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 07:34최종 업데이트 21.01.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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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끝나도 기록은 남습니다. '전직'이 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의 마지막 한 푼까지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정치자금법 2조) 잘 활용했을까요? 유튜브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향이 없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편집자말]

채이배 바른미래당 전 의원 ⓒ 이희훈

 
"국회에 그런 의원만 있다면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겠다."

20대 국회에서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비례대표)과 함께 일한 보좌관의 평가다. 그는 "국회를 포함해 2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한 제가 봐도 성실하고 꼼꼼했다"며 "채 전 의원은 모범 국회의원의 전형"이라고 치켜세웠다. 


<오마이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봐도, 채이배 전 의원의 성실성과 꼼꼼함은 눈에 띄었다. 지출내역만 봐도 재벌범죄와 검경수사권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법안을 만드는 데에 정치자금을 적극 활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면 임기 내내 업무용 차량 없이 걷거나 서울시공용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다니며 비용을 절감했다.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는 비례대표라 다소 여유가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또 아꼈다. 국회의원들은 보통 은행 입출금 통장으로 정치자금을 관리한다. 하지만 채 전 의원은 이율이 높은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썼다. 지난 10월 27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치자금을 모으는 과정을 보면, 너무 소중한 돈"이라며 "아껴 쓰는 것도 좋지만, 한 푼이라도 이자를 받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4년 간 얻은 이자는 약 300만 원에 달했다. 

채 전 의원은 "정치자금은 굉장히 소중한 돈"이라고 여러 차례 표현했다. 다만 이 '소중한 돈'을 더 잘 쓰기 위해선 국회의원 개인의 "꼼꼼한 계획"도 중요하지만, 현실정치에 걸맞은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비례대표와 달리 지역구 의원들은 연간 1억 5천만 원(선거 있는 해에는 3억 원)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또 국민 1명이 국회의원 1명에게 연간 총 500만 원, 모든 국회의원에게 1년 총 2000만 원까지로 정해진 '후원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솔직히 정치라는 게 돈이 든다. 그 돈줄을 막으면 결국 더 부정한 돈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한도를 없애도 되는 거다. 그런데 돈을 모으는 게 진짜 쉽지 않다. 후원금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데 아직도 국민들이 정치혐오, 정치불신이 많아서 후원금을 내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많다. 근본적으로 정치자금제도의 개선은 정치가 먼저 국민의 신뢰를 쌓은 뒤에야 이뤄질 것 같다."

다음은 채이배 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CMA 계좌에, 억대 기부... 채이배의 남다른 정치자금 사용법
 

채이배 바른미래당 전 의원 ⓒ 이희훈

 
-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봤는데, 일반 계좌가 아니라 KB증권 계좌를 이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게 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정치자금은 진짜 아쉬운 소리를 해서 후원 받는다. 주시는 분도 굉장히 쉽지 않은 결심을 하고. 이렇게 모으는 과정이 있으니 너무 소중한 돈이다. 이걸 아껴 쓰는 것도 좋지만, 한 푼이라도 이자가 나오면 바람직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보통 국회에서 금융기관은 농협을 이용하는데, 저는 전부터 이용하던 증권사 CMA를 이용했다. CMA가 요즘엔 이율이 계속 떨어져서 굉장히 낮지만 2016년만 해도 1.5% 이상이었다. 1억 원의 1.5%면 150만 원, 10만 원 소액후원이라 치면 15명이 더 생기는 것 아닌가. 좋은 선례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택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 측에 문의했더니, 담당자가 CMA 계좌를 모르더라. 증권회사 거래를 안 하면 대부분 모를 수밖에 없다. 제 보좌진이 직접 가서 설명한 뒤에 입출금이 자유롭고 원금 훼손 안 되는 예금이니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제가 회계사 출신이라 좀 더 꼼꼼하게 신경 쓴 거다. 또 CMA 계좌와 연결된 카드를 쓰면 캐시백(현금환급)이 돼서 매달 몇 천 원씩 들어왔는데, 그것도 무척 뿌듯했다."

- 임기 만료 전에 남은 정치자금에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한 것도 눈에 띄더라. 지난 3월 4일에는 한국취약노인지원재단과 노들장애인야학에 각각 5000만 원, 5월 21일 굿네이버스의 학대피해아동과 여아지원사업에 8000만 원, 5월 29일 한국심장재단에 2700여만 원씩 냈던데. 

"그때(3월 초)가 코로나19가 막 번질 때라 가장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노인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원 되기 전 보조교사를 했던 인연으로 장애인야학을 지원했다. 취약노인지원재단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하면서 알게 된 노인학대 예방사업 관계자에게 소개받았다. 

또 법사위 하면서 아동학대·가정폭력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 '깔창생리대' 문제도 기억에 남아서 여중생 생리대 지원 등을 알아봤더니 굿네이버스에서 둘 다 해서 기부했다. 그래도 돈이 좀 남아서 어디다 후원할까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 심장수술 받은 기억이 났다. 태어날 때부터 안 좋아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술을 받았다. 저 같은 아이들에 도움됐으면 하는 마음에 (정치자금) 통장 닫는 날 남은 총액을 끌어모아서 심장재단에 보냈다. 지역 출마를 고민해서 2억 5000만 원 정도 모아뒀는데, 그걸 마지막에 기부금으로 냈다."

- 기부 말고도, 3월 25일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도 정책연구를 4건이나 맡긴 대목이 이례적으로 보였다. 임기 기간 동안은 총 10건에 5500만 원을 썼고. 

"출마 여부와는 상관 없었다. 매해 모은 후원금에서 최소 30%는 연구비로 쓰려고 했다. 저는 정치자금 중 일부분은 반드시 법안 등 정책개발비로 써야 한다고 본다. 상임위별로 20대 국회 상반기에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할 때는 기업 관련, 하반기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일 땐 재벌범죄 관련 연구를 맡겼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제도)으로 검찰개혁 법안은 통과시켰지만 많은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했다. 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연구용역을 줬다. 1년마다 3000만 원 정도는 꼭 쓰려고 했는데 결국 다 못 썼네(웃음)."

"돈 안 드는 정치? 노력하지만 현실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전 의원 ⓒ 이희훈

   
- 정치자금 쓰며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솔직히 저는 비례대표라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다보니 정치자금이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지역구 의원들은 다르다. 후원금 모금이 충분히 안 되는 분들은 자기 월급으로 사무실 운영비 등을 써야 하는 상황도 있어서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후원금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돈 안 드는 정치를 하려고 굉장히 많이 제도를 보완했고, 정치인들도 노력하지만 기본 비용이 드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저는 국가 예산으로 더 주기보다는 의원들이 최대한 후원을 받게 해줬으면 한다. 물론 그것도 국민의 돈이지만, 정치적으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후원하는 것이니 의미도 있다. 저만 해도 고액 후원자 중 지인도 있지만, 주식 투자하는 분들인데 제가 재벌개혁운동을 했고 주식시장의 잘못된 문제를 지적했던 걸 기억하고 국회의원 되니까 후원해준 분들도 계셨다. 영수증 발급 때문에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직접 고맙다고 전화로 인사도 했다.

지금은 한 사람이 최대로 낼 수 있는 후원금이 의원 한 명에게 500만 원(연간), 1년에 총 2000만 원이다. 어차피 120만 원을 넘겨 후원하는 경우 이름을 공개한다.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가 있으니까 저는 한도를 조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또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의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게 할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고 노회찬 의원도 현역이 아닌 시절에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문제였다. 정치 신인도 정치자금을 모을 방법이 막혀 있어서 현역과 불공정 게임을 하게 된다. 지금은 너무 불공정한데, 기득권을 가진 의원들이 법을 고치면 스스로에게 불리해지니 잘 내려놓지 않는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 유권자들도 예전보다는 정치인을 후원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보긴 하는데, 여전히 '호감 가는 정치인은 있지만 후원은 조심스럽다'는 사람들도 많다.

"아직도 국민들은 후원금을 내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크다. 진짜 가까운 정치인이 아니면 그 정당 전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까봐 고민하기도 하는 것 같다. 또 일반 직장인들은 회사에 연말정산 자료 낼 때 정치 후원금 낸 것까지 드러나니까 불편하게 생각한다. 삼성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정당) 후원 내역을 파악했다는 보도도 있지 않았나. 정말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직 정치 불신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정치인을 더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게 정치를 발전시킨다'는 캠페인을 많이 하는데 잘 안 먹힌다. 저도 맨날 후원 요청했지만 낯부끄러웠다. 정치 불신이나 정치 혐오가 워낙 큰 상황이라 '저는 잘하니까 후원해주세요' 하지만 뻘쭘하더라. 근본적으로 정치자금제도의 개선은 정치가 먼저 국민의 신뢰를 쌓은 뒤에야 이뤄질 것 같다."

- 미국은 한화 약 22만 원 넘는 기부금을 낸 후원자는 성명, 직업, 주소까지 공개한다. 한국은 반대로 지금보다 더 기부자 정보를 가리면 오히려 후원이 활발해질까.

"어느 정당·정치인 지지성향을 밝히는 게 매우 민감한 정보다. 원래 (회사가 개인한테) 물어보면 안 되죠. 그런데 한국은 조직에서 관리 목적으로 알려고 한다. 미국은 기업이 그걸 활용하지 않으니까 공개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한국은 그렇게 하면 솔직히 아무도 정치 후원을 안 하려고 할 거다."

"저도 후원 요청하며 낯부끄러워... 정치가 국민 신뢰부터 쌓아야"
  

채이배 바른미래당 전 의원 ⓒ 이희훈

 
- 개인정보는 좀 더 보호하더라도, 큰 틀에서 정치자금이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면 국민들도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세부내역도 회계보고 공고 후 3개월만 공개한다.

"그러면 안 되죠. (국민들이)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게 해야죠. 예를 들어 자료 공개도 (지금처럼 활용불가능한) PDF 파일로 하지말고 더 편하게 엑셀로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법률에 정해진 게 아니라 선관위가 하려면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국민들의) 감시를 불편하게 해서 불신을 낳고 있다."

- 이른바 '쪼개기 후원(노조 등에서 개인 명의로 특정 정치인을 집중 후원하는 것)'으로 집단이 움직여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그게 참 경계선이 모호해서 어렵다. 예를 들어 노조가 집단행동으로 어떤 법이 만들어지도록 움직이는 건 그만큼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려는 목적인데, 그걸 '입법 로비'라고 평가할 때도 있다. 저도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서 관련 법률을 냈다. 아무래도 그 법안은 회계감사란 일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데, 누가 '회계사 밥그릇 위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 되게 난감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그런 모습일 수 있어서 굉장히 모호한 거다.

하지만 직능단체들이 특정 정치인을 후원해 법률이나 정책을 만드는 것을 무조건 거래처럼 보는 것은... 금융기관의 경우 노조들이 결합이 잘 돼서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무위 의원들을 적극 후원한다.

제 경우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했는데, 그런 일들이 후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저는 후원을 받든 안 받든 성과연봉제에 반대하지만 어쨌든 노조에서 (쪼개기) 후원을 하고 그걸 나중에 엮어서 '입법 로비'다, 이럴 수 있다. 어려운 문제다. 답이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기준을 갖고 봐야하지 않을까."

-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지만,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은 중요하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계속 말씀드리지만 정치자금은 소중한 돈이다. 그러니 계획을 짜서 써야 한다. 내가 연구용역에 어떻게 쓰고, 다음 선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이런 자금 계획대로 운용해야 하는데, 보통은 막 쓴다. (임기) 첫 해를 지내면 대충 감이 잡힌다. 그걸 갖고 계획적으로 쓰는 게 맞다.

또 정치자금이 사고가 많이 나지 않나. 보통 그럴 때엔 '보좌진이 알아서 해서 나는 모른다, 나도 속았다'고들 하는데 무척 무책임하다. 국회의원은 중소기업 사장이다. 본인을 포함해 10명이 속한 회사 최고의사결정자, CEO인데 돈 씀씀이를 모른다는 건 책임 방기다. 저는 매월 보고를 받았다. 실제로 행정비서들은 다 보고한다. 의원들이 그걸 건성으로 듣거나 보좌진에게 위임하면 안 된다. 꼼꼼하게, 사실상 국가 세금이니 다 살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504명이 9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4091억 7158만 6508원의 수입·지출보고서를 공개합니다(선거비용 제외). 상세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에서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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