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7 08:03최종 업데이트 20.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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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주요 현상들을 시공간적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류석춘TV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면 노무현, 문재인은 유신 앞잡이다' 에서 ⓒ 류석춘TV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일제 징병과 간도특설대 친일 문제에서도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친일파이자 국민 학살(민간인 학살) 관련자인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제공하고자 지난 9일자 틀딱TV(류석춘 TV)에서 그는 황당한 주장들을 내놓았다.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면 노무현, 문재인은 유신 앞잡이다'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서 류석춘은 '식민지 한국인이 일본제국주의에 세금을 냈으면 일본 군대에 복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쳤다. 세금을 냈으니 국민 대우를 받고 일본군에 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금을 냈는데도 비(非)국민 대우를 받고 군대에 가지 못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차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선, 일제시대... 알다시피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한 게 1910~1945년 만 35년이잖아요. 그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군대에 갈 수 있게 된 게 언제부터였느냐, 여러분 아세요? 일본 군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못 갔습니다. 바로 이걸 두고 저는 일본이 식민지배를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차별했다고 얘기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근데 사람들은 이런 얘기 안 합니다. 뭐 쌀을 빼앗아 갔느니 어쩌니 이 얘기만 하는데.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고 세금을 다 걷어갔어요. 그리고 세금을 걷어갔으면 대우를 해줘야죠. 가장 중요한 게... 군에 갈 수 있게 해야 됩니다. 근데 식민지 백성이라고 군대에 안 받아줬어요. 1937년 중일전쟁 날 때까지 일본군에 우리나라 조선 사람들은 못 갔습니다. 식민지 백성들은... '이것이 식민지배의 차별이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걸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
 
1937년은 일본이 다급해지고 인력과 물자 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시점이다. 바로 이 1937년을 계기로 입대의 기회가 열리면서 식민지 한국인들은 국민 대우를 못 받다가 비로소 국민 대우를 받게 됐다고 류석춘은 말한다. 그는 또 그때 일본군과 만주군에 들어간 대표적 인물이 박정희와 백선엽이라고 한다. 차별 철폐로 입대 기회를 얻었으니 그들의 입대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게 류석춘의 논리인 듯하다.
 
류석춘은 "이걸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라며 아쉬워했지만, '이걸 얘기하는 사람'은 또 있다. 일본군 입대가 한국인들에게 '실'이 아닌 '득'이 됐다는 논리는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정안기 전 서울대 경제연구소 연구원의 글에도 나타난다.
 
일본군 입대의 의미

정안기 연구원은 2015년 9월 15일 고려대 강의 도중에 류석춘처럼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 '위안부는 자원봉사 활동이었다' 등등의 발언을 해 학생들로부터 성토당한 바 있다. 그는 일제 징병 문제를 설명한 <반일 종족주의> 제8장 및 제9장에서 류석춘과 유사한 말을 했다.
 
그는 한국 청년들이 끌려간 조선총독부 '육군병 지원자훈련소'를 두고 "몸과 마음으로 충군애국을 실천하는 병영 생활의 복사판이자 비(非)국민을 국민으로 포섭·개조하는 국민 만들기의 공장"이었다고 높이 평가한다. 또 "여기서 이들은 근대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 신체, 언어의 엄격한 규율화와 함께 이른바 군대적 평등성을 자기화했"다고 찬양한다. 

이처럼 류석춘·정안기는 한국인이 일본군에 끌려가는 것을 착취가 아닌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군 복무를 특권으로 여기는 인식은 고대 로마군에서 비롯했다. 로마의 평민들이 군 복무를 통해 특권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군 복무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방편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평민은 하층민이 아니었다. 이들 밑에는 노예라는 하층 계급이 있었다. 평민 중 상당수는 전쟁포로를 노예로 부리면서 자기 토지를 경작하는 지주계급이었다. 이들은 굳이 군대에 갔다 오지 않더라도 어차피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이 군 입대를 통해 권력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이미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고대 로마의 평민과 식민지 조선인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굳이 비교한다면 로마의 노예와 비교할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귀족과 평민들이 군인이 되어 전쟁포로들을 억압하고 노예로 착취했다. 인격권을 빼앗긴 노예들은 이미 모든 것을 빼앗긴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노예들에게 로마 군대의 말단 병사로 복무할 의무까지 부여했다면, 그것처럼 잔인한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제국의 귀족과 평민들이 군사력을 독점하고 한국인들을 착취하는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합리한 구조에 처한 고대 로마의 노예가 마땅히 시도해야 할 최선의 방책은 로마군의 하급 병사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구조를 타파하는 투쟁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투쟁은 일제 치하 한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것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의 지위를 얻기 위한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류석춘은 식민지 한국인들이 좀더 일찍 일본군에 편입됐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그런 그에게 박정희와 백선엽은 뒤늦게나마 '아쉬움'을 달랜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그가 볼 때는 백선엽의 서울현충원 안장을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 

친일의 무게 
 

1군사령관으로 부임한 백선엽 대장(왼쪽)이 5사단장으로 부임한 박정희 준장(왼쪽 세번째) 등 예하 사단장의 보직신고를 받는 장면. ⓒ 자료사진


위 동영상에서 류석춘이 백선엽을 옹호하고자 내놓은 또 다른 망언은 백선엽이 복무한 간도특설대에 관한 것이다. 만주와 북중국에서 한민족과 중국인들의 항일 군대를 때려잡은 이 부대에 복무한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펴고자 그가 쏟아낸 논지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는 백선엽이 만주국 군대에서 복무한 1943~1945년 기간에는 '때려잡을 독립군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때려잡을 독립군이 사실 거의 없는 때예요"라고 그는 말한다. 무장 독립투쟁의 역량을 실제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간도특설대의 역할도 깎아내리고 백선엽의 죄과도 함께 경감하는 것이 그의 의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백선엽과 박정희의 친일은 '젊은 시절의 한때'에 불과하다고도 말한다. 이 주장을 펴기 위해 그가 거론한 것이 노무현·문재인 사례다. 그는 '박정희·백선엽이 친일파면 노무현·문재인은 유신 앞잡이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이렇다.
 
여러분, 저쪽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 사람들도 젊은 시절을 보냈을 거 아닙니까? 대학 다니고 고시 해서 변호사가 됐잖아요, 다~. 그분들이 고시 붙을 때 어땠는지 아세요? 유신 시대였어요. 유신 헌법을 공부해서 고시를 붙었어요. 그래서 지금 문재인은 성장 과정에 보면은 유신의 앞잡이 노릇을 한 시기가 있는 거예요.
 
류석춘은 노무현·문재인이 유신헌법을 공부한 것과 박정희·백선엽이 만주군관학교에서 공부한 것이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군인이 되기 위해서 만주군관학교 갔다가 일본 육사 가서 거기서 수석 졸업하고 3등으로 졸업하는 거와 문재인하고 뭐가 다르냐고요.
 
그는 노무현·문재인의 삶과 박정희·백선엽의 삶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며, 박정희·백선엽의 친일은 젊은 시절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젊었을 때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는 청년 시기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오늘날 논의되는 친일은 기본적으로 반민족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박정희·백선엽의 친일이 문제되는 것은 그들이 반민족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반민족행위와 아무 관련도 없는 유신 시절의 고시 공부를 그것에 빗대다니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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