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8 08:29최종 업데이트 20.08.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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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민주적 방역과 독재적 방역 2020.8.26 ⓒ 동아일보

 
신천지 대구교회의 감염 실태가 드러나고 있으나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중략) 질병관리본부는 감염자가 많아 검사와 치료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추적해서 찾아봐야 감염원이 중국인이나 중국인으로부터의 2, 3차 감염자로 나온다면 정부만 곤란해지는 상황이다. 신천지에서 더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 <동아일보> 2월 26일자, [송평인 칼럼] 나라 거지꼴 만들고 웃음이 나왔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를 겨냥해 현행범 체포 운운하면서 "공권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라"고 했다. 섬뜩한 표현인데 그마저도 공정하지 못하다. 이 표현은 수시로 관공서를 점거하는 등 공권력을 무시해온 민노총을 향해 먼저 사용했어야 하는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정치적 편향성과 반대자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 <동아일보> 8월 26일자, [송평인 칼럼] 민주적 방역과 독재적 방역

방역 독재?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전광훈 목사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 등이 참석한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후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식사를 한 것을 두고, 나라를 거지꼴로 만들어놓고 웃음이 나왔냐면서 비난을 쏟아부었다. 신천지 관련 역학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 건 중국이나 중국인 관련 사실이 나오면 정부가 곤란해질 수 있어서라는 주장도 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위 필자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발 코로나 재확산을 두고 대통령이 수도권 방역에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악의적 방역 방해자에 대한 엄단을 지시하자 이번에는 민주노총에 써야할 섬뜩한 표현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반대자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면서 비난의 글을 실었다.

이쯤 되면, 방역 당국과 문재인 정부에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언론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종잡기도 힘들다. 신천지 발 코로나19 확산에는 중국 눈치 보면서 역학조사 결과마저 공개하지 않는다고 몰아세우던 언론이었다. 6개월 뒤에는 공권력 남용으로 방역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수 유튜버들이 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과 광화문 집회 참석자 찾기를 두고 종교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8월 15일 광화문 집회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참석자들의 정부 비판 목소리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집회 참석자들을 두둔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천지교회의 태도를 방역에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본다면, 이번 사랑제일교회 측과 광화문 집회를 이끈 세력의 태도는 방역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도화선이 된 것은 감염병에 대한 무지나 시민의식 결여 때문이 아니다. 거리의 집회에서 '감염환자가 나온 적이 없다'라는 얼토당토않는 주장과 보건소의 검사 권유를 사찰과 인권 탄압으로 여기는 집회 참가자들, 감염되어 격리 치료 중에도 유튜브 방송으로 문재인 정부와 방역당국을 조롱하는 극우 유튜버들. 이들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도덕적 불감증과 공권력 불신이 사태를 이렇게 키운 것이다.

공권력 남용?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8월 26일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해 의료 현장이 혼란에 빠지자 정부는 진료 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추진을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에 논의하자고 의사들을 달래던 정부가 의사협회 협상이 결렬되자 강공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의사협회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은 정당한 의사 표현을 막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며 반발했다. 통합당 김종인 위원장도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 시급한 과제도 아닌 것을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여 사태를 키웠다고 사태 원인을 정부 측으로 돌렸다. 성급한 정책 추진과 공권력 남용. 그래서 파업이 시작됐고 의사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것이 의사협회와 통합당, 보수 언론들의 시각인 셈이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준전시 상황에 준한다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염려해야 될 만큼 변곡점의 고비에 와 있다. 의료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도 공권력 남용이라며 극한투쟁으로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사협회의 처사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의사들과 대화의 문을 닫아걸고 강경일변도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의료인력 확충이나 공공의대 설립도 지난 정권에서 좌초된 법안 중 하나다. 문제점을 보강하고 여론을 수렴하되, 어렵게 꺼낸 의료 인력 확충이나 공공병원 건립 계획을 의사들의 반대에 밀려 또다시 접어야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공권력 남용도 문제지만

공권력은 국민이 정권에 위임한 권력이다. 거리에 나선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고, 생존권을 위해 망루로 올라간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공권력의 남용도 있어서는 안 되지만,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권력이 집단 이기주의에 휘둘리는 모양새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역사에서 정부 정책이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 좌초된 예는 비일비재하다.

일부 국민들은 오히려 공권력 남용이 아니라 공권력이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공권력은 왜 민노총에만 엄중해야 하고, 극우단체, 종교집단, 의사협회 등 막강한 이권단체나 힘을 가진 세력에게는 나약해야 하는지 오랫동안 국민들이 가지는 의문 중 하나다.

공권력이 신천지 교회 발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더 엄중하고 신속해야 하는 건, 지금의 재확산이 그때와 비교할 수도 없거니와, 도를 넘는 방역 방해 행위를 방치하고는 국민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권력이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대두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을 두고 방역 독재라고 하거나, 정부의 업무 개시명령을 두고 공권력 남용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공권력에 믿음과 권위를 부여하는 일은 정부만 해서 될 것도 아니다. 부당한 공권력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국민의 명령이고 당부라는 생각, 정부 방역을 조롱하는 사람들이나 정부에 백기 항복을 받아내려는 의사협회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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