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8 19:57최종 업데이트 21.01.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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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끝나도 기록은 남습니다. '전직'이 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의 마지막 한 푼까지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정치자금법 2조) 잘 활용했을까요? 유튜브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향이 없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편집자말]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낙선 후에도 바쁘다. 연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대선까지 걱정하며 '4.15 부정선거 투쟁'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총선 직후부터 그는 관련 소송에 집중했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정치자금 수입·지출신고서에 따르면, 민 전 의원은 지난 4~6월 동안 정치자금으로 ▲투표함 보전신청 등 관련 비용(인천지방법원, 293만7100원) ▲변호사 착수금과 보정청구 송달료 등(법무법인 대호, 3764만8320원) ▲변호사 선임료(예인법률사무소, 3300만 원)를 썼다. 


모두 합하면 7358만5420원. 민 전 의원이 4월 22일 페이스북에 선거 소송 추진 계획을 밝히며 "재검표 신청하는 데 5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간다고 한다"던 예상가를 훌쩍 넘긴 금액이다. 또 20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지출내역 중 소송비용으로는 1위에 해당한다. 

이 비용은 정당한 지출일까. 인천광역시 연수구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소송이라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자금으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에서 지면 개인 돈으로 물어낸다'던 민 전 의원의 주장과 달리 "법원에 낸 인지대 등에서 돌려받는 것만 반납한다"고 덧붙였다.
 

'4.15 총선 조작선거' 주장하는 민경욱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총선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 대회에서 "투표관리관의 날인 없이 기표되지 않은 비례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민경욱도, 김명연도... 의원님은 '소송 중'

다른 의원들도 민경욱 전 의원처럼 송사를 치를 때 정치자금을 활용한다. 의정활동으로 형사재판을 받을 경우 무죄 확정판결이 나올 때면 정치자금으로 소송비용을 처리할 수 있다. 단 유죄 확정시에는 국고 환수 대상이다. 

이번 총선 때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20대 국회의원 중에선 민경욱 전 의원에 이어 통합당 김명연 전 의원과 홍철호 전 의원, 열린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과 민주당 유승희 전 의원, 통합당 김학용 전 의원과 김용태 전 의원, 민주당 신창현 전 의원, 민생당 채이배 전 의원, 민주당 김현권 전 의원 순으로 소송비용 지출이 많았다. 이들은 대개 어떤 사건인지 간략히 설명하며 정치자금을 썼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김명연 전 의원(경기 안산단원갑)과 유승희 전 의원(서울 성북갑), 김학용 전 의원(경기 안성), 김현권 전 의원(비례대표)의 경우 '변호사 수임료'식으로만 기재, 정보공개청구 자료만으로는 어떤 소송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모두 합하면 9480만 원으로, 법 위반은 아니지만 공적 비용인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물론 선관위는 해당 의원이 낸 영수증 등에 기초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딱 3개월 동안만. 현행 법은 선관위가 회계보고 마감을 공고한 날부터 3개월만 열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정치자금 관련 증빙자료는 아무나 볼 수 없다. 정치자금을 또 한 번 불투명하게 만드는 제도의 구멍이다.

앞서 언급한 4명 의원의 소송비용 9480만 원도 회계보고서만 보면 정체가 불분명하다. <오마이뉴스>는 이 비용이 정말 제대로 쓰였는지 지역선관위 등에 문의했다.

이에 따르면, 김명연 전 의원이 윤기찬법률사무소에 지불한 5700만 원은 지난해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기소된 사건과 4.15 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 처리 비용이었다. 유승희 전 의원이 법무법인 덕수(1770만 원)와 법무법인 대륙아주(30만 원)에 낸 돈은 당내 경선 관련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상대 후보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과정에 쓰였다.

김학용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7일과 6월 28일, 법무법인 도원에 낸 1100만 원을 '법률 자문료'라고만 신고했다. 다만 그는 미리 경기 안성시선관위에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려는데 정치자금을 쓸 수 있냐'고 문의한 뒤 해당 비용을 지출했다. 김현권 전 의원의 경우 4.15 총선 때 경북 구미을 지역구 상대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법률사무소 새움에 880만 원을 '변호사 선임비'로 냈다.
 

손혜원 의원 목포 기자회견 지난 2019년 1월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회견을 연 손혜원 전 의원. ⓒ 이희훈

 
민사에도 쓸 수 있지만... "기준이 분명해야"

김학용 전 의원처럼 민사소송에 정치자금을 쓴 의원들은 더 있다. 민사소송은 워낙 범위가 넓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사건에서 유무죄를 기준으로 삼는 형사사건과 달리 정치자금 지출의 적정성을 선관위가 그때그때 판단한다. 하지만 반드시 선관위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의원 본인이 소송을 제기했다면 판결을 떠나 정치자금 지출이 가능하다. 선관위는 피고로 패소했을 때에만 국고 환수 절차를 밟은 선례가 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서울 마포을)의 경우 중앙선관위 문의 후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와 SBS에게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전자소송비 ▲착수보수금 ▲인지대 등으로 8회에 걸쳐 정치자금 4212만2400원을 썼다. 손 전 의원은 SBS 소송의 경우 1심 일부 승소, 항소심 전부 패소했고, 조선일보 소송은 1심 패소 후 항소심 진행 중이다.

김용태 전 의원(서울 양천을)도 언론 관련 소송비용에 정치자금을 썼다. 그는 2019년 2월 25일 '시민일보 기사 정정보도 청구 관련 변호사 선임료'로 법무법인 에이팩에 330만 원을 1차로 지불했고, 3월 18일 관련 소송인지 및 송달료 116만2800원을 냈다. 또 지난 4월 22일 의정활동 관련 법률자문료 880만 원을 법무법인 신광에 지불했다.

채이배 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3월 16일 전영준법률사무소에 '정정보도청구소송 수임료 지급' 명목으로 990만 원을 냈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정당한 의정활동을 두고 너무 소설을 쓰고, 팩트도 틀린 기사가 있었다"며 "정정보도 요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소송까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치자금을 소송비용으로 쓸 수는 있지만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사소송이라도) 예를 들어 어떤 발언을 두고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아닌지 기준을 세우면 가능하다"며 "지금은 선관위에 문의가 들어오면 답하는데, 일관된 답변이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도 정치자금의 용도를 포괄적으로만 정해놨다"며 "선관위가 세부지침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504명이 9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4091억 7158만 6508원의 수입·지출보고서를 공개합니다(선거비용 제외). 상세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에서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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