국내·외적 노력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하다면 보조를 맞추고 힘을 모아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필자 소개: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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