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1 07:59최종 업데이트 20.08.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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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 연합뉴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따르는 신도들 중에는 일반 대중과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한테 일부러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내린다며 문재인 정부와 보건당국에 불신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언론보도에 인용된 보수 유튜버의 페이스북 글에는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고 (말한 뒤) 검사 받으면 100%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온다"라거나 "보건소 검사에서 양성 나오시는 분들은 무조건 병원에서 재검 받으세요"라며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문구가 실려 있다. 코로나19 판정이 정치적 반대파를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뉴스를 잠깐만 들여다봐도 전 세계 코로나19의 확산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전광훈 목사 지지자들은 전혀 딴 세계 사람들인 양 말하고 있다. 이는 전광훈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15일 광화문집회에 몰려든 사실만 봐도 그들의 믿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한국 개신교의 추세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단순히 교계 일부의 모습에 불과할 뿐 아니라 교계의 전반적 추세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분위기다. 전광훈에 대한 한국 기독교인들의 대체적인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광화문 집회 나온 전광훈 목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개신교는 진정 극우적인가

지난 6월 한신대학교 한신신학연구소가 발행한 <신학연구> 제76집에 수록된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의 논문 '한국 개신교는 진정 극우적인가?: 2019년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비평과 성찰'을 통해서도 일반 교인들과 전광훈 지지자들의 괴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의뢰와 ㈜지앤컴리서치의 주관 하에 2019년 7월 9~19일에 20세 이상의 개신교인 1000명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를 근거로 한다. 동일한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과 일반인의 인식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위 논문은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설문조사 항목 중에서 전광훈에 관한 것은 두 가지다. 그의 '문재인 하야 발언'과 '여타의 정치적 언행'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인식을 묻는 항목이다. 이에 관한 조사 결과를 논문은 이렇게 보고한다.
 
"문 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해 71.9%(의) 개신교인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 잘 모르겠다'는 19.3%,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이 8.8%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3명 중 2명(64.4%)이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한국 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려가 된다'는 응답률은 22.2%, '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10.1%, '적극 지지한다'는 3.3%로 나타났다."

전광훈의 문재인 하야 발언에 대해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전광훈의 정치적 언행에 대해 86.6%가 심각한 우려(64.4%) 혹은 우려(22.2%)를 표시했다. 압도적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전광훈의 주장에 거부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본문에 인용된 논문이 제시한 도표. ⓒ 이상철, 한신대학교 한신신학연구소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 교회는 전쟁을 겪은 대중의 심리적 필요에 부응하고자 현세의 행복을 강조하는 기복 신앙의 모습을 띠는 한편, 반공 논리를 활용해 대북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방법으로 신도들의 단결을 유도하며 교세를 확장시켰다.

개신교의 변신

2011년 <신종교연구> 제25집에 실린 양편승 선문대 교수의 논문 '한국전쟁이 신종교 형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소수의 개신교 사회주의자들이 월북하거나 폭력적으로 제거되거나 공개적으로 전향하면서, 남한의 개신교는 공격적인 반공주의자들의 집결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개신교의 신념 체계가 사탄론과 종말론, 선민의식과 결합되면서, 반공담론 자체가 구원론의 일부로 발전하는 양상이 전개되었다"고 설명한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반공 교리'가 기독교 교리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공 이념에 경도된 개신교의 모습은 이제는 어느 정도는 옛날이야기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평화의 기운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는 개신교인들의 상당수가 생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2019년 개신교인 인식 조사는 그 같은 기독교의 변모 양상을 반영한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단체는 한기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광훈의 한기총은 전체 기독교인의 3%밖에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곳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다.

이처럼 냉전세력의 교계 내 입지가 현저히 위축된 상황에서 전광훈이 광화문광장을 '이승만광장'이라 부르며 거기서 극우·반공의 발언을 내뿜고 기부금도 걷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까지 조장했으니, 기독교인들로서는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 이상철 논문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전광훈과 한기총뿐 아니라 여타의 사회 현안과 관련해서도 일반 대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논문은 "2019년 한해 뜨거웠던 사회적 이슈들, 예를 들어 사법개혁 문제, 5·18 왜곡 금지법, 검찰개혁 문제 등에 있어 개신교인들은 비개신교인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과거의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전광훈과 한기총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광훈과 한기총이 보여주는 극우·반공이 1990년대 이전의 극우·반공과 다소 결을 달리한다는 분석이 있다. 1990년대 이전의 기독교 극우·반공이 한반도 냉전과 남한 정치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 이후의 기독교 극우·반공은 약간 다른 이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희생자 코스프레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2018년 <가톨릭 평론> 제17호에 기고한 '극우에서 중도로, 수상한 평화를 질문하다 - 탈냉전 시대 보수주의 개신교의 변화 읽기'에서 1990년대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메가 처치(mega-church, 초대형 교회)'가 집중적으로 출현했으며, 이들 강남권 대형교회의 신자들은 '카리스마적인 목사'보다는 '도덕적이고 모던(modren)한 목사'를 더 신뢰한다고 말한 뒤 이런 설명을 제공했다.
 
1990년대 이후 개신교 신자 수는 정체되었다. 이때 어느 교회들이 성공했다면 다른 교회들은 실패했다는 뜻이다. 즉, 이 시기 중·소형 교회들과 비(非)강남권 교회들이 더 많이 위기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회는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하나는 강남권의 신흥 대형교회들을 모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박증적 신경증상을 드러낸 것이다.

전체 기독교인 숫자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강남권 대형교회의 급성장으로 인해 교인 감소를 경험한 여타 교회들이 강남권 대형 교회의 장점을 수용하든가 아니면 강박증적 신경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이 말한 강박증적 신경증은 "적을 색출하고 그들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논문은 이를 '공격성 프로젝트'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설명을 제시한다.
 
공격성 프로젝트는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하는 무의식적 기획이라기보다는, 교회를 희생자 의식에 사로잡히게 함으로써 그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적대를 통해 실패를 정당화하는 기획이다. 그래서 공산주의자, 동성애자, 이단시된 소(小)종파, 무슬림 등을 적으로 낙인찍었고, 그들을 향해 난폭한 공격성을 표출했다. 이런 난폭성은 교회를 시민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게 했고, 이는 다시 극우적 개신교도들을 더욱 결속하게 했다. 1990년대 이후 극우주의적 개신교의 등장 이유는 이랬다.

1990년대 이전의 기독교 극우·반공이 정권의 코드에 부응하며 교세 확장을 추구하는 데 활용됐다면, 1990년대 이후의 그것은 교세 위축에 실망한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붙드는 데 활용됐다는 것이다. 교인들의 이탈을 막고 그들의 단결을 도모하고자 공산주의자나 동성애자 등에 대한 적대감을 끊임없이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감이 적지 않으며, 그와 한기총이 보여주는 극우·반공이 일부 교회의 교세 위축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위와 같은 연구 결과들은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그들의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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