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24 17:27최종 업데이트 22.03.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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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기자말]
21일 오후 132명을 태우고 중국 쿤밍에서 광저우로 향하던 중국 동방항공(China Eastern Airlines) 소속 중국 국내선 여객기(MU5735)가 광시성 우저우 상공에서 수직 추락해 야산에서 폭발한 사고는 중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중국에서 대형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것은 12년 만이다. 1990년대 잇따른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중국 정부는 지난 몇십 년 항공 안전 관리를 강화했고, 최근 이 같은 대형 추락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1].

항공기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Flightrader 24)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날 오후 1시 11분에 출발하여 2시 19분까지 8869m 상공에서 846km/h로 순항하다 2분여 뒤 696km/h 속도로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치면서 기체가 신호 전송을 중단했으며, 수 초 후 바로 추락했다[2].

항공 분석 회사인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해당 사고기 기종은 보잉 737-800으로 전 세계 4500여 대 중 4분의 1 이상인 1177대가 중국에서 운항된다. 정확한 사상자 상황과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 역시 아직 생존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3]. 사고 당일 중국 동방항공은 사고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37-800의 모든 운항을 즉각 중단했다[4].
 

중국 동방항공 MU 5735 추락 사고에 관한 보잉사의 성명 ⓒ 보잉사 보도자료

 
사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 또한 충격에 휩싸였는데 항공기 추락 사고에 따른 통상의 충격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 자사 항공기 추락 사고로 세계적으로 막대한 손실과 이미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기종(보잉 737-800)은 4년 전 연달아 추락한 '보잉 737 맥스'의 전 세대인 737 NG(Next Generation)에 속한다.

보잉 737 맥스 제품군(7,8,9,10)은 보잉사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많이 팔린 항공기로 유명했다. 기존 800기종보다 연료 효율이 15%가량 높은 데다 최대 운항 거리가 6500km로 새로운 노선 발굴에 적합하며, 단거리 수송 시장에서도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경쟁 기종들과 비교해 7%의 운용 비용 감소 효과까지 있어 국내에서도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앞다퉈 보잉 737 맥스를 들여오기 바빴다[5].


그런 보잉 737 맥스가 세계 최고 항공 기업으로 꼽히는 보잉사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이 기종의 추락과 관련한 보잉사의 행태는 나쁜 위기 대처이자 '기업 사회적 책임'(CSR)의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보잉 737 맥스 운항 금지 사태

첫 번째 사고는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다. 2018년 10월 29일 라이온에어 JT610편은 자카르타 기준으로 새벽 6시 20분 이륙하였다. 한 시간 후에 팡칼피낭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6] 이 항공기는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지 13분 만에 자바해에 추락했다. 승객과 승무원 189명 전원 사망이라는 말 그대로 끔찍한 사고였다.

그리고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3월 10일 또 다른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떠난 지 단 6분 만에 에티오피아에어 302편이 추락해 탑승자 157명 전원이 숨졌다[7].

이 두 사건 모두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은 두 번째 추락 사고가 난 이후에야 보잉 737 맥스에 운항 금지 조처를 내렸다. 전 세계적으로 이 기종의 운항이 중지되었고, 국내에서도 2019년 3월 국내 영공 통과 및 이착륙이 금지됐다[8].
   

보잉사의 737 MAX 항공기. 737 MAX, 737 MAX 7, 737 MAX 8, 737 MAX 9 ⓒ 보잉사

 
737 맥스의 연이은 추락 사고는 근본적으로 보잉사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다.

보잉사는 MCAS(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 시스템을 맥스 기종에 탑재했는데, MCAS는 실속(속도를 잃음) 방지 시스템인데 세 가지 결함이 있었다.  
  

항공기 조종석 ⓒ 보잉사

 
첫째, 실속 우려가 있을 때 추락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수평꼬리날개 승강타의 작동 범위가 최초 설계보다 4배 이상 크게 작동해 과도한 하강을 일으킬 가능성을 과소 평가했다.

둘째, 실속 방지 시스템이 있다고 하여도 시스템 작동 원리를 조종사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 MCAS 시스템이 받음각(바람이 불어왔을 때 바람과 날개와의 각도) 센서에서 이상 데이터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기수를 아래로 낮추게 설계되었으나,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MCAS를 해제하고 수동 조종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처법을 교육받지 않은 것은 물론 MCAS의 존재조차 몰랐던 조종사가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셋째, 기체의 상승각을 감지해 실속 방지 시스템에 정보를 전송하는 센서를 하나만 설치하여 센서 고장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이 센서가 잘못 작동 혹은 잘못된 데이터를 산출했을 때 백업 장치가 따로 없는 것이 근본적 문제였다[9].

MCAS 시스템의 안전성은 최하 등급인 '재앙적(catastrophic)'보다 한 단계 나은 수준인 '치명적(hazardous)'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단일 센서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치명적' 단계에서도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보잉사와 미 연방항공청(FAA) 마크 ⓒ 보잉, 미 연방항공청

 
보잉과 연방항공청은 이 문제를 몰랐을까

애초에 연방항공청에 전달한 MCAS 시스템의 안전 분석 보고서(비행기가 비행하기에 안전하다고 인증하는 데 사용되는 보고서)에도 새로운 비행 제어 시스템인 MCAS에 위와 같은 결함이 있음이 지적됐다. 

1차 추락 사고 이후 MCAS 시스템의 취약성에 관해 재조사가 이뤄져 MCAS 시스템의 결함이 두 번째 사고 11일 전에 파악됐으나 연방항공청이나 보잉사 모두 함구했다. 당시 기술 분석과 승인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보잉사와 미 연방항공청이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가 나기 11일 전에 이 같은 평가를 보고받았으나 무시했다고 입을 모았다[10]. 보잉사와 미 연방항공청 모두 안전 분석 내용을 알고도 함구했단 얘기다. 그 결과 3월 10일 에티오피아에서 157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졌다.

미 연방항공청은 맥스 항공기의 두 번째 추락 사고가 일어나고 5일이 지난 3월 15일 "맥스가 연방항공청의 표준 인증 절차를 따라 운항에 들어갔다"고 언급한 뒤 이튿날 성명을 통해 "미 연방항공청은 MAX 인증 과정에서 MCAS의 최종 구성과 운용 매개 변수를 고려한 결과 모든 인증과 규제 요건을 충족했다고 결론지었다"라고 밝혔다.

보잉사는 사고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논평할 수 없다"라고, MCAS 결함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는 말 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보잉 737 MAX 광고 ⓒ 보잉


보잉은 어떤 대응을 했나

첫 번째 추락 사고 이후에서야 전 세계의 737 맥스 조종사는 MCAS의 존재와 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작동되는 경우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통보받았다.

MCAS는 정상적인 비행 범위를 훨씬 벗어난 극한 상황에서만 활성화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보잉사는 시스템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으며 실제로 조종사가 이에 대해 알 필요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737 조종사가 737 맥스를 다루기 위한 교육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렇듯 교육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고객사에게 비용 절감이라는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보잉 737 맥스 주문이 늘어났다[11]. 그러다 추락 이후 보잉사는 뒤늦게 MCAS의 존재를 알리고 교육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보잉사가 회사 이익을 위해 승객의 목숨을 걸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보잉사에 '늑장 대응'이란 정도의 비난은 부족해 보인다. 첫 번째 추락 사고가 발생한 후 보잉은 연말까지 소프트웨어 갱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두 번째 추락 사고로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12]. 2019년 5월 16일에야 보잉사는 737 맥스에 대한 소프트웨어 수정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13].

2021년 1월 7일 미 법무부는 보잉사의 맥스 737 연속 추락 사고와 관련해 2억 5000만 달러 벌금, 고객 항공사에 대한 보상으로 17억 7000만 달러, 유가족 배상으로 5억 달러 등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보잉사와 합의하고 형사소추를 유예했다. 보잉사가 중요 정보를 은폐하는 등 미 연방항공청을 기만했다는 혐의도 인정됐다[14].

승객의 신뢰 되찾을 수 있을까

"명실공히 가장 안전한 항공기로 거듭난 보잉 737-8 항공기가 대한항공의 옷을 입고 대한민국 하늘을 누빕니다!"

대한항공이 지난 2월 14일 보잉 737-8 1호기 도입 소식(2021.02.13. 오후 김포공항 도착)을 자사 공식 뉴스룸에 게시했다. 보잉 737-8은 새로운 모델이 아닌 '737 맥스'의 업그레이드 모델(737 max 8)이다.

대한항공은 자체 절차를 통해 보잉 737-8 항공기의 안전성을 검토한 후 2022년 3월 1일부터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연내 5대의 보잉 737-8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여 2022년 대한항공에 인도되는 보잉 737-8은 총 6대이다.

대한항공은 2015년 11월 보잉사와 보잉 737-8 기종 총 30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737-8은 현재 가장 안전한 항공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라며 "2019년 이후 각종 안전장치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전 세계 188개국에서 운항 허가를 얻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보잉 737-8 항공기 1호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2022.2.13 ⓒ 대한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세계 유수의 총 36개 항공사가 737-8 기종을 운영하고 있으나[15] 국내에서 737-8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현재까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16].

기술 결함과 조종사 교육 문제를 보완하여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났다 하여도 기체 결함 은폐와 늑장 대응으로 신뢰를 잃은 보잉사가 세계 항공사와 승객의 신뢰를 완전히 되찾았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에서 보잉의 항공기가 추락하며 보잉사의 과거가 새삼 조명 받고 있다. 기업의 명성이란 게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건 순간이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 민간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하여 당장 보잉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되니 말이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공동대표, 김민주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1] Theo Legett. (2022.Mar.22.). China Eastern: Plane carrying 132 people crashed in Guangxi Hills. BBC News.
https://www.bbc.com/news/world-asia-china-60819760

[2] FLIGHTRADER24, Playback of flight MU5735 / CES5735. (https://www.flightradar24.com/data/flights/mu5735#2b367bc1)

[3] Theo Legett. (2022.Mar.22.). China Eastern: Plane carrying 132 people crashed in Guangxi Hills. BBC News.
https://www.bbc.com/news/world-asia-china-60819760

[4] Jamie Freed and Eric M.Johnson. (2022, Mar.22.). Analysis: China Eastern crash could set back Boeing's China recovery, return of MAX. Reuters
https://www.reuters.com/business/aerospace-defense/china-eastern-crash-could-set-back-boeings-china-recovery-return-max-2022-03-22/

[5] 장영성, 보잉 737-MAX8이 뭐길래, 항공사들 앞다퉈 들여올까, 2018. 11. 20., 이코노믹리뷰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880


[5] 국토교통부 항공기술과, [참고] 국토부, 보잉 737 맥스 항공기 운항재개 조치, 2021. 11. 19.,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http://www.molit.go.kr/USR/NEWS/m_72/dtl.jsp?lcmspage=1&id=95086222

[6] Lion Air crash: Boeing 737 plane crashes in sea off Jakarta, 2018. 10. 29., BBC news
https://www.bbc.com/news/world-asia-46014463

[7] Boeing 737 Max: Indonesia lifts ban after 2018 Lion Air crash, 2019. 12. 29., BBC news
https://www.bbc.com/news/business-59814571

[8] 1과 동일

[9] 6과 동일

[10] 조일준, “미 연방항공청·보잉, 737맥스 결함 알고도 뭉개”, 2019.03.19., 한겨레
https://m.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86374.html

[11] Dominic Gates, Flawed analysis, failed oversight: How Boeing, FAA certified the suspect 737 MAX flight control system, 2019. The Settle Times.
https://www.seattletimes.com/business/boeing-aerospace/failed-certification-faa-missed-safety-issues-in-the-737-max-system-implicated-in-the-lion-air-crash/

[12] MBN 온라인 뉴스팀, 소프트웨어 갱신 약속해놓고…참화 부른 보잉의 '늑장대응', 2019. 03. 23., MBN.
https://www.mbn.co.kr/news/world/3782452

[13] Anna-Maja Rappard and Gregory Wallace, Boeing says it has completed 737 Max software fix, 2019. 05. 17., CNN.
https://edition.cnn.com/2019/05/16/politics/737-max-boeing-software-fix/index.html

[14] 황원지, “보잉, 737맥스 사고 관련 美 법무부와 25억달러 벌금 합의 ”, 2021.1.8.,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1/08/2021010801010.html

[15] 대한항공 보도자료, “안전운항을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대한항공, 보잉737-8 1호기 도입, 2022.02.14., 대한항공 뉴스룸 홈페이지

[16] 변진석, 최첨단 비행기라는데…보잉737-맥스 다음 달 국내선 투입, 2022. 02. 14., KBS news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4483&ref=A

정영훈, [지식K] 보잉 737 MAX의 이유 있는 추락, 2019.04.10., KBS 뉴스
https://mn.kbs.co.kr/mobile/news/view.do?ncd=417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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