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20 19:25최종 업데이트 22.07.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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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명 서울시 강남구청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1일부터 6.1동시 지방선거로 선출된 민선 8기 지자체장들이 임기를 시작했다. 장마 기간 폭우 대응과 물가 상승 등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취임식을 생략하고 업무를 시작한 지자체들이 늘었지만, 서울시 25개구 구청장들의 경우 4곳을 제외한 21개 구에서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식을 생략한 지자체 네 곳은 용산구, 금천구, 성동구, 성북구다. 박희영 구청장이 취임한 용산구는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과도한 의전이나 행사대신 민생에 집중하고자 구청장 취임식을 생략하였다"고 답변했고, 금천구 유성훈 구청장은 의례적인 취임식 대신 주요 사업현장을 방문해 사업지를 점검하고 주민과의 간담회를 개최해 '찾아가는 취임식'을 진행했다. 성동구 정원오 구청장은 취임식 대신 전 구민을 초청 대상으로 하는 '성동열린음악회'를 개최했고, 성북구 이승로 구청장의 경우 취임식을 계획했으나 집중호우 대응상황 점검을 위해 하루 전날 취소했다.
 

서울 25개구 민선8기 구청장 취임식 예산 비교 취임식 규모 및 예산내역 정보공개청구 결과 ⓒ 정보공개센터

 
취임식 행사를 진행한 21개 구청장의 취임식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행사를 최소화한 강동구 이수희 구청장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형식으로 취임식이 진행되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구청장의 비전 및 취임사 발표, 선서문 낭독, 내빈객 축사, 2~4개 사이의 공연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새 구청장에 대한 바람과 요구사항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되기도 했다. 공연은 구립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등 각 지자체 소속의 문화예술기관이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공연자를 초청하는 지자체들의 경우 주로 성악, 팝페라 가수나 국악인 등을 한 팀 정도 섭외해 배치했다.

서대문구 이성헌 구청장의 경우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인왕시장에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풍물놀이 등의 부대행사를 포함해 25개구 중 가장 큰 규모로 야외행사를 진행했는데, 당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일부 도로를 통제하는 등 상인들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해 오히려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전을 진행하는데 각 지자체들은 예산을 얼마나 썼을까. 정보공개청구 결과 25개 구 중 취임식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쓴 지자체는 강남구로 총 5914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강남구는 서울 지자체 중 유일하게 지자체의 공공시설이 아닌 '코엑스'를 대관하여 성대한 취임식을 열었다. 코엑스 오디토리움 행사장 임차료만 1554만원을 썼고, 행사 용역비용 역시 4359만원을 소요해, 지자체 평균보다 2.5배가량 많은 돈을 썼다. 1시간짜리 취임식 행사를 코엑스에서 진행하는 것은 전임 강남구청장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전례가 없던 일로, 물난리 중 사상 최대의 호화 취임식에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강남구청장 취임식 프로그램 민선 8기 조성명 강남구청장 취임식 프로그램 정보공개청구 답변내용 ⓒ 정보공개센터

 
이외에도 구로구, 마포구, 중랑구, 서대문구에서 취임식에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높은 비용을 지출한 지자체들의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행사대행 용역 업체에 대부분의 예산을 썼다. 비슷한 규모의 행사에서 음향과 방송 등에서 비용차이가 크게는 2000만 원 이상 나타났다.
 

예산 사용 상위5개 지자체 용약계약 내역 예산 사용 상위5개 지자체 용약계약 내역 ⓒ 정보공개센터

 
취임식을 위해 용역업체와 계약한 지자체들은 모두 견적 제출 의무가 없는 1인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추정가격 2천만 원 이하 공사, 물품의 제조·구매·용역에 대해서만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2천만 원이 넘게 지출한 지자체에서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여성기업,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에 따른 장애인기업과 계약은 추정가격 5천만 원 이하로 한다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0조제1항제2호 조항을 활용해 모두 1인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취임식 관련 지자체 수의계약내역 검색 결과 서울계약마당(https://contract.seoul.go.kr)에 공개된 지자체 취임 관련 수의계약 검색 결과 ⓒ 정보공개센터

 
계약 업체 역시 홈페이지와 이력 등을 갖추어 검색으로 충분히 검증 가능한 경우가 있는 반면 사무실조차 없거나 빌라가 주소지로 나와 있는 업체도 있었다. 일례로 중랑구의 경우 500명 규모의 대형 취임식을 3700만원을 들여 구민회관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취임식에는 구립합창단과 5인 규모의 난타공연을 축하무대로 꾸며 뚜렷한 사용처가 불분명했다. 게다가 중랑구가 구청장 취임식 용역 계약 업체인 '거원아트'는 홈페이지도 없을뿐 아니라 그간 사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계약 내역에 나온 거원아트의 주소를 검색해보니 주소지에는 현재 거원아트가 아닌 애견숍이 운영되고 있었다. 중랑구청에 문의한 결과 거원아트의 대표자명과 애견숍 대표자가 동일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중랑구에서 행사대행업에 전문성이 있는 업체를 물색하고 정상적으로 계약을 진행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랑구청에서 선정한 행사용역업체 '거원아트'의 주소지를 찾아보았으나 상호나 간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 네이버 지도

 
지자체에서 영세한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여 행사 추진을 도모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수의계약의 경우 과업지시서나 자체 견적서, 계약 내역 등을 사전에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한 것인지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새로운 기관장이 어떤 출발을 기념하는지 그 풍경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의례적인 의전을 진행하더라도 이벤트 및 행사용역처럼 예산이 천차만별인 영역에서는 예산 부풀리기 등의 편법이 일어나기 쉬운 만큼 수의계약에 대해서도 사용내역을 제대로 공개하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서울 25개구 취임식 예산 관련 데이터보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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