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 08:22최종 업데이트 20.06.03 08:22
  • 본문듣기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당이 두 명의 당선자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제가 된 두 명에 대한 집권당의 태도가 180도 다르다는 점이다.

윤미향이 집권당의 보호 아래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것과 대조적으로 양정숙은 당에서 제명되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제명이란 정당에서 추방하는 것이니 일종의 정치적 사형선고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무거운 죄를 저질렀기에 그런 중벌을 내린 걸까?

겉으로 표방하는 이유는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과 정수장학회 임원 경력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양정숙 본인이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후보자 재산신고도 누락하지 않았다고 직접 해명했다.

진짜 이유는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집값이 급등했다. 서울 인구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자들의 울분과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그 불만이 집권당을 향할까 두려워서 그런 강경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강남아파트 3채

양정숙은 강남 아파트 3채와 송파구·부천시에 건물 1채씩을 소유하여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4년 전 총선 때 신고한 재산보다 43억원이 증가했다.

43억원이란 금액은 일반 국민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이다. 그러나 집권당이 심각하게 여긴 부분은 금액 자체보다 '강남 아파트 3채 소유'일 것이다.

거기서 발생한 차익은 재산증가의 일부일 뿐이지만, 무주택자들의 분노의 표적이 될 가능성 때문에 신속하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를 "적"으로 삼겠다고 대통령이 선언했으니, 집권당이 그 "적"에게 정치적 사형을 언도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좀 어이가 없다.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가구는 52만 가구다. 3채 이상 소유한 가구도 약 16만 가구에 달한다. 이 가구들 대부분이 대통령이 선포한 전쟁의 대상인 "부동산 투기"에 해당할 것이다. 집권당이 양정숙을 재단한 그 잣대로 잰다면 이들 역시 중형을 언도해야 할 "적"이 되는 것 아닌가.

이 대목에서 의문이 솟는다. 서울에서 주택을 여러 채 투자하여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의 부가 증가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가? 아니면 집값이 급등하도록 정책을 편 정부와 집권당에게 비난의 화살이 겨누어져야 할까?
 
게임의 규칙

얼마 전 한국행정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모든 국민은 정부가 정한 '게임의 규칙'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주택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게임의 규칙을 투기에 유리하도록 만든 정부에 있다고 했다.

'게임의 규칙'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주택투기를 하기 전에 비용-편익 분석을 하는데, 편익은 시세차익이고 비용은 금융비용과 세금부담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서울집값은 강한 상승추세였으므로 누구 눈에도 주택투기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게다가 금리가 사상최저로 금융비용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므로 주택투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투기비용인 세금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모든 세금을 거의 안 내도록 해주는 혜택을 그대로 유지했다.

'게임의 규칙'을 이렇게 정하자 돈 있는 부자들이 서울주택 투기에 뛰어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서울에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했고, 서울집값은 급등했다.

김수현이 만들고, 김현미가 홍보·실행하고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가 얼마나 엄청난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MBC <피디수첩>이 이에 대해 세 차례 방영을 했고, 수십만명 이상이 그 방송을 시청했을 것이다.

다음과 네이버의 부동산면에 올라온 기사의 댓글에는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즉각 폐지하라"는 댓글이 가장 많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격한 발언도 수없이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문재인 정부가 폐지하지 않고 더 확대한 것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힌 글들도 수두록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지목한다. 경실련의 김헌동 본부장이나 참여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맡았던 인사들도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제공'을 김수현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김현미 장관은 한술 더 떠서 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자신이 직접 출연하여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혜택과 금융혜택을 준비했으니 다주택자이신 분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김수현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김현미가 이를 홍보하고 실행한 것이다.
 
이준구 교수가 강한 톤으로 질타했듯 문재인 정부가 정한 '게임의 규칙' 때문에 "얼마간 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서울주택에 투기하지 않는 것이 바보같은 일이 되었다."
 
집값 급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집권당의 태도

집권당과 양정숙의 정치적, 법적 다툼에서 양정숙을 두둔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의 원인이 정부정책 때문이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집권당이 양정숙에게 가혹하리만치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은 서울집값 급등이 투기꾼들의 탐욕 때문이고, 양정숙이 그 무리에 속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집권당이 서울집값 급등에 책임이 없다고 믿게 하려는 눈가림이다.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특혜를 제공하면서 서울 집값 급등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려는 집권당의 눈가림에 속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