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5 07:40최종 업데이트 20.09.1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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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이라고 명명하지 말아야 했다. 국민들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을 기억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14조 2448억 규모의 예산이 편성되어 99% 이상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국민들은 실로 오랜만에 국가의 효용과 공동체를 느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카드사 통계를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는 늘었고, 자영업자도 어느 정도 숨통을 틔어 경제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4차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라고 했다. 규모도 줄어 7조 8000억 원, 1차 예산의 절반이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결정했던 지난 4월보다 상황이 심각해졌는데 돈은 삭감하고, 지급절차는 복잡하게 바꾸면서 불필요한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

와중에 통신비 2만원 지원과 이에 대한 반대 논쟁이 벌어지면서 돈은 1조 원 가까이 들고, 국민에게 욕먹고, 통신사만 좋은 소모적 논쟁만 벌어진다. 이쯤 되면 정부와 여당은 2차 재난지원금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0년 제4회 추가경제예산안(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의 문제를 자료를 통해 알아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2차 재난지원금 추진 중... 경기회복 도움 되려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타격 대응을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이다. 9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한 점포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첫째, 지급기준이 불분명하고 불공정하다. 정부가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에서 집중적으로 구제하고 싶은 대상은 자영업자다. 매출 4억 원 이하 243만 명에게 100만 원, 집합금지명령을 받은 15만에겐 100만 원, 집합제한업종으로 분류된 32만 명에게 50만 원을 지원하는 데 3조 8000억 원을 쓴다. 문제는 매출 4억 원 기준이 지난해 기준이라는 것이다. 2019년에 4억 5천을 벌었지만 코로나19 때 급격한 매출하락을 경험한 자영업자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사실 정부말대로 핀셋 지원을 하려면 4억 원 미만의 자영업자 내부에서도 다르게 선별지원을 하는 게 맞다. 지난해 3억 9천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코로나 때 선방을 해서 매출이 1원만 줄어든 자영업자와 지난해 5억을 벌었는데, 코로나 때 3억 이상 매출이 줄어든 사람 중에서 누구를 지원하는 게 형평성에 맞을까? 매출액이 실제 수입과 차이 나는 업종도 있다. 편의점은 연매출이 4억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판매의 대부분은 담배다. 그런데 담배의 세금은 무려 80%다. 팔아서 남는 건 없는데, 매출만 많이 잡히는 업종은 지원에서 배제된다. 또, 사업자등록증도 없이 영세하게 장사를 하는 사람 역시 배제된다. 이는 선별적 복지의 선의와 목표에서도 벗어난다.

둘째, 특수고용(특고)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데 고작 70만 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특고노동자는 250만 명 정도다. 특고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한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을 받았을 때 난리도 아니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은 있지도 않은 노무 제공· 미제공 사실확인서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굴렸다. 사용자들이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신청자들은 절차가 복잡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준도 문제였다. 25%의 소득이 감소하고, 3개월 동안 30일 이상, 매월 5일 이상 무급휴직하는 경우가 대상이었는데, 29일 휴직하면 받을 수 없었다. 4대 보험을 위해 월 60시간 단기 알바를 해서 고용보험에 가입된 투잡 특고노동자들은 완전히 배제됐다. 정부는 심사를 통과한 50만 명에게 50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8월 소득감소자 20만 명을 추가 심사해 15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문제가 반복될 뿐만 아니라 배제되는 약 200만 명의 특고노동자들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셋째, 경제의 활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통신비 2만 원의 경우 1조 원 정도의 예산이 통신사에게만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돈이 흐르지 못하고 대기업에 머물게 된다. 국민들 개개인에게 주었다면 주민들은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동네슈퍼 주인은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식당주인은 동네 세탁소에 더러워진 옷을 맡기면서 돈이 흐른다. 이걸 승수효과라고 한다. 이재명 도지사가 통신사 1조 원 지원은 승수효과가 없다라고 지적한 게 바로 이 내용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승수효과를 통해 전체 경기가 활성화되는 게 도움이 된다.

넷째, 선별적 지원 내용마저 부실하다. 우선 대출지원이 지원액에 끼어있다. 위기 상황의 국민 50%를 지원한다면서 1차 재난지원금의 절반 예산을 편성했는데, 그 예산안에 6천억 정도의 대출지원을 집어넣은 것이다. 대출지원은 필요하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대출을 끼워 넣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기존에 있던 제도를 재탕했는데, 근로자고용유지지원금 5000억, 청년특별취업프로그램 1000억, 구직급여 2000억, 코로나 극복 일자리 1000억의 푼돈예산을 편성했다. 저소득층 긴급 생계지원도 4000억에 불과하다.

다섯째, 국민들 간 분열을 일으킨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데 그 기준조차 불분명하다면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 코로나19로 어떤 국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힘들다. 이를 조사하고 공정한 기준을 세우려면 충분한 시간과 사회적 갈등,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코로나19와 같은 비상한 시기에는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조세를 통해 선별적으로 환수하는 게 합리적이다. 소득과 자산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고 걷는 조세는 오랜 역사와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국민 간 분열이 덜하고 정당성도 있다. 굳이 소득에 따라 세율을 달리할 필요도 없이 정률적으로 1%만 걷더라도 100억을 가진 사람과 100만 원을 가진 사람이 내는 세금 액이 다르기 때문에 선별적 환수가 가능하다.
 
7조는 이번에 쓰고, 재난지원금은 따로 제대로 지급하자
 

대정부 질문 앞둔 국회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및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회에 13일 정적이 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소요된 예산이 고작 14조 원이다. 많은 돈일까? 이명박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차세대전투기를 비롯한 무기를 사는 데 14조원을 썼다. 이건희 회장이 가진 자산이 17조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너무 유치하니 실제 통계를 살펴보자.

7월 20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1분기 정부 부채비율은 41.4%로 39개국 가운데 28위다. 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9%로 조사대상 39개국 중 1위다. 흥미롭게도 8월 가계 대출이 14조 증가했다고 한다. 부동산 열풍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이지만, 주목해야 할 통계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계비가 급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드대출과 보험사계약대출이 2조 원이다.

정부가 돈을 쓰지 않으면 국민이 빚을 진다. 그보다는 국가가 빚을 지고, 국민들이 은행에 이자를 내는 대신 국가에 세금으로 천천히 갚는 게 낫다. 1차 재난지원금의 보이지 않는 효과라면 국민들이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았다는 복지경험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각자도생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대로 세금을 내고,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정부여당의 4차 추경안은, 재난지원금이라는 자신들의 중요한 정치적 성과를 총선직전의 현금살포로 후퇴시켜버린 커다란 정치적 실책이다.

지금의 논쟁을 무상급식처럼 '보편 vs. 선별'의 구도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한가한 이야기다. 지금은 둘 다가 필요하다. 보편이든 선별이든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은 한 번 정부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를 않는다"라고 했는데, 정부의 돈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들이 자신들이 낸 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지금이라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덧붙이는 글 필자는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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