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 16:56최종 업데이트 20.11.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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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은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을 결정하는 날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것들이 많다. 궁금하지만 아직 모르는 미 대선 관련 핵심사항을 정리해보자.

미국 대통령 선거 절차
 
– 11월 3일은 무엇을 하는 날인가?

미국은 4년 주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곧 미국 대선의 해다(올해는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예외). 선거가 열리는 해 11월 첫번째 월요일의 다음날, 즉 화요일이 선거일로 지정된다. 따라서 미국 대선일은 11월 2일부터 8일 사이 하루로 정해진다. 올해는 3일이지만 2016 대선 당시는 8일이었고 다음 미국 대선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024년 11월 5일 치러진다. 
 
– 그럼 11월 3일은 대통령을 뽑는 날인가?

이날을 통상 대선일이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날 미국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아닌 '선거인단'을 결정하러 투표장으로 향한다. 주(State)에 따라 투표용지 양식과 투표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투표소에 들어간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있는 대선 후보 리스트에서 지지 후보를 확인한 후 펜으로 표시를 한다(물론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주에서는 화면 터치 방식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한다).

여기까지는 우리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주(State) 단위로 승자를 결정해서 그 승자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전원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흔히 '승자독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같은 날 상원 100명 가운데 35명(정규 33명, 보궐 2명), 하원 435명 전원, 11명의 주지사, 2명의 속령 지사도 함께 선출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비치에서 조기 현장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플로리다는 미 대선의 주요 경합 주(州) 가운데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가장 많이 걸린 최대 승부처다. ⓒ 연합뉴스

 
– '승자독식'이라면 단 한 표의 차이로 이겨도 선거인단 전체를 확보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가령 A라는 주(State)에 선거인단이 50명 배정돼 있고 갑과 을 두 후보가 경합을 벌인다고 가정하자. 갑 후보가 을 후보를 상대로 70%대 30%로 승리하나 51%대 49%로 승리하나 승리는 마찬가지. 따라서 두 경우 모두 갑 후보가 선거인단 50명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승자독식제는 미국 중부의 네브래스카(Nebraska)주 그리고 동부의 메인(Maine)주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적용된다.

네브래스카주에는 3개의 선거구가 있고, 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는데 각각의 구에서 승자에게 선거인단 한 명씩 그리고 주 전체 승자에게 선거인단 2명을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가령 2008년 대선 당시 네브래스카주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주 전체와 2개의 구에서 승리한 반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1개의 구에서만 승리했다. 결국 매케인 후보가 4명, 오바마 후보가 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메인주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치른다. 그 외 모든 주는 승자독식제를 적용하고 있다.
 
– 그렇게 결정된 선거인단은 대통령을 어떻게 선출하나?

주마다 결정된 선거인단은 12월 14일 각각 주 청사에서 지지 대선 후보를 향해 투표를 한다. 그리고 2021년 1월 초 연방 상원의장이 모든 주의 투표를 합산한 결과를 발표한다. 그렇게 해서 승리한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결국 선거인단이 많이 배당된 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며, 다수의 주에서 승리를 해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전체 미국 유권자의 투표 수에서 승리를 해도 선거인단 수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특정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도 전체 선거인단 수 확보에는 상한선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후보는 우세 지역에서 얼마나 표를 더 받느냐보다 박빙 지역에서 한 표 차이라도 승리를 해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 민의가 상당히 복잡한 단계를 거쳐 수용된다는 점에서 왜곡될 수 있고, 다소 비민주적인 것 같은데.

어떤 의미에서 옳은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0년, 2016년 선거 당시 미국 유권자의 지지율과 선거인단 확보는 일치하지 않았다.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전체 투표수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에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우세해 대통령이 됐고, 2016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역시 전체투표 수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뒤지고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런 불합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선에서 선거인단 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국가로서 민의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연방제 국가로서 각 주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여기기 때문에 초기부터 이 제도가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건국 초기와 달리 느슨한 연방국의 대통령이라기보다 강력한 단일 국가의 대통령 성격이 강해졌다. 따라서 개헌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 그럼 왜 당장 제도를 바꾸지 않나?

앞서 예에서 봤듯이 지금 각 주의 정당별 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선거인단 제도는 공화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동부와 서부 해안지역에 밀집돼 있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내륙 지방에 넓게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이지만 그래도 선거인단 수는 55명으로 정해져 있다. 아무리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표가 많이 나와도 55명의 선거인단 수를 넘어설 수는 없다. 당연히 민주당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민주당은 당장 현재의 선거인단 제도를 개선하길 원하지만 공화당은 당연히 반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대타협을 하거나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기까지는 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 선거인단이 다른 후보에 투표할 수도 있지 않나?

물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실제 미국 역대 대선 선거인단 가운데 자신의 당 공식 후보에 투표하지 않고 다른 이름에 투표를 한 경우가 2016년 대선까지 총 165건 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통령이 바뀌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선거인단은 열성 당원들로 구성되는 데다 일반 유권자 투표와 달리 선거인단 투표는 대부분의 주에서 비밀투표가 아닌 공개투표로 진행된다.

따라서 대부분 극히 소수의 일탈행위이고, 설사 다른 이에게 투표한다 해도 상대 당 후보에 투표하는 경우보다 자신의 소속당 경선에서 탈락한 다른 예비후보에 투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리고 주에 따라 이들 불충실한 선거인단(Faithless elector)에 벌금을 과하는 주도 있고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주도 많다. 그래서 선거인단 투표가 당선 향방을 결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11월 3일 유권자 선거를 통한 선거인단 확보 결과가 사실상 대선 결과라고 봐야 한다.
 
2020 미 대선 향방

–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조 바이든 후보의 이름만 주로 들리는데 다른 후보는 없나?

물론 아니다. 수많은 후보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민주당-공화당 양당 체제가 굳어져 다른 제3의 정당이나 후보가 설 땅은 지극히 좁다. 꾸준히 후보를 내는 정당 가운데 자유주의 성향의 자유당과 진보 성향의 녹색당이 있지만 역시 당선 가능성은 영(0)에 가깝다.

역사 속 제3의 인물 가운데 지난 1992년 선거에서 무소속 로스 페로 후보가 무려 18.91%를 얻어 당시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후보의 표를 치명적으로 잠식했다. 이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2000년 선거 당시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는 전국 유효 투표의 2.7%를 얻었으나 가장 결정적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에서 수만 표를 얻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패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런 사표 논란 이유 때문에 진보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6년에 이어 올해 대선 민주당 경선에도 참여했다.   
 
–  트럼프 vs. 바이든, 누가 승리할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답하기 불가능한 질문이다. 다만 여러 요인을 종합 분석했을 때 가능성이 큰 후보는 역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선거 직전까지 모든 지표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음에도 패배했던 사실과 비교해 보자. 당시의 경합주 대부분이 결과적으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물론 이번에도 경합주 대부분이 트럼프 후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16년 당시보다 올해 경합 주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리고 줄어든 만큼 바이든 후보 강세 지역이 늘었다. 당시의 트럼프 우세 주에서 지금은 바이든 우세 주가 된 곳은 위스콘신(선거인단 수 10), 미시간(16) 등으로 늘었다. 당시의 트럼프 우세주가 지금 경합 주로 바뀐 곳들도 늘었다(펜실베이니아 20, 오하이오 18 등). 그리고 당시 경합 주가 지금 바이든 우세 주로 바뀐 곳들 역시 늘었다(버지니아 13, 아이오와 6 등).

반면 2016년 당시 클린턴 우세 주가 이번에 트럼프 우세 주로 바뀐 곳은 사실상 없다. 당시 경합 주가 이번에 트럼프 우세 주로 분류되는 곳은 미주리(10) 한 곳 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표율은 2016년 당시보다 이번 선거가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당시 투표 불참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았던 탓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떠난 그들 중 상당수가 투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다수의 여론 조사 결과가 있지만 대체로 주별 지지세를 바탕으로 경합지를 제외한 양 후보의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를 보면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이미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이든 후보가 경합주 모두를 잃어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 미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NBC 방송 갈무리. ⓒ NBC

 
– 변수는?

물론 변수는 있다. 첫째로 '샤이 트럼프', 즉 숨어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2016년 당시에도 여론조사 기관들이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이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대체적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유권자가 더 많다.

하지만 이들 '샤이 트럼프' 그룹은 4년 트럼프 임기 동안 상당 부분 그늘 밖으로 나와 공공연한 트럼프 지지 세력에 합류했다. 그런가 하면 흑인과 히스패닉 공화당 지지자가 2016년 당시보다 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 가감의 결과는 산정하기 어렵다. 

반면 '히든 바이든' 즉 숨겨진 바이든 지지자들 역시 늘었다는 평가도 많다. 정통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미국의 전통적 가치에 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실망한 이들이 늘어났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 인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에 가까운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연 샤이 트럼프와 히든 바이든의 ±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결과를 기다려볼 만하다. 
 
– 이번 선거에서 우편투표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데 그것 역시 변수로 봐야 하지 않나?

그렇다. 샤이 그룹 못지않게 우편투표의 결과도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잘 알려졌듯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우편 투표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크고, 어느 때보다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투표장 인근에서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고자 우편투표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문제는 우편투표의 접수 방법이다. 이 규정 또한 주마다 다른데 우편투표를 언제까지 받아줄 것인가,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심각할 경우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애매한 사례가 발생해 대법원까지 소송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을 판단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우편투표 비율이 높다는 것은 3일 현장 투표의 개표가 최종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19의 영향도 변수로 봐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변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치적 득실 관계는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은 코로나19 세계 최대 피해국으로 전락했다. 단순히 피해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이지 못한 방역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 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통해 너무 많이 노출됐다. 심지어 연방정부를 믿지 못해 주 행정부가 단독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본인마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게는 감염증을 딛고 나선 것이 영웅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절대 다수의 미국인에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는 이미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반영이 됐으며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은 작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어쨌든 전체적으로 바이든이 우세하다는 건데,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 지지층 중심으로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극우세력이 자신들의 목소리도 주변이 아닌 미국사회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사건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이 되었고 트럼프는 그들의 영웅이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그들은 조용히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자신들의 목소리가 미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권력의 맛을 본 극우세력은 다시 주변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폭동의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 트럼프 캠프에서는 노골적으로 극우세력의 중무장 가능성을 흘리기도 한다. 반 트럼프 진영으로 하여금 정치 혐오를 유발하려는 것.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우편투표의 비율이 높아진 것도 일정 부분 그 영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도 대선에 패배할 경우 승복하지 않고 긴 소송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그의 뒤에는 무슨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성 지지세력과 제도권 안에서 사법적 지원, 또는 사법적 최종판단을 해줄 수도 있는 장치까지 확보해 가고 있다. 정치적 쟁점을 사법적 판단으로 결정지으려는 시도인데, 민주주의 위기의 한 단면이다. 이미 지난 2000년 대선 당시에도 벌어졌던 일이고 불행하게도 지금의 미국에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은 시나리오다.

2020 미 대선 이후 전망

–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무엇이 달라질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미국의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제 분야에서 탈 오바마 정책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반면 바이든이 당선되면 건강보험을 비롯해 자신의 부통령 시절로 당분간 회귀할 것이다. 특히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백악관을 포함해 상·하원까지 모두 민주당이 접수하는 상황에서 바이든의 정치 실험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최근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의 사법제도에서도 개혁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 다만 정치적 진영 논리로 환원될 소모적 논쟁의 여지도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수를 기존의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소의 정치적 공방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자신들의 목소리가 미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음을 맛본 극우의 목소리가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미국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정치적 혼란기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규제 철폐가 더욱 탄력을 받아 에너지, 금융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바이든이 되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지출이 확대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증권가는 본다. 경제 활성화에 좋은 처방이 감세냐 증세냐 하는 전통적 논쟁인 셈이다. 

–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은데.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상호 외교 관계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재고를 한 곳이 있다면 바로 서유럽 국가들일 것이다. 서유럽과 미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껄끄러운 4년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유럽의 근간인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흔들었다. 유럽의 극우세력, 반 유럽주의 세력을 가까이했으며 포용했다.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가 유럽의 일방적 착취라는 기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의 미국은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약에서도, 유네스코에서도, 이란 핵 협약에서도 탈퇴했다. 영국의 한 언론은 이제 유럽이 미국을 보는 시각이 분노에서 연민으로 바뀌고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유럽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는 발걸음을 서두를 것이다. 미국을 달래고 기다리기에는 4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하면 서유럽은 모든 관계에 대한 복원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미 바이든 후보 측은 서유럽과의 관계 정상화를 내세우며 유럽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앞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20세기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전제하에 유럽 국가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21세기형 북대서양 관계 구축은 새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이어질 것이다.   

중국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바이든의 당선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 유권자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와 실망감은 상상 이상이다. G2 파트너로 대우하기에 중국의 기본 인권 인식, 공정무역에 대한 기본 관념, 정치적 자유에 대한 기본 발상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

압도적 인구 수에 따른 경제 규모와 잠재력을 인정해 주기에는 선진국을 위한 전반적 균형이 중국은 아직 많이 모자란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미국의 대중국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 후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 부분 흡수한 백인 중도 남성 표심을 되찾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 AFP=연합뉴스

 
–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동맹국인 한국을 향해 경제규모에 비해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이어 왔다. 물론 역할이란 다름 아닌 돈 문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액수는 합리적 선을 넘어 심지어 미국의 대부분 전문가들도 비현실적 요구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할 경우 이러한 무리한 요구들이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전통적 한미관계로 복귀할 것이다. 

대북 문제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하면 좋건 나쁘건 기존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탑다운(Top down) 방식을 탈피해 실무자들의 검토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대통령이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할 것이다. 당연히 속도는 느려진다. 우선은 현황 파악에만 반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이 때문에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의 대북 전략보다, 전혀 외교 경험 없이 직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실낱같은 기대라도 걸고 싶은 한국인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요컨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안전한 전통적 한미관계 복원이냐, 가지 않은 길에서 '혹시나' 하는 모험에 대한 막연한 기대냐의 차이다. 바이든, 트럼프 어느 쪽의 대북정책도 이상적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은 지금까지보다 좀더 주도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미국을 향해 평화 비전을 제시하고 평화에 근거한 동북아시아 균형발전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경제교류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설득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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