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9 19:57최종 업데이트 22.05.29 19:57
  • 본문듣기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미국 배우이자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인 메건 마클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뉴스의 인물이자 패션계의 아이콘이다.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의 2019년 올해의 패션(The Year In Fashion 2019) 조사에서 마클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아이콘이었다.[1]

마클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클럽 모나코 드레스를 입자 이 드레스 검색량이 570% 증가하며 24시간 안에 상품이 매진되었다.[2] 마클은 '마클 효과'라고 불리는, 패션계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때때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여러 브랜드를 알리는 데 이용했다.

패션기업 에버레인은 마클 효과를 경험한 기업 중 하나다. 2017년에 마클이 에버레인의 '데이 마켓 토트백'을 착용한 후 에버레인은 투명 경영을 실천하는 소비자 친화 브랜드로 떠오르며 이름을 더욱 알리게 됐다.
 

에버레인의 의류 제품 ⓒ 에버레인 홈페이지 캡처

 

투명성 

에버레인이 주목받는 브랜드가 된 이유는 투명성 때문이다. 투명성을 단순히 설명하면 어떤 기업이나 조직의 정보를 일반인이나 다른 조직에서도 입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3]


에버레인의 창업자 마이클 프레이스먼은 50달러에 판매되는 티셔츠 한 장의 원가가 7.5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패션계의 이윤 부과 방식을 바꾸기 위해 에버레인을 창업했다. 에버레인의 투명성은 '왜 기업들은 15달러에 팔 수 있는 티셔츠를 50달러에 판매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셈이다.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에버레인은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을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했다. 메건 마클이 사용해 화제가 된 '데이 마켓 토트백'은 재료비 4만 5000원, 부자재 2900원, 인건비 4만 640원, 세금 7090원, 운송비 2500원이 사용되어 총원가가 9만 8130원이라는 사실이 에버레인의 상품 설명 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개된다. [4]
  

에버레인의 제품 비용 공개 ⓒ 에버레인 홈페이지 캡처

 

투명성을 중심으로 파악한 기업경영을 투명경영이라고 부른다. 투명경영은 대규모 회계 부정이 적발돼 미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강조되어 여러 사회 이슈를 포괄하며 확장된 개념이다. 기업의 투명성에는 가격 외에 다양한 정보가 포함된다.  

에버레인은 탁월한 품질과 윤리적인 공장, 급진적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방침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서 생산 공정을 들여다보고,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 내 노동 환경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소비자가 기업 정보에 접근하게 함으로써 근본적 투명함의 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에버레인은 노동 환경과 기업 구조,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 등 다양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윤리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음을 밝히며, 건강한 노동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준법 감사를 받고 있음을 명시했다. 세계 각지에 위치한 에버레인의 공장 이름과 정확한 위치, 직원 수 및 직원들이 현재 하는 일과 노동환경에 관한 정보도 공개되어 있다.[5]

에버레인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제품당 탄소 배출량을 55%까지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 파괴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폐기물과 화학 물질,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여 나가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은, 즉 처음 생산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속가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감축 계획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상태다. 재생농업 관행을 지원하고 확산하기 위해 유기농 면화 재배농가 및 양모 생산자와 협력하고 있으며, 공급업체에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실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취지다.

나아가 에버레인은 매년 그 한 해에 이뤄진 진전에 대해 환경영향보고서를 발표하여 개선된 점을 소비자에게 알린다. 2021년 작성된 에버레인의 환경영향보고서에는 그해부터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이 포함된 의류 소재의 97%를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받은 재활용 섬유로 만들었으며, 로데일 연구소(Rodale Institute)와 협력하여 1만 3333에이커의 기존 농지를 재생 가능한 유기농 농업으로 전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6]

발상의 전환

투명성을 강조한 또 하나의 긍정적인 사례는 운동화 브랜드인 베자다. 200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베자는 친환경 소재 사용, 친환경 제품 개발 프로세스, 제품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의 공동 번영을 목표로 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7] 베자는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환경 친화적인 원재료를 선택하고 원자재 공급자와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불하는 기업이다.

베자는 대형 운동화 브랜드의 전체 비용 중 70%가 광고와 관련된다는 사실에 주목해 마케팅 비용, 브랜드 홍보대사, 광고판을 없애는 발상 전환을 기업 전략으로 삼았다. 베자는 공정 무역을 행하고 제품에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운동화 한 켤레를 제작할 때 다른 브랜드 운동화보다 5~7배의 비용이 소요되나, 광고비를 쓰지 않기에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8]
  

베자 운동화 ⓒ 베자 홈페이지 캡처

 
베자는 접근성이 좋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목화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과 현재 베자가 사용하고 있는 원료를 공개했다. 2017년 기준 베자는 시장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면화를 구매했다. 목화 구매 시 베자는 현지 농장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목화가 생산되기 전인 연초에 목화 생산자와 연간 계약을 체결한다. 수익의 보장은 목화 생산자가 농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베자는 현재 사용하는 원료의 46%가 재활용 면과 유기농 황마를 포함한 친환경적 재료이다. 베자는 운동화 밑창은 아마존의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원료로, 겉면과 안감은 유기농 목화와 코코넛 섬유로 만든다.[9] 오염물질을 대거 배출하는 가죽 가공 과정을 개선해 사용 재료를 친환경 화합물로 대체하였다. 이에 따라 베자가 사용하는 모든 가죽의 85%가량이 친환경 범주에 속하게 된다.[10][11]

베자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2020년부터 운동화 수리 서비스를 제공했다.[12] 또한 임금, 공급업체, 환경, 직장 등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글로벌 영향력을 평가하는 인증인 '비 코퍼레이션(B Corp)'을 시행하고 있다.[13]
 

베자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세바스티앙 콥 ⓒ 세바스티앙 콥 인스타그램

 
베자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세바스티앙 콥(Sébastien Kopp)은 패션 잡지인 <보그>와 한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추구는 사업이나 돈의 문제가 아닌,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14] 그는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을 찾아가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자의 매출은 2019년 7850만 달러에서 2020년 1억 2000만 달러로 늘었다.[15]

투명 경영이 시작된 이유

에버레인과 베자는 그들의 경영 방침과 성과를 소비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여 믿음을 쌓았고, 믿음이라는 사회적 자본은 충성스러운 고객의 확보로 이어졌다. 두 기업이 이른 시일 안에 성장하고, 많은 고객을 확보한 비결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한 투명성이었다.

투명경영은 현재 세계적인 흐름으로,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조직이 준수해야 할 책임 원칙을 담은 일종의 국제표준인 ISO26000에도 명시돼 있다.[16] 투명경영의 필요성은 지난 1997년 일어난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2년에 발생한 미국 기업의 신뢰성 위기 때 입증됐다.[17]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신흥 경제국에 만연한 부패는 투자자의 불신을 불러왔다. 국제 투자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대규모 자본 유출과 대대적 투매 현상은 전 세계 금융 시장을 흔드는 계기가 됐다.[18]

2002년에는 부패, 음성적인 금융거래, 분식회계, 불투명성 문제로 미국을 대표하던 에너지 기업인 엔론을 필두로 월드컴, 제록스, 타이코, 씨티은행 등 거대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19]

거대 기업들의 파산과 그로 인해 초래된 금융시장의 위기는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 대폭락 사태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월스트리트 사상 최악의 사건이라 불렸다.[20] 미국 사회는 기업 구조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부패로 자본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투명경영 도입을 위해 엄격한 기업 회계 감사 법인 사베인-옥슬리 법을 도입했다.[21]

2002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 법은 기업회계 및 재무 보고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이고자 한 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22] 사베인-옥슬리 법은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회계제도 개혁안과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을 포함한 증권거래법,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대한 법률 등에 영향을 미쳤다.[23]

기업은 고객, 직원, 파트너, 주주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24] 투명경영은 법제화의 영역과 세계적 흐름을 통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또 기업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윤리적 소비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은 소비자를 비롯한 일반 시민이 기업 정보를 획득해 기업을 감시하고, 조직적 불매를 통해 직접적 의사 표명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25] 실제로 '빅데이터'의 부상은 투명성이라는 용어의 사용 증가와 일치한다.[26]

2019년 발표된 글로벌 금융 기업 UBS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71%의 소비자는 환경,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 이슈와 관련해 부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의 제품을 의식적으로 소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27] 투명경영을 잘 실천한 '개방적' 기업은 기업 가치가 상승하나, 불투명성이 지적된 기업은 당국의 제재와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에버레인과 베자가 보여줬듯, 투명경영은 기업경영의 핵심 요소가 됐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유승·이찬희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참고 자료

[1] THE YEAR IN FASHION, LYST, 2019

[2] "Meghan Markle Is the World's Most Powerful Dresser", BAZZAR, CHELSEY SANCHEZ, 2019.11.19

[3]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56p

[4] "패스트 패션에 지쳤다", 조선비즈, 한경진, 2020.02.25

[5] 에버레인 홈페이지

[6] 에버레인 홈페이지

[7] 21세기 착한 기업의 도전과 과제, 이정민, ㈜ 피에프아이엔, 패션정보와 기술 Vol.6, 2009

[8] 베자 홈페이지

[9] "세상에서 가장 쿨하고 윤리적인 신발 '베자'", 조선비즈, 이민희, 2018.05.21

[10] 21세기 착한 기업의 도전과 과제, 이정민, ㈜ 피에프아이엔, 패션정보와 기술 Vol.6, 2009

[11] 베자 홈페이지

[12] "Inside Veja's direct supplier model and repairs push", Vogue, RACHEL CERNANSKY, 2021.04.29

[13] 베자 홈페이지

[14] "Inside Veja's direct supplier model and repairs push", Vogue, RACHEL CERNANSKY, 2021.04.29

[15] "Inside Veja's direct supplier model and repairs push", Vogue, RACHEL CERNANSKY, 2021.04.29

[16] 조직의 사회적책임(SR) 발전과정과 우리의 과제, 박성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회보 2013,

[17]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100p

[18]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100p

[19]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23p

[20]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23p

[21]  사베인-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이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경영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학문적, 실무적 시사점, 김봉선, 김언수, 한국전략경영학회, 2008

[22]  사베인-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이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경영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학문적, 실무적 시사점, 김봉선, 김언수, 한국전략경영학회, 2008

[23] 기업, 시민사회의 대응전략, 황상규, BSI 전문위원

[24]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43p

[25] 『투명 경영』 , 돈 탭스콧, 김영사, 2005, 63p

[26] The Evolution of Observation in Management Theory, ES Bernstein, Harvard Business School

[27] 소비자 69% "착한기업에 소비"…윤리경영, 이젠 선택 아닌 필수, 매일경제, 김명수, 박봉권, 윤원섭, 김세웅, 김준모, 2019.01.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