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8 11:25최종 업데이트 22.09.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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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일관계가 악화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위안부와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로 인해 한일 양국의 정치외교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에도 민간 수준의 대화와 교류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최근 대표적인 한일 대화의 장인 '한일 포럼'과 '한일 미래 대화'에 참여해 각계에서 모인 한일관계 전문가들과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두 대화의 장은 양국 정치가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일 포럼은 30회, 한일 미래 대화는 10회의 성과를 이어왔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특징은 한일 양국의 정권 교체 이후 개최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호소해 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여서 긍정적인 회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일 미래 대화 개최 시 발표한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양 국민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포럼에서 다룬 핵심 논의 중 하나는 윤 정부의 관계 개선 의욕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충분히 응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일본 측도 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진단이었다.
     
확실히 기시다 정부는 윤 정부의 출범을 환영하면서도 징용공 판결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및 스가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즉,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한국 측이 압류한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일본 내 여론이 관계 개선에 여전히 냉담하다는 점 때문에 기시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앞서 공동 여론 조사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 81.1%가 그래야 한다고 답한 반면, 일본인은 53.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한일의 새 정부 하에서 관계 개선이 이뤄질까'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의 45.2%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그렇다고 답한 일본인은 26.8%에 불과했다. 

기시다 장기 집권은 가능할까 

또한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일본의 정치 동향이 기시다 정권의 향후 대한 정책을 좌우할 변수의 하나가 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파는 당내 기반이 단단하지 않다. 아베파, 아소파, 모테기파에 이어 제4파벌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래도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해서 강력한 리더십 발휘가 가능하리란 견해가 지금까지 일반적이었다. 앞으로 2025년 여름 참의원 선거, 같은 해 10월 말 중의원 임기 만료까지 주요 선거가 없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황금의 3년'을 보낼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현실 정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향후 3년간 선거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임기인 2024년 9월 말 이전에 모종의 정치적 성과를 거둔 뒤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에 승리한 뒤 그 기세를 몰아 자민당 총재 재선을 노릴 것이란 전망은 현실 정치에 근거한 시나리오다.  

그 정치적 성과가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행사가 내년 5월 19~21일 개최 예정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다. 기시다 총리의 근거지이면서 원자폭탄 피해를 겪은 히로시마에 주요국 지도자들이 모이는 기회를 이용하여 핵군축 문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지만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에서 선출된 의원이기 때문에 핵문제에 관심이 높다. 2020년 <핵무기 없는 세계로>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핵확산 방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도 참석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에 핵 문제는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일 뿐 아니라 기시다 총리에게는 아베 전 총리와 정책 노선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아베 전 총리는 미국과 '핵 공유'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자폭탄 투하 77주년 기념식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화환을 바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민당 내 보수세력 어디로 가나 

기시다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해 장기 집권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할 변수는 당내 최대 파벌이면서 보수색이 짙은 아베파의 동향이다. 아베파는 아베 전 총리의 지도력 아래 하나의 입장을 견지해왔다. 아베 사후에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압도적인 아베의 후계자가 없는 가운데 보수 세력은 구심점을 잃어가는 반면 기시다 총리의 당내 장악력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기시다 색깔이 강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추구하는 '아베노믹스'와는 달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토대로 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추구한다. 또한 외교 안보 정책으로는 '새로운 시대, 현실주의 외교'를 내걸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베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 문제에 대한 대처 등 독자적 색깔이 없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아베 정부의 외무장관으로서 이른바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당사자이다. 그는 자신의 책 <기시다 비전>에서 기술한 것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라는 비판적 인식을 갖는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이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한국을 전략적인 연계 대상으로 보고 있어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 또한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시다 총리는 단기적으로 아베파를 배려해 한국에 비판적인 당내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國葬) 실시(9월 27일) 결정도 그런 배려에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숙의를 거치지 못한 결정에 비판적 여론이 일면서 현재는 국장에 반대하는 여론이 다수인 상황에 봉착했다. 

포스트 아베 시대의 일본정치, 좀 더 정교하게 말한다면 자민당 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이슈가 정부와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의 관계다. 자민당, 특히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보수세력과 통일교의 관계가 언론 보도로 시끄러워지자, 기시다 총리는 국면 전환을 위해 지난 8월 10일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당 간부 인사 및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새로운 각료 또한 통일교와 관련 있는 경우가 다수 드러나면서 기시다 정부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상과 같이 기시다 정부는 현재 국장에 대한 반대 여론, 통일교 문제 등의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코로나19 대책은 물론, 물가 상승 등 대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기시다 정부에 한일 관계 개선은 유감스럽게도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국제정세가 한일관계 구심력

그렇다고 해도 기시다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기시다 정부는 윤 정부 출범을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윤 대통령의 의욕에 부응하는 태도를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는 우선 한국의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3월 10일 윤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11일에도 전화 회담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획기적인 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건전한 한일 관계는 규칙에 따르는 국제질서 실현과 함께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을 확보하는 데도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차기 윤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음은 물론이다.

4월 26일 당시 윤 대통령 당선자가 파견한 정책협의대표단의 예방을 받았을 때는 "현재 국제정세에서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연계가 이때만큼 필요할 때도 없으며,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며 한 걸음 나아가는 발언을 했다. 징용공 문제의 현금화에 관한 한국 측의 구체적 조치 없이 총리가 만나는 것은 성급하다는 목소리가 자민당 내에 있었지만, 기시다 총리는 물론이고 관방장관, 외무장관, 방위장관, 경제산업장관 모두 대표단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면서 윤 정부의 적극적 태도에 부응했다.

게다가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이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들고 특사로 방한했다. 하야시 장관은 윤 대통령을 예방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의지를 보인 동시에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를 면담하면서도 "고위급 회담을 포함, 양국 정부가 속도감을 갖고 협의해 나가자"고 의견 일치를 봤다. 한국의 정부 교체 이후 관계 개선을 향한 양국 지도자의 의지가 있었기에 이러한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기시다 총리가 당시 윤 당선자에게 말했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힘을 과시하는 중국으로 인해 규칙을 존중하는 국제질서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함과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이며, 각각 국내총생산(GDP) 순위 3위와 10위인 일본과 한국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 도래했다. 국제정세의 변화가 한일 협력을 촉구하는 커다란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취임 축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일 협력은 활발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추진해온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및 한미일 안전보장 협력이 일본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2019년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파기 결정(이후 파기 유보)이 일본과 미국에 미쳤던 파장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새삼스럽다. 2018년에는 한국 해군 함정이 레이더로 자위대 초계기를 조사한 사건(한국 정부는 일본 해상 초계기의 불법적인 저고도 위협비행에 정당하게 대응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등이 발생하면서 양국 방위 당국 간 불신감으로 안보 협력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우선은 한일 양국 간보다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은 2021년 1월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미 활성화 조짐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달리 동맹국 간 연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3국 간 정책협의가 자주 열리게 된 것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그 흐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6월 3일에는 한미일 국장급 협의, 같은 달 8일에는 차관 협의가 각각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뿐 아니라 앞서 5월 28일에는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이 발표되는 등 3개국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더욱이 6월 11일에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진행되어 탄도 미사일 탐지와 추적 훈련(퍼시픽 드래곤) 실시 합의에 이르게 된다. 6월 29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맞춰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9월 1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는 한미일 간 안보실장급 회담이 뒤따랐다. 

일본 측이 주목하고 있는 건 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새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협력을 통해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과 광복절 연설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윤 정부가 내세우는 외교안보 노선은 일본이 주창해온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 노선과 궤를 함께하고 있어 한미일 협력을 담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일한 5월 23일 미국과 일본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윤 정부 출범을 환영함과 동시에 한미일 협력이 갖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이틀 앞서 5월 21일 서울에서 채택한 한미 정상 간의 공동성명은 한미 협력의 중요성을 두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당시 문재인 대통령 간 공동성명과 비교해보면 공통의 경제적 도전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한미 공동성명이 이른바 '경제 안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점을 고려해 볼 때  한미일 간에도 경제 안보 영역에서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등 전략물자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 협력의 이익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2019년 7월 이후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유지해온 수출관리 강화의 재검토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아울러 미국이 한국과 일본, 대만과 함께 추진하려는 반도체 공급망 형성의 움직임 또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간 걸리는 한일 관계 개선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일 협력의 복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한일 관계 개선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장관이 한국 측에 밝혔듯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한일 간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에 따라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징용공 판결의 현금화 문제를 한국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도 일관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에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예컨대 일본은 스스로 취해온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이 취한 전향적 조치에 부응하여 정상화 조치를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대외무역법을 개정하고 수출관리 조직 및 인력을 확대해 일본 측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일 양 지도자 간 신뢰 회복도 중요하다. 본격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마지막으로 열린 시점은 2011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렸던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회담이었다. 그 이후 정상회담은 다자간 회의에서만 이뤄져 왔다. 정부 교체를 맞은 양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겐 10년 이상이나 지속돼온 비정상 상황을 바로잡을 책무가 있다. 

윤 정부는 현재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반면 기시다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9월 27일로 예정된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그 직전에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무대로 양국 정상회담이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수 있다면 일본이 내년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에 윤 대통령을 초대하여 본격적인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수순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일 양 국민이 유념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의 사명을 목표로 진행할 때 역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바람직한 역사 문제 해결 없이 관계 개선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다수였다. 일본에서도 '현금화' 문제를 관계 개선의 관문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중요한 건 두 정치 지도자의 의지다. 미래와 시대의 사명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의지를 실행에 옮길 때에만 역사 문제로 얽힌 양국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윤 대통령의 연설은 그러한 역사 문제를 관문에서 출구 쪽으로 옮기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악화한 한일 관계는 너무나 길고 어두운 터널이었다. "개선을 기다릴 수 없다"는 기시다 총리의 언급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꾸준히 관계 개선을 향한 행보에 나설 때 실질적인 개선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한일의 정치 지도자와 국민들이 그 행동에 나설 때라고 나는 믿는다.
 

니시노 준야 /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한반도연구센터장) ⓒ 니시노 준야

 
번역 : 김중배(소셜 코리아 책임편집위원)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니시노 준야는 일본 게이오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게이오대학에서 국제정치, 한반도 문제를 가르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정치부 전문조사원, 외무성 전문분석원을 역임했으며, 하버드 옌칭연구소, 조지 워싱턴 대학 시거 센터,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 <한반도의 질서 재편>, <전환기 동아시아와 북한 문제>, <미태평양군 연구>, <냉전 후 동아시아 질서>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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