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8 19:57최종 업데이트 21.01.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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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끝나도 기록은 남습니다. '전직'이 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의 마지막 한 푼까지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정치자금법 2조) 잘 활용했을까요? 유튜브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향이 없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편집자말]

여의도에서는 "정치는 곧 돈이다" "민주주의는 돈을 먹고 자란다"와 같은 말들이 떠돌고는 한다. ⓒ 오마이뉴스

 
"정치는 곧 머릿수이고, 머릿수는 곧 힘이며, 힘은 곧 돈이다."

일본의 제64·65대 내각 총리였던 다나카 가쿠에이의 말은, 정치가 얼마나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여의도에서는 "정치는 곧 돈이다" "민주주의는 돈을 먹고 자란다"와 같은 말들이 떠돌고는 한다. 시민사회계는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금권민주주의를 경계해왔다. 그러면서도 투명성 담보를 전제로 정치자금의 양적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건, 정치와 돈의 상관관계를 잘 대변한다.


모든 정치인이 부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정치인은 항상 정치자금이 부족해 골머리를 앓는다. 보통 사람은 목돈이 부족하면 은행권을 찾는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당장 큰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후원회를 통한 모금이 부족할 경우, 국회의원들 역시 제도권 금융의 힘을 빌린다. 은행권 채무를 일단 정치자금에 산입해 사용한 뒤, 후원금 모금액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형식이다.

<오마이뉴스>는 제20대 국회 마지막인 2019~2020년 정치자금 내역을 분석해, 국회의원들의 채무 및 정치자금을 통한 상환 내역을 살펴봤다.

이자와 위약금도 정치자금으로 상환 
 

서울의 한 ATM 앞에서 시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가장 많은 액수를 사용한 건 홍문종 전 친박신당 의원이었다. 그는 '자산 차입금 반환(대출 원금 상환)'이라는 명목으로 7683만6987원, 그리고 130여만 원씩 수차례에 걸쳐 '대출 이자'를 납부했다. 2019~2020년 동안 쓴 총액은 8751만481원이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빌린 돈이었고, 어디로 상환했는지는 기재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정확하게 '대출'에 대한 상환임을 명시한 경우만 추려봤다. 

정동영 전 민생당 의원은 총 5960만3179원의 채무를 상환했다. 정 전 의원은 전북은행에 4960만3179원 그리고 NH농협은행에 1000만 원의 빚이 있었던 '다중채무자'였다.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채권자가 누구인지 기재하지 않았지만 사무실 보증금 용도로 빌렸던 5000만 원을 상환했다고 적었다. 윤영일 전 민생당 의원도 '미지급 채무 반환'이라며 4322만9338원을 정치자금으로 갚았다. 하지만 그 역시 구체적인 채권자를 밝히지 않았다.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NH농협은행에 빌린 4000만 원 중 원금 3600만 원을 두 차례에 걸쳐서 갚았다. 이자까지 합하면 같은 기간 총 4095만6686원을 지불했다. 해당 채무가 2017년 6월 8일에 받은 돈이란 점도 내역에 명시했다. 하지만 이처럼 상세하게 기재한 경우는 드물었다.

의원들이 은행에 손을 벌리는 가장 주된 이유는 사무실 보증금과 의전용 차량 때문이었다. 전자의 경우 시중은행(1금융권)이나 본인 지역구에 자리한 농협 지점(1금융권) 혹은 지역단위 농협(2금융권)이 주요 채권자였다. 그러나 사무실 보증금 '대출 이자'라고 명시한 지출 내역은 있는데, 원금의 상환 내역은 임기 만료시까지 기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임기 만료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건지, 계약이 해지되면서 사무실 보증금을 돌려받았는데 아직 반환이 안 된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차량을 할부구매‧렌탈‧리스하는 경우에는 주로 캐피탈사의 도움을 받았다. 렌탈이나 리스의 경우 임기가 끝나면서 계약기간을 다 못 채워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 위약금까지 정치자금에서 지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투명성 위한 제도적 배려인데... 채권자 밝히지 않는 경우 많아

언뜻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검은 돈'을 막기 위한 일이다. 정치자금은 크게 소속 정당의 지원금, 개별 의원 후원회의 후원금, 의원 본인 재산(차입금 포함) 등으로 이뤄지는데 후원금이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의원 개인의 인지도에 따라 후원금은 모금 속도와 규모가 차이난다. 

정치자금법은 이때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정치자금 용도로 돈을 빌릴 경우 정치자금으로 갚을 수 있도록 했다. 돈의 출처는 국회의원 자신의 자산이어도 가능하고, 은행이나 개인에게서 빌린 경우여도 상관없다. 다만 해당 내용을 회계보고서상 수입으로 기록해야 한다.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현행 제도상 정치인은 '누구로부터 빌린 돈'인지를 상세히 공개할 의무는 없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봐도, 채무의 경우 정치자금을 쓰거나 돌려받은 대상에 국회의원 본인이나 상대방의 이름만(정보공개청구의 경우 성까지 공개) 기재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심지어 몇천만 원을 넘어 억대 자산을 정치자금 계좌로 넣은 뒤 다시 정치자금으로 갚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돈의 정확한 출처는 회계보고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특히 1원 단위까지 '자산 상환'으로 신고한 이들은 본인 자금이 아닌 누군가에게 빌린 돈에 이자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였지만, 역시 회계보고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정치자금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오마이뉴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채권자 등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으면 의심스러운 자금이 흘러들어가도 확인이 어렵지 않느냐' 등을 물었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 법상) 채권자를 밝힐 의무까지는 없다"며 "개별 건마다 유권해석을 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이런 경우는 문제'라고 밝히기도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504명이 9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4091억 7158만 6508원의 수입·지출보고서를 공개합니다(선거비용 제외). 상세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에서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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