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5 16:20최종 업데이트 22.07.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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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레스토랑 건물로 보이는 한성백제박물관 ⓒ 최준화


폭우가 쏟아진 7월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성백제박물관(유병하 관장)을 찾았다. 마침 이곳을 찾은 천일중학교 2학년 학생들 20여 명과 함께 둘러봤다. 한성백제박물관은 2012년에 개관한 곳으로 건축상을 받았을 만큼 누가 봐도 멋지게 보인다. 내부도 발굴 당시의 생생함을 살려 역동적으로 구성하여, 찾은 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 건물 외관에서 보면 2층 레스토랑 안내 표시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길 초입 안내판도 레스토랑 간판만 있어 언뜻 보기에 레스토랑 건물처럼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내부에 있었다. 비싼 고급 레스토랑밖에 없고 흔한 카페조차 없다 보니 학생들이 먹거리 해결이 쉽지 않았다.


천일중 2학년 임하린, 김소윤, 심한나, 김예빈 등은 왜 이런 고풍스러운 박물관에 대중적인 한식 식당이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침 배고픈 참인데 용돈 수준에 맞지 않아 이용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에게 직접 기자가 확인해 보니 입찰로 결정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박물관의 의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박물관 누리집에는 "쉽고 재미있는 놀이터, 쉼터 같은 박물관이 되겠습니다"라고 크게 내세우고 있으므로 이는 식당 잘못이 아니다. 입찰 공고를 잘못 낸 책임이 박물관에 있을 것이다.

중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박물관 내부
 

비싼 서양식 음식만 파는 레스토랑 하나만 있는 한성백제박물관, 먹거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학생들. ⓒ 최준화

 

한성백제박물관 쉼터에서 수행 활동을 하고 있는 천일중 학생들 ⓒ 최준화


수행평가 과제를 하느라 신나 있는 학생들과 함께 기자도 중학생이 된 양 함께 내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학생 관람객을 의식해서인지 "속닥속닥 백제 이야기" 등과 같이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구성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의도를 일관성 있게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천일중 2학년 학생 이현지, 박준영이 주로 지적한 것은 안내문 설명이었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일부 설명들은 교과서 수준으로 간략하게 쓰여 있고 읽기 힘들어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욕망을 채울 수 없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무덤 설명에서 '영원히 사는 곳'이라는 멋진 제목을 붙인 것은 좋은데, 설명문을 보면 "백제 한성기에는 사람이 죽으면 움무덤, 돌무지무덤, 흙무지무덤, 돌덧널무덤, 돌방무덤 등에 묻었다. 움무덤은 가장 일반적인 무덤이며, 돌무지무덤은 한성기 초기에 상류층이 사용하였다. 흙무지무덤은 두 사람 이상을 묻는 다장묘이며, 돌덧널무덤은 지방사람들이 많이 만들어 썼다. 돌방무덤은 가장 발달한 형태의 고대 무덤으로서 주로 한성기 말기에 상류층에서 사용하였다"라고 했다. 각 무덤 명칭은 잘 지었지만, 각 무덤에 대한 설명의 일관성이 없고 두루뭉술해서 무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독성과 설명이 부족한 전시 안내문. ⓒ 최준화


'다시 강한 나라가 되다'라는 전시품은 한자 기록이니 한자 제목을 크게 내세운 것은 이해하더라도 정작 그에 대한 설명문은 아주 작게 쓰여 있어 읽기조차 힘들었다.

부여사택지적비는 신문에도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는 흥미로운 기록인데 설명도 사진에서 보듯,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정보와 다를 바 없어 아쉬웠다. 실물 복원품이 옆에 있으므로 게시판에서는 실물 사진을 빼고 언어 설명을 늘리든가 글자 크기를 키워 읽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영어 남용과 어려운 말, 어문규범 지키기의 한계

한성백성백제발물관의 영어 남용은 다른 기관에 비교해 심한 편은 아니었으나 기원전, 기원후를 BCE, CE로 지하 1층, 1층을 'B1F, 1F' 등의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현관 입구에는 박물관 이름을 한자로 크게 영어로 작게 쓰여 있고 한글 표기는 아예 없었다. 누리집에서도 "MOU기관, QUICK MENU" 등의 영문자 표기를 남용하고 있다.

누리집 짜임새 등은 다른 기관보다 더 쉽게 되었으나 각종 안내물 표기는 맞춤법, 띄어쓰기 등 어문규범을 어긴 곳이 "아래전화로(아래 전화로), 삼가해 주십시오(삼가 주십시오), 기자가 한 시간 동안 살펴본 것만으로도 스무 곳이 넘었다.

이밖에도 "가급적(되도록), 타기관시설(다른 기관 시설), 차출(뽑아냄), 박물관장의 복제 허가를 득한 경우(박물관장의 복제 허가를 받은 경우)"와 같이 좀 더 쉬운 말로 다듬어야 할 표현들이 꽤 눈에 띄었다.

백제는 한강 지역을 가장 많이 차지했던 나라이기도 하고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지역을 도읍으로 삼았던 나라이다. 다른 나라의 교역으로 보나 남긴 역사 유적으로 보나 그 위상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역사 콘텐츠를 대중화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컬처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 이동범 소장은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성백제박물관이 어린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인 만큼 더욱 소통과 지식 나눔에 더 신경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예 한글 제목이 없이 한자 제목을 크게 내세운 한성백제박물관 현관, 멀리서 건물을 조망하지 않으면 한성백제박물관은 안내판 작은 글씨로만 보인다. ⓒ 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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