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8 14:52최종 업데이트 22.03.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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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기자말]
"지금 어른이나 사회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면 세월호처럼 될 수 있다. 우리가 기성세대가 싼 똥을 치우고 있는데 똥값이라도 내고 가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열린 '청년이 바라본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생활ESG행동 제1차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한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Green Environment Youth Korea) 공동대표의 말이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임대웅 UNEP 파이낸스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의 사회로 김 공동대표와 김민 기후변화 청년 모임 '빅웨이브'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두 문장으로 구성된 김지윤 대표의 마무리 발언은 자신을 포함한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를 겨냥했다. 현재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청년 세대가 좀 더 강력하게 미래의 기후에 관심을 갖고 현재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성세대를 추궁해야 한다는 독려와 "싼 똥도 치우지 않고" 슬그머니 사라지려고 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왼쪽)와 김지윤 GEYK 공동대표 ⓒ 안치용

 
2050년 탄소중립?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TV 생중계로 진행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쇄해 실질적 탄소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날 비전 선언은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 선언을 하는 대목을 흑백 영상으로 송출하여 화제가 됐다. 당시 청와대는 "컬러 영상의 4분의 1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관한 경각심을 환기하고자 하였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050'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탄소 저감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컬러 영상의 1/4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2020.12.10 ⓒ 연합뉴스

 
김지윤 대표는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발표하는 흑백 화면을 보며 새삼 "'생활이 바뀌긴 바뀌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그러려면 탄소 발생을 줄여야 하는데 생활 속에서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문 대통령의 '흑백' 발표를 계기로 GEYK 회원들과 함께 감축량을 계산해 보기로 했다.

계산한 결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라 이미 탄소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줄일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온·오프 버튼이 달린 콘센트를 쓰고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전원을 끄는 등 에너지 절약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면 아파트에 사는 4인 가족의 전기료가 2만 원 미만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을 덜 냈다는 얘기는 동시에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였다는 얘기다. 샴푸나 린스를 액상 대신 고체 제품으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계산법이 모두에게 해당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만 GEYK이나 빅웨이브 회원처럼 일상 생활에서 탄소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이가 아직까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기업과 공공 부문의 책임이 훨씬 더 크겠지만 시민의 삶에서 줄여야 할 온실가스도 결코 적지 않다.

2014년 설립된 GEYK은 40여 명의 청년 회원을 중심으로 미래세대의 주도하에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확산하며, 국제사회에 청년의 목소리를 전해 글로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신 기후체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설립연도인 2014년 이후 해마다 국제 기후변화 NGO 350.org의 후원을 받아 'Power Shift Korea(PSK)'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상의 Power(힘)의 축을 Shift(변동)하고, 우리가 쓰는 Power(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Shift(변동)하자는 의미"라고 김지윤 대표는 설명했다.

또 석탄 투자 철회(Divestment) 등 다양한 주제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청년 토크 콘서트를 매년 열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하여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유형의 탄소중립 운동을 전개했다. 지역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 제언을 활발히 해 그동안 44건을 제안했다. 그중 3건을 정책으로 성사시켰다. 2년가량 서울시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노력한 서울시 탈석탄 금고 기준 조례 개정이 대표적이다.
 

2014년 설립된 GEYK은 40여 명의 청년 회원을 중심으로 미래세대의 주도하에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확산하며, 국제사회에 청년의 목소리를 전해 글로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신 기후체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GEYK

 
회원은 대학생이 40%이고, 직장인이 30%이며 10대 청소년도 활동한다. 김지윤 대표는 직장 생활과 GEYK 활동을 병행한다. 전업 활동가가 아니다 보니 김지윤 대표 등 회원들은 평일 저녁과 주말에 모여서 일한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지윤 대표는 GEYK에서 자신의 별명이 '부엉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잠을 줄이며 활동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부엉이 활동가는 새벽에도, 출근하면서도 활동 관련 카톡을 주고받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청년단체인 만큼 관련한 공통의 행동규범이나 규칙이 있느냐고 묻자 "자발성에 근거하는 활동이어서 그런 것은 없고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탄소 다이어트를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지윤 대표는 육식은 포기할 수 있지만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은 견디기 힘든 반면 다른 회원은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은 괜찮지만 육식은 양보 못 한다는 식이다.

청년이 살 미래인데…

김민 빅웨이브 대표는 기후변화대응을 하는 청년단체를 대하는 기성세대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기후변화·기후위기가 뜨거운 현안이다 보니 무슨 간담회, 무슨 위원회 등에 자주 청년 대표로 초대를 받는다. 가보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이라고 한다. 하나는 "어, 기특하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이고, 또 하나는 "너 어린애인데, 전문가도 아닌데 네가 뭐 알아?"이다.

기후변화대응 청년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온당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저런 반응을 접하다 보면 종종 청년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목소리를 내는 것인지 자리를 채우는 것인지 회의가 들 때가 있다고 한다. 다른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청년은 그저 이미지로 소비되고 마는 것인가.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 그런 회의감이 들어도 기후변화 대응을 멈출 수 없기에 어떻게든 더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김민 대표는 믿는다.

2016년 설립된 빅웨이브에는 현재 320명의 청년이 활동 중이다. 파편화 한 개인을 연결하는 느슨한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설립 이후 회원 주도로 약 9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해변 정화 활동을 하는 빅웨이브 회원들 ⓒ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더 많은 미래를 살아야 하는 청년에게 기후변화가 특별히 더 심각한 생존의 문제로 인식된다고 강조했다. 김민 대표나 김지윤 대표나 기후위기를 자신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미래의 달성 목표는 있지만 방법론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일 마음은 없고 나중에 다른 사람, 다른 정부가 와서 줄이라고 떠미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위기의 심각성에 너무 대비되는 그런 애매하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면 힘이 빠지지만, 기후위기에 관심을 두는 청년층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희망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 대표와 김지윤 대표를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은 이제 단순히 "텀블러를 쓰라"고 말하지 않고 "텀블러를 쓰되 잘 쓰라"고 말한다. 텀블러의 효과에 관한 여러 분석 가운데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분석에선 텀블러를 (일회용 컵 대신) 1000번 이상 써야 세척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텀블러를 1000번 사용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문제는 그렇게 간절하게 일상을 기도하듯 이끌어도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가 정말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자 할 때 흔히 먼저 기도부터 한다. 별 근거는 없지만 그때의 기도는 더 많은 사람이 할수록 더 효험이 있지 않을까.

김민·김지윤 같은 청년이 잘 버텨주기를 그리고 그런 청년이 더 많이 나오기를, 무엇보다 청년이 걱정하지 않아도 미래가 충분히 희망적일 수 있기를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기도를 보탠다. '똥값'에 훨씬 못 미치는 기도를.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ESG연구소장 겸 ‘생활ESG행동’ 시민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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