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1 12:37최종 업데이트 20.08.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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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로 폭발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19가 우려스럽다. 세계적인 감염 확산과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장마와 폭우로 방역당국이 수차례 우려와 경고를 쏟아냈음에도 보란 듯 교회에서 합숙을 하고, 지방에서 수십 대의 버스를 대절해 수많은 인파를 모은 행위는 비난받고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전광훈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코로나 발생이 북한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 주장했지만,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계기가 된 것을 생각하면, 이는 전광훈 목사 등 극우주의자들에 의한 국민건강 위협, 테러행위에 가깝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개학을 앞둔 학교들이 등교를 미루고, 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재난 문자에 불안감은 신천지 발 코로나 사태 때를 넘어선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분노로 바뀌었고 전광훈 목사와 극우 인사들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는다. 당연하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이고,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서도 재앙을 키운 책임은 결코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집단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20일 오후 서울시 역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교회측의 반발로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찰들이 사랑제일교회 주변에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통합당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민경욱 전 의원 등 통합당 관련 인사들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는 등 통합당에 방임, 방조의 책임이 있다는 게 주장의 근간이다.

통합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1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을 결부시키는 공세에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해 보려고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그런 유치한 정치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향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20일에도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민주당이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주호영 원내대표도 "8·15 집회는 우리 통합당이 주최하지도 않았고 참가를 권하거나 독려한 일도 없고 우리 구성원들이 마이크를 잡고 연설한 적도 없다"며 방역 실패의 책임을 피하려는 치졸한 형태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 공동취재사진

 
광화문 집회는 국민건강 테러 행위
 
수령님을 모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요) 그렇다면 문재인 XX를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중략) 오늘도 저를 이 자리에 못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다가 테러를 했습니다. (중략) 내가 문재인에게 경고합니다. 어느 걸 하던지 마음대로 하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자살은 하지말길 바랍니다. 노무현 흉내 내서 자살한다고 해서 국민이 정을 베풀지 않습니다. - 문재인 탄핵 8.15 국민대회 중 전광훈 목사 발언 일부 발췌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광화문 집회를 두 가지 차원에서 달리 봐야 한다며, 폭우가 쏟아지고 감염 위험의 와중에서 진행된 집회의 메시지는 청와대가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얼토당토않은 감싸기이고 억지주장이다.

방역당국의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2만 여명을 동원한 집회에서 고작 한다는 주장이 '4.15 총선은 세계 최대의 선거 부정', '북한의 바이러스 테러', '대통령 자살하지 말라'는 막말이었다. 코로나 재확산 즈음에 열린 8·15 집회는 하지 말았어야 할 행사라면서도, 집회 메시지는 새겨들어야 한다는 주호영 원내대표. 전광훈 목사의 막말 연설이 통합당의 속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의 관련성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차다. 지난 3월 전광훈 목사는 검찰의 몇 차례 구속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가 현재는 보석 상태다). 선거운동 기간 전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다. 여기서 특정정당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고, 광화문 집회 등 여러 곳에서 지지를 호소한 행위가 구속 사유가 됐다.

이 구속에 대해 통합당 이언주 의원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법을 위반해가며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지지를 호소한 전광훈 목사. 목사 구속을 새로운 사법농단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언주 통합당 의원. 이런 사실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이 무관하다니, 진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8.15 집회 주최단체 중 하나인 4.15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 상임대표다. 민 전 의원은 서울행정법원에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받아들여지자 '경축, 내일 국투본 집회해도 된다고 법원이 결정!'이라는 내용과 함께 법원 결정문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4.15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여전히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당협위원장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현역인 홍문표 의원뿐만 아니라 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도 참석이 확인되었다.

구성원들이 연설도 하지 않았다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도 거짓말이다. 민경욱 전 의원, 김진태 전 의원이 단상에 올라 격한 발언을 쏟아낸 건 뉴스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일부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 추미애 직권남용, 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를 개최하며, 세종대로를 점거했다. ⓒ 경찰청교통상황CCTV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나는 보건소를 못 믿겠다 이거죠. 그러니까 보건소도 나한테 전화하지 말라고요. 협박이나 하는 보건소는 왜 그래요. 자꾸, 협박하지 말라고요. 경찰 부른다고... 협박하지 말라고 (중략) 아 그러면 협박하는 거예요? 당신들은 누구 돈 먹고 살아요. 국민들 세금 돈 먹고 살면서 국민을 협박해요?

KBS 뉴스가 공개한 보건소 직원과 사랑제일교회 교인의 통화 내용이다. 교인의 발언은 딱하고도 무섭다. 보건소는 국민을 협박하는 정부기관이고, 교회나 교인들은 그 핍박에 맞서 투쟁한다는 생각. 격리 병원에서 도망치고, 코로나 검사를 방해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교회 진입을 막는 교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범법 행위다. 나라를 구하는 독립 운동도, 반독재 민주화 투쟁도 아니다. 국민 건강,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행위일 뿐이다.

잘못된 행동에 끝없이 정당성을 주입하고 국가의 방역체계마저 위험하게 만든 이들이 전광훈 목사와 광화문 집회를 이끈 극우주의자들이다. 또, 전광훈 목사를 극우의 수장으로 키우고 극우주의자들의 정치적 배경이 되어준 것이 통합당의 과거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며 전광훈 목사의 손을 번쩍 들던 황교안 전 대표. 이런 행동의 나비 효과로 8.15 광화문의 난동이 만들어졌다면 과장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 전광훈 목사 주도 농성장에 나타나 단상에서 전 목사와 손을 맞잡고 들자 청중이 환호하는 장면. 오른쪽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2019.11.20 ⓒ ohmytv

 
정치권과 국민들이 통합당의 책임을 거론하는 건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다. 국가의 방역체계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그리고 극우인사들에게 누구보다 무섭게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곳이 미래통합당이다. 광화문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뜻을 살피라며 이들을 옹호할 게 아니라, 이들을 향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범죄다', '코로나 확산 책임을 무겁게 묻겠다'면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대변하는 게 공당의 바른 자세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9일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통합당의 과거 행적을 사과했다. 반면 전광훈 목사와 극우주의자들에게 힘과 권위를 주고 정치적 흥정을 주고받았던 과거 책임 추궁에 대해서는 '쓸데없는 소리', '유치한 정치'이라고 몰아세웠다.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의 잘못에 눈감으면 그건 반쪽 쇄신일 뿐이다. 미래통합당이 코로나 확산으로 단죄 받아야 세력들에게 피난처, 변호의 역할을 자임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다시 국민과 역사 앞에 무릎 꿇을 일, 만들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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